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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포터와 불의 잔> 미리보기 [2]
김현정 2005-11-29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을 영화로 만들자고 결심했던 프로듀서 데이비드 헤이맨은 <네번의 결혼식과 한번의 장례식> <도니 브래스코>의 마이크 뉴웰이 이상적인 감독이 돼줄 거라고 믿었다. “뉴웰은 영국인이고 여러 가지 장르에 능숙하며 예술적인 감독이었다.” 그러나 소설을 읽었던 뉴웰은 판타지의 세계와 그것을 구축하기 위한 특수효과에 겁을 먹었고, 최고의 시리즈가 될 가능성이 짙었던 프로젝트를 거절했다. 5년이 지났다. 거대한 세트와 특수효과팀이 자리를 잡고 있는 호그와트 터에 몸만 들어온 뉴웰은 그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여전히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드라마와 감정과 연기를 매만지는 감각으로 살아남았다.

그가 고치고 싶었던 건 영국 기숙학교의 풍경이었다. “나는 영국에 있는 기숙학교에 다녔다. 크리스 콜럼버스는 어린 시절을 이상적으로 그렸고 적절한 처신이기도 했지만, 해리와 아이들은 이제 나이를 먹었다. 그 무렵 아이들은 몸싸움도 하고 비열하기도 하며 무정부적이다.” 안 그래도 비열했던 말포이에 더해 착했던 아이들까지 타락해야 했던 것이다. 시기심과 성적인 질투와 때이른 계층의식이 뒤엉킨 열네살. 그러나 래드클리프는 영국 신사답게 “언제나 조끼를 갖춰입고 다니는 뉴웰의 영국적인 유머감각”에 존경을 표하기도 했다. “론과 해리가 무도회 파트너를 구하는 문제를 의논하다가 스네이프 교수에게 교과서로 얻어맞는 장면이 있다. 뉴웰은 <대탈주>를 생각하라고 했다. 우리는 감시의 눈을 피해 땅굴을 파는 포로였던 것이다!”

매드아이

초 챙

새로운 지휘관을 맞았으니 진용도 새로 짜야 했다. <해리 포터와 불의 잔>은 일년 이상 버티지 못하는 어둠의 마법 방어술 교수를 비롯하여 국경을 넘고 탈옥을 해가면서 호그와트에 당도한 수많은 캐릭터들을 품고 있다. 언제나처럼 학기가 시작되면서 구르듯이 도착한 어둠의 마법 방어술 교수는 미쳤다고 소문이 자자한 오라(어둠의 마법을 구사하는 이들을 사냥하는 직업) 매드아이 무디다. 브랜던 글리슨이 기괴하게 연기한 매드아이 무디는 그의 말에 따르면 “마법 지팡이를 손에 든 총잡이”다. 한눈으로는 평범한 세상을, 한눈으로는 그 아래 덮어둔 진실을 보는 매드아이. 거칠지만 정직하고 유머러스한 이 아일랜드 스타일의 남자는 언제나 해리를 지켜보고 있다. 해리를 지켜보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이가 있으니 볼드모트 경이다. 마침내 부활한 볼드모트는 육체와 함께 자신을 연기해줄 배우도 얻었다. <해리 포터> 시리즈의 화룡점정과도 같은 레이프 파인즈는 순수하고 절대적인 악(惡)에 본디 인간이었던 이의 고뇌를 불어넣었다. “나는 볼드모트가 진정 악의 초상이 되기를 원했지만, 그것은 두려움과 공포, 불행에서 비롯되어야 했다. 볼드모트는 버려진 아이였고 거기에서 비롯된 분노와 질투와 증오가 곪아터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 때문인지 피부처럼 감싸고 있는 검은 외투 안에서, 볼드모트는 추위와 고통에 일그러진 듯한 모습으로 부활한다.

