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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발적인 다큐멘터리, <인사이드 딥 스로트>
김도훈 2006-01-10

“이 영화를 보는 여성들은 클리토리스가 성적인 만족을 줄 수 있다고 믿을 것이다. 그들은 틀렸다! 틀렸어!” <목구멍 깊숙이>를 외설죄로 선고한 판사의 부르짖음이 들려오면, 클리토리스, 클리토리스, 주문처럼 마술적 단어가 반복된다. 1972년, 목구멍 깊숙이 클리토리스를 지닌 여자에 대한 포르노 한편이 미국을 흔들어놓았다. 포르노는 예술이 되었고, 주연인 린다 러블레이스는 스타가 되었고, 미국은 검열철폐에 대한 논란으로 양분되었다. <인사이드 딥 스로트>는 바로 그 시절, 대다수의 미국인이 클리토리스의 기능조차 알지 못하던 시절로 관객을 데려간다.

<포르노 밸리>나 <게이 공화당원> 등 성에 관련된 TV용 다큐멘터리를 작업해온 펜튼 베일리와 랜디 바바토는 <목구멍 깊숙이>의 뒷이야기를 차근차근 꺼내놓는다. 존 워터스, 웨스 크레이븐, 래리 플랜트 등의 저명인사들과 <목구멍 깊숙이>의 제작진은 유쾌하게 과거를 증언하고, 잭 니콜슨과 워런 비티가 검열철폐를 부르짖는 당시의 자료 화면은 34년의 시간을 넘어 1972년의 기운을 되불러온다. <인사이드 딥 스로트>가 정색하고 어떤 담론을 강요하는 것은 아니다. 대신 70년대 팝아트를 연상시키는 애니메이션과 감각적인 몽타주를 활용해 과거를 풍자하는 데 몰두한다. 72년 당시 <목구멍 깊숙이>를 ‘세련된 포르노’(Porno Chic)라고 일컬었던 <뉴욕타임스>의 표현을 빌리자면, <인사이드 딥 스로트>는 ‘세련된 다큐멘터리’(Docu Chic)라고 불릴 만하다.

이 도발적인 다큐멘터리가 포르노 산업에 희생당한 여성의 인권을 진지하게 짚고 넘어가지 않았다는 사실을 지적할 수 도 있다. 하지만 카메라는 젊은 린다 러블레이스를 정치적으로 이용해 포르노를 금지하려는 페미니스트의 모습에 이어, 51살에 또다시 도색 화보를 찍고 “이 나이에도 섹시하고 매력적이면 좋지 않느냐”고 말하는 러블레이스의 모습을 되새긴다. 이를테면 <인사이드 딥 스로트>는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이다. 혹시 <목구멍 깊숙이>가 불러온 성혁명의 과정들도 사실은 모순으로 가득한 또 하나의 포르노가 아니었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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