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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 마스터 클래스

“제발 나를 마스터라고 부르지 마세요”

영화 감독은 의자에 앉아서 정치가처럼 명령을 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관객들과 접촉하고, 자신의 마음속에 있는 모든 질문들을 그들과 공유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나는 영화를 하나의 매개체로 생각한다. 그렇지만 나는 단지 화자에만 머물고 싶지는 않다. 나는 사진작업도 오래 해왔는데, 그 둘 모두를 내 삶과 별개로 생각하지 않고있다. 때문에 영화 세계가 변해간다고 해도 거기에는 연관성이 있는 법이다. 가령, <체리향기>는 내가 처음으로 자연을 대상으로 만든 영화다. 그리고 최근 영화 <텐>과 방금 여러분이 본 <길>이란 영화도 그렇다(마스터클래스는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의 요청으로 그가 직접 가져온 <길> DVD를 상영한 후에 시작됐다). 그런 것들은 모두 내 마음에 어느 순간 떠오르는 것들이다. 

예컨대, 나는 자동차라는 공간에 매우 익숙함을 느낀다. 자동차는 나의 집이고, 사무실이다. 내게는 그곳이 사적인 장소이자 대상이고, 나만을 위한 공간이다. 나는 그걸 타고 어디로든 갈 수 있고, 그 안에서 친한 친구에게 편지를 쓸 수도 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앉아 이야기를 할 수도 있다. 특히 눈과 눈을 마주칠 필요가 없어서 좋다. 그래서 나자신을 표현할 용기를 더 잘 발휘할 수도 있는 것 같다. 자동차의 구조상 나란히 앉아 있는 것은 편안함을 주기 때문이다. 일상적인 생활에서의 침묵은 부주의나 무지나 불편함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자동차 안에서의 그것은 다르다. 창밖을 봐도 되고, 그 침묵을 깨고 이야기하기를 서로 바라지도 않는다. 언제든지 창밖을 보며 화제를 수시로 바꿀 수도 있다. 편안한 마음으로 많은 이미지를 볼 수 있는 장소인 것이다. 

다시 주제로 돌아가자면, 자연은 곧 인간 내면에 있는 모습이다. 내 영화에는 어린아이, 신경질적인 사람, 싸움하는 사람, 별별 인간군상의 모습이 다 있다. 내가 과거에 경험했던 모든 것들이 다 영화에 녹아 있다. 작품을 만드는 모든 사람들이 그 사람의 경험과 분리해서 볼 수 없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 영화에서 나를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감독은 한 명이고, 그게 바로 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배우들에게도 카메라 앞에서 연기를 하도록 하는 게 아니라, 삶을 표현하도록 한다. 

그 중에서도 아이들에게는 많은 걸 배우기도 한다. 그들은 매순간 깨어서 뭔가 만져보고 싶어한다. 어른이 더 많이 알지만, 승자는 언제나 아이들이다. 나는 아이들을 사랑한다. 왜냐하면 아이들은 뭔가를 지으면서도 또 파괴한다. 싯구를 빌어 말하자면 그들은 싸우면서도 증오가 없고, 새 옷을 입고도 진흙을 만지기를 두려워 하지 않는다. 또 나는 전문배우들하고만 일한다. 물론 그것이 항상 편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한 인물 유형을 만들고자 할때 그 사람을 그대로 선택하는 것이 옳다. 내가 생각한 모습에 가장 가까운 사람 말이다. 그들에게 연기를 시킬때는 이런 식이다. 가령 홍차를 마시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나는 그들에게 홍차를 이렇게 마시고, 잔은 이렇게 들어라 하는 식으로 연기를 주문하지 않는다. 단지 여기 홍차가 있다라고 하고는 그들이 갈증을 느끼도록 만든다. 그래서 스스로 찾아 마시도록 한다. <텐>에서도 나는 특별히 감독 역할을 하지 않았다. 의자 뒷 자석에 앉아 있는 것조차 방해가 되는 것 같아 내리고 싶을 정도였다. 나는 대체로 비전문배우들이 뭔가를 표현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린다. 

마지막으로, 오늘 이 자리의 제목이 ‘마스터 클래스’이긴 하지만, 나는 영화감독이 마스터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과정을 통해 경험을 축적하는 그 자리는 마스터가 될 수 없는 자리다. 나는 지금도 뭔가를 배우고 다는 생각이다. 말하자면, 여러분처럼 지금도 배우가 있는 것이다. 그러니 제발 나를 마스터라고 부르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의 그대로의 자유로움을 인정해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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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최호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