호그와트는 이 중후한 인물들 외에도 젊음으로 빛나는 대부대를 맞아들였다. 트리위저드에 참가하러온 프랑스 여학교 보바통과 불가리아 남학교 덤스트랭 학생들이다. 푸른 실크 교복을 입은 보바통 소녀들은 단조로운 교복에 익숙해진 호그와트 남학생들을 어지럽히고, 차력단처럼 보이는 근육질 덤스트랭 소년들은 남성 호르몬의 존재를 몰랐던 호그와트 여학생들을 휘저어놓는다. 그러나 해리를 뒤흔드는 소녀는 오직 한명 초 챙뿐이다. 케드릭과 무도회에 참석해 해리의 마음을 찢어놓은 초 챙은 3천명의 경쟁자를 물리친 스코틀랜드 출신의 케이티 렁. 수많은 안티팬을 양산하며 비난을 받은 렁은 지금까지 연기를 해본 적이 없고, <해리 포터와 불의 잔>에서도 그렇게 많은 연기를 하지는 않았지만, 이후 비중이 커져갈 것이다.

어떤 이들은 <해리 포터와 불의 잔>을 몇분만 보고 나면 가슴이 무너질지도 모르겠다. 불가리아와 아일랜드팀의 퀴디치 선수들이 빗자루를 타고 인사하는가 싶더니 곧바로 죽음을 먹는 자들이 캠프촌을 습격하는 장면으로 건너뛰기 때문이다. 퀴디치 월드컵은 어디로 갔는가. 선임자들에게 경의를 바쳤던 뉴웰은 이 대목에 이르러선 자신도 힘들었다고, 활자를 읽기만 해도 볼멘소리가 환청으로 들려오는 듯한 어조로 항변했다. “우리는 최소한 세 가지의 다른 세계를 창조했다. 지금까지 제작된 <해리 포터> 영화들은 바실리스크나 머리 셋 달린 개가 나오는 시퀀스를 여기저기에 배치하면 되었다. 12분에서 14분씩이나 호수 아래만 찍을 필요는 없었던 것이다. 리얼리티를 통째로 바꾼다는 건 이전보다 어렵고 위험한 일이었다.” 그리하여 퀴디치 월드컵은 사라졌고 트리위저드에서 챔피언들을 시험했던 세 마리 용은 장내 아나운서의 멘트로만 언급됐다.

드래곤 혼테일

불의 잔

생존자는 가장 성질 나쁜 드래곤 혼테일과 검은 호수 아래의 인어들, 영화 <솔라리스>처럼 인간의 마음을 왜곡하는 미로다. 프로덕션디자이너 스튜어트 크레이그는 랩터의 골격과 박쥐 날개를 결합해 “실용적인 구조를 가진” 40피트짜리 혼테일을 만들었다. 해리에 의해 추락사하는 혼테일은 대부분 기계로 움직이지만, 때로는 손으로 조작했기 때문에, 스턴트팀은 그가 30피트에 달하는 불꽃을 뿜을 때 화상을 입지 않도록 조심해야 했다. 검은 호수와 미로를 만드는 일도 쉽지는 않았다. 제작진은 깊이 20피트, 너비 60피트의 유럽 최대 물탱크에 한 시간 반마다 깨끗한 물을 채워넣으면서 디자인도 고민했다. 머리카락이 해파리 촉수처럼 꿈틀거리는 추악한 인어와 숲처럼 무성한 수초가 제작됐는데, 이 인어는 사람이 변장했을 때의 한계를 극복하여 꼬리를 위아래가 아닌 좌우로 움직인다. 알아보는 사람 없어도 장인에겐 중대한 자존심이다. 그중에서도 미로는 난중지난이었을 것이다. 이중의 함정을 품은 카오스. 트리위저드의 마지막 관문인 미로는 침입자를 육체적으로 위협하면서 그 정신 또한 좀먹는다. 챔피언들은 살아 움직이는 덩굴에 먹히거나 비겁한 생존으로 유혹하는 손짓에 더럽혀질 것이다. 그 자체로 생명을 가진 듯한 이 미로는 25피트 높이의 철골 구조를 기초로 하여 수압에 의해 움직이는 벽으로 둘러싸인 공간이다. 그리고 배우들이 진짜 놀라도록 미리 통보하지 않은 함정을 곳곳에 설치했다.

