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ovie > 무비가이드 > 씨네21 리뷰
이란 소녀들이 희구하는 메시지, <천국의 아이들 2: 시험보는 날>

아이들이 돌아왔다. 그 착하고 여린 미소를 그대로 담고, 어쩌면 그럴 수 있을까 싶을 만큼 착하게 다시 돌아왔다. 전편에서 운동화 때문에 달리던 아이들은 이제 동생과 시험 사이에서 달음질친다. 중학교에 진학할 수 있는 장학금이 걸린 시험날 아침, 공교롭게도 하야트(가잘리 파사파)의 아버지가 쓰러진다. 공부하라고 성화였던 엄마는 갓난아기 동생과 집안 살림을, 역시나 어린 초등학교 5학년 하야트에게 맡기고 병원으로 떠난다. 남동생 아크바르에게는 절대로 아기를 맡기지 말 것, 이것이 엄마가 남긴 주문이다. 이제부터 하야트의 ‘동생 돌보며 시험보기 게임’이 시작된다. 아기를 누구에게 맡길 것인가, 소젖 짜기와 여물주기, 동네 어른들에게 인사하기 등등 주어진 과제들은 어떻게 훌륭하게 완수할 것인가.

이 영화 속 하야트와 아크바르 남매는 분명 천국에 속한 아이들임에 틀림없다. 문제는 이 아이들이 살아가야 할 곳이 천국이 아니라, 지상이라는 것이 문제이다. 그들의 천국을 지상의 악으로 오염시키는 이들은 다름 아닌 어른들이다. 어른들이 악의 화신으로 돌변하는 순간은 바로 그들의 말에 절대로 귀 기울이지 않을 때이다. 아기를 봐달라는 말에도, 목청껏 던진 인사도, 화장실에 가고 싶다는 간청에도, 시험을 봐야만 한다는 설명에도 그들은 아이들의 목소리를 듣지 못한다. 그리고 자기 말만 되풀이한다. 결국 아이들은 스스로를 구원할 수밖에 없다.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하얀 풍선> 그리고 <천국의 아이들> 시리즈까지 어린이의 순수성을 조망하는 이란영화들은 우리에게 이제 익숙한 존재가 되었다.

하지만 <천국의 아이들>의 2편인 이 작품은 하야트라는 소녀의 진학시험을 다루는 가운데 이란사회의 여성과 근대 교육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한다. 동생의 육아와 자신의 교육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하야트의 모습을 통해 교육 기회로부터 소외되고 가사노동의 억압에 시달리는 이란 소녀들의 현재를 읽을 수 있다. 하야트를 둘러싼 어른들은 모두 그녀에게 잔혹하지만, 그녀를 도와주는 친구들 때문에 그녀는 지상에서 천국을 꿈꿀 수 있게 된다. 하야트의 마지막 대사인 “역경을 헤치면 희망은 누구에게나 있겠죠”는 그녀 자신의 미래뿐 아니라 이란 소녀 전체가 희구하는 미래를 향한 메시지처럼 들린다.

관련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