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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능적인 욕망의 시네아스트를 만난다, 클레르 드니 특별전
홍성남(평론가) 2005-09-28

클레르 드니 특별전, 9월23일부터 서울아트시네마에서

클레르 드니 감독

최근 영미권 비평계는 ‘클레르 드니’를 제목으로 단 비평서를 두권 내놓았다. 그 책들에서 드니는 육체, 젠더, 섹슈얼리티가 접합을 이루고 있는 복잡한 세계에 완전히 밀착된 영화를 만드는 영화감독(주디스 메인), 혹은 현실을 재차 매혹적인 것으로 만들 줄 아는 영화의 특권을 재발견하게 하는 시네아스트(마르틴느 뵈네)로 불리면서 논의의 흥미로운 대상이 된다. 바야흐로 드니라는 영화감독에 대한 비평적 지평이 넓어지기 시작한 것인데, 때마침 우리에게도 그녀를 ‘발견’할 기회가 찾아왔다. 9월23일(금)부터 10일1일(토)까지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리는 ‘클레르 드니 특별전’은 <잠이 오질 않아>(1994) 같은 대표작이 빠져 아쉬움을 주긴 하나 여하튼 국내 관객에게 드니의 매혹적인 세계를 전반적으로 조망할 수 있게 해줄 것이다.

드니는 영화란 곧 눈맞춤에 대한 욕망이라고 말하는 영화감독이다. 그런 생각의 연장선상에서 그녀는 종종 ‘타자’와 ‘사이’의 공간에 카메라를 들이대며 영화를 만들어왔다. 드니의 아름다우면서 사려 깊은 데뷔작 <초콜릿>(1988)은 두개의 문화, 즉 유럽과 그 식민지인 아프리카, 그 사이에 놓인 인물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처럼 유사한 처지에 놓인 프랑스 관료의 딸 ‘프랑스’와 성실하고 기품있는 흑인 하인 프로테는 각별한 우정을 나누지만 그것은 붕괴의 운명을 맞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 ‘분열’의 과정을 (허위의) 평온한 톤으로 이야기하면서 영화는 식민주의가 남긴 상처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초콜릿> 이후로 또 다시 디아스포라적인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을 다룬 영화를 두편 더 완성하면서 드니는 이른바 ‘식민주의와 그 여파에 대한 3부작’을 만들어냈다. 그 두 번째 작품에 해당하는 <노 피어 노 다이>(1990)는 아프리카로 간 유럽 이방인의 이야기인 <초콜릿>과 반대로 아프리카에서 프랑스의 차가운 도시로 건너온 흑인 이방인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영화는 불법 투계(鬪鷄) 사업에 관여하게 된 그 두 주인공을 숨막히는 공간 안에 가둬두고 끈기있게 지켜보면서 주변 세계에서의 생존 본능, 폭력, 욕망은 어떤 것인가를 집요하게 탐구한다.

<트러블 에브리 데이>

한편으로 드니의 시선이 향해 있는 곳은 욕망의 문제이기도 하다는 점도 간과해선 안 된다. 그녀 자신은 항상 욕망에 대한 영화들을 만들었다고 말하기까지 한다. “나는 욕망이란 것이 영화의 으뜸가는 제재라고 생각한다.” 드니가 2001년에 만든 <트러블 에브리 데이>는 욕망의 문제를 과감하게도 카니발리즘과 연관시킴으로써 관객을 놀라게(찬탄하게 혹은 역겹게) 했고 논란을 낳았던 ‘문제작’이다. 사실 탐구의 깊이 면에서 이것은 대담함 이상의 어떤 것을 보여주었는지 의문이 들게 만드는 영화다. 그러나 여기서 카메라워크, 미장센, 음악을 출중하게 동원해 그저 고통스럽거나 역겨웠을 수도 있을 영화를 아름답게 그럴 수 있는 영화로 만드는 드니의 특별한 재능을 감지할 수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2002년작인 <금요일 밤>에서 드니는 짧은 시간 동안 내적인 세계를 유영하게 하는 것으로서의 욕망을 그린다. 금요일 밤, 교통 정체 상태에서 낯선 남자와 만나 관계를 맺는 여인의 이야기를 다룬 이 영화에서 드니는 결코 그 알 듯 말 듯한 심리를 애써 (언어적으로) ‘설명’하려 하지 않는다. 대신 이미지와 사운드로 관능적인 세계를 만들어놓고는 그 안에 주인공을 빠뜨림으로써 그녀의 처지를 본능적으로 이해하게 만든다. 마르틴느 뵈네가 썼듯, 확실히 드니는 영화 특유의 비전을 재발견하려는 시네아스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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