뉴웰은 <해리 포터와 불의 잔>을 칼을 든 재래식 영웅이 온갖 괴물에게 시달리는 서사시 <베오울프>에 비교했다. 지팡이 하나에 의지하여 헤쳐가는 가시밭길. 해리와 한몸인 래드클리프도 와이어로 몸을 묶고 60피트를 2.5초 만에 낙하하고, 수중촬영이 진행된 3주 동안 41시간38분을 물속에 잠겨 있는 고난을 감수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래드클리프는 베오울프가 되는 훈련보다도 댄스연습이 힘들었다고 하니, 용감하나 수줍은 소년에겐 아직 연인보다 영웅이 어울리는 듯하다.

5번째 작품 <해리 포터와 불사조 기사단>

해리 포터의 ‘소중한’ 사람이 죽는다!

1500개가 넘는 컴퓨터그래픽 이미지를 붙들고 씨름했던 마이크 뉴웰은 “영화 하나를 끝내면서 다른 영화를 준비한다는 건 가능한 일이 아니어서” <해리 포터와 불사조 기사단>을 포기했다. <베니티 페어>로 화려한 비주얼을 과시했던 미라 네어가 물망에 오르기도 했지만, 낙점된 감독은 뉴웰에 이어 두 번째로 영국 혈통을 지닌 데이비드 예이츠다. TV에서 주로 활동해온 예이츠는 영국 밖에선 그리 알려지지 않은 42살의 신예. 그를 도와 <콘택트> <피터 팬>의 공동작가였던 마이클 골든버그가 시간과 공간을 종횡무진하는 복잡한 원작을 각색하게 될것이다. “중요한 인물 하나가 죽는다”는 조앤 K. 롤링의 선언으로 “범인은 절름발이다”가 무색한 비밀을 지켜온 <해리 포터와 불사조 기사단>은 해리에게 불사조 기사단의 근거지를 알리는 쪽지가 도착하면서 시작된다. 해리는 그곳에서 볼드모트와 선한 마법사들의 전쟁을 목격하고, 서로의 일부를 공유하고 있는 볼드모트와 좀더 밀접해지며, 소중한 사람의 죽음을 겪게 된다.

제작진은 아직 촬영을 시작하지 않은 <해리 포터와 불사조 기사단>의 새로운 배우들에 관해 입을 봉하고 있다. 엘리자베스 헐리가 볼드모트를 추종하는 베아트릭스로 출연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았지만 아직 공식적으로 확인되지는 않았다. 전례로 보건데 매번 등장하는 성인배우들은 의리를 지킬 듯하다. 에필로그가 삭제된 탓에 석탄재에 파묻혀 목소리만 나온 시리우스 역의 게리 올드먼도 더 오래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중요한 건 대니얼 래드클리프와 에마 왓슨, 루퍼트 그린이 돌아온다는 사실이다. 가장 나이가 많은 그린은 “학교는 마쳤는데 이보다 괜찮은 일은 없어서” 다시 출연하고, 왓슨은 “마이크 뉴웰 덕분에 내가 처음에 왜 연기를 좋아했는지 기억해냈다”는 감동적인 고백과 함께 계약서에 사인했다. 래드클리프의 부모가 아니었다면 이 세명의 배우들은 고풍스러운 프라하에서 사춘기의 몇달을 보냈을지도 모른다. 워너브러더스가 제작비를 아끼자는 트렌드를 좇아 프라하에 새로운 스튜디오를 지으려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래드클리프 부부는 방탕하기로 소문난 프라하의 밤 문화와 번영을 구가하는 체코의 섹스산업에 우려를 표하며 민감한 나이에 이른 아들을 그곳으로 보내기가 걱정된다고 전했다 한다. 그러므로 <해리 포터와 불사조 기사단> 현장을 엿보고 싶은 열성 팬들은 이전처럼 영국으로 향하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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