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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틱하지 않은 유쾌한 코미디, <저스트 라이크 헤븐>
박혜명 2005-11-29

인간이 영혼과 조우한다는 건 둘 사이에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음을 뜻한다. 그것이 원한이면 공포영화가 되고, 사랑이면 판타지멜로가 된다. ‘저스트 라이크 헬’이 아닌 <저스트 라이크 헤븐>은 후자에 속한다. 변변한 연애 한번 못 해보고 일에만 매달려온 대학병원 레지던트 엘리자베스(리즈 위더스푼)는 자기가 일하던 병원에 정식 의사로 취직된 날 교통사고를 당한다. 2년 전 아내를 잃고 무기력한 삶을 살아온 데이비드(마크 러팔로)는 엘리자베스가 살던 집에 월세로 이사온다. “내 집이니 나가달라”고 신경질을 부리는 엘리자베스는 데이비드에게만 보이는, 영혼뿐인 존재다. 생전에 자신이 어떤 존재였는지 알도록 도와달라고 엘리자베스는 데이비드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성격이 판이하게 다른 두 사람은 은근한 정을 쌓아간다.

똑 부러져 보이는 리즈 위더스푼의 이미지는 이 영화에서 말 많고 자존심 강하지만 속이 여린 여자로 캐릭터화되고, 느린 말투에 수더분한 인상을 지닌 마크 러팔로는 그런 여자를 스펀지처럼 흡수해주는 순박한 남자로 캐릭터화된다. 게다가 여자가 유령이어서 남자가 허공에 대고 혼잣말하는 웃기는 상황이 수시로 생겨나니, <저스트 라이크 헤븐>은 시끌벅적한 수다와 에피소드가 뒤엉킨 유쾌한 코미디의 꼴을 잘 갖추고 있다. 그런데 로맨틱하지는 않다. 남녀 주인공 사이의 사랑의 화학반응이 감지되지 않기 때문이다. 남자와 여자가 서로 무엇에 이끌렸고 언제쯤 이끌리게 됐는지, 극의 흐름상 정확하게 의도된 순간들이 있긴 하지만 미묘하고 촉촉한 디테일들이 없어 답으로 충분치 않다. 엘리자베스의 영혼이 데이비드에게만 보이는 필연성에 대한 근거도 설득력이 많이 부족하다.

<저스트 라이크 헤븐>은 프랑스의 인기 대중소설 작가 마르크 레비의 베스트셀러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당신은 믿을 수 없겠지만>을 원작으로 삼은 영화다. 감독인 마크 워터스는 <퀸카로 살아남는 법> <프리키 프라이데이> 등에서 아기자기한 연출력을 보여준 바 있고, 음악을 맡은 롤랑 조페는 <사이드웨이>의 향기로운 오리지널 스코어를 작곡했던 이다. 리즈 위더스푼의 미소는 미웠던 적이 없으며, 마크 러팔로의 연기는 극 안에서 늘 조화롭다. 이렇게 좋은 재능들이 모여 만든 <저스트 라이크 헤븐>은 로맨스에 관한 감정 몰입은 어렵지만 코미디로서는 크게 아쉬울 것이 없는 로맨틱코미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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