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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적인 수영복 달력? <블루스톰>
김수경 2005-11-15

<블루스톰>의 수중장면은 매혹적이다. 차세대 섹스 심벌로 부상한 제시카 알바가 비키니 차림으로 바하마의 푸른 바다 속을 인어처럼 유영한다. 군살 한점 없이 다져진 몸매로 산소통도 없이 모래바닥을 헤집는 폴 워커의 야성미도 여성 관객의 눈을 즐겁게 하기에 충분하다. 수중 다큐멘터리 감독 출신이자 <캐리비안의 해적: 블랙펄의 저주> <C.S.I. 마이애미> 등에서 실력을 발휘했던 피터 즈카리니의 수중 촬영은 간결하면서도 인상적이다. 컴퓨터그래픽이 아닌 실제 상어들과 인물들이 어우러지는 장면은 이런 촬영진의 노력과 배우들의 담력으로 얻어낸 결실이다.

다이버인 자레드(폴 워커)는 보물선을 발견하겠다는 꿈으로 살아간다. 리조트의 상어조련사로 일하는 여자친구 샘(제시카 알바)과 행복한 일상을 보내던 자레드에게 뉴욕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는 친구 브라이스(스콧 칸)와 아만다(애슐리 스콧)가 찾아온다. 브라이스의 요트를 타고 바다로 나간 네 사람은 우연히 코카인 800kg을 싣고 바닷속에 추락한 비행기를 발견한다. 그 근처에서 그들은 자레드의 숙원이던 보물선 제퍼의 흔적도 찾아낸다. 위기가 기회이듯 기회는 곧 위기로 돌변한다. 보물선의 정보는 새어나가고 마약 때문에 네 사람은 목숨을 위협받는 궁지에 몰린다.

<블루스톰>은 장점과 단점이 명확한 액션물이다. 프리 다이빙, 파티, 클럽, 육체로 대변되는 젊음은 순간적인 아름다움을 발산하지만 갈등구조나 드라마에 힘을 실어주지는 못한다. <버라이어티>의 저스틴 창은 “스릴러물이 아니라 폭력적인 수영복 달력 같다”고 혹평했다. 초반부 브라이스의 등장도 느닷없지만 바하마의 대저택과 요트를 소유한 그가 돈 한푼 없는 빈털터리라는 이야기의 급작스러운 전환도 그에 못지않게 황당하다. 아만다의 죽음에 대한 브라이스의 비인간적인 대사로 절정을 이루는 빈번한 여성 비하도 꽤 불편하다. “보물찾기에는 룰이 있다”는 자레드의 대사처럼 액션장르에도 최소한의 이야기구조가 필요하다. 게다가 미국 개봉은 9월30일이었고, 한국 개봉은 11월17일이다. 강렬한 햇살과 코발트빛 바다를 무대로 한 <블루스톰>을 코트를 꺼내는 이 시점에서 만나는 일도 관객 입장에서는 당혹스러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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