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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명의 음악평론가들이 뽑은 2005년 베스트 음반 [2]
박혜명 2006-01-20

달콤쌉싸름한 감성파 포크의 절정, 제임스 블런트 <Back To Bedlam>

원용민/ 대중음악평론가·월간 <52street> 편집장

처음 이 음반이 발매되었을 때만 해도 제임스 블런트는 독특한 팔세토의 목소리를 지닌 신인 가수 정도로 여겨질 뿐이었다. 2004년 말 첫 싱글 <High>가 영국 싱글 차트 3위에 오르면서, 그가 영국 왕궁 근위대 장교로 복무했고 그 이전엔 코소보 평화유지군의 일원으로 파견되기도 한 직업군인이었다는 특이한 이력 때문에 화제를 모았지만 그건 단순한 이야깃거리 이상의 것은 되지 못했다. 하지만 두 번째 싱글 <Wisemen>이 또다시 좋은 반응을 얻은 데 이어 2005년 7월, 세 번째 싱글 <You’re Beautiful>과 앨범 <Back To Bedlam>이 싱글과 앨범 차트에서 동시에 1위를 차지하자 그를 보는 음악계의 시선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평단에서는 그에게 ‘벡과 엘리엇 스미스에 대한 영국의 대답’이라는 찬사를 퍼붓기에 바빴고 버진 라디오에서 실시한 ‘역대 최고의 노래 500곡’이라는 설문에서 히트 싱글 <You’re Beautiful>이 당당히 10위에 올랐을 만큼 대중의 호응도 뜨겁다. 제임스 블런트의 성공을 가능하게 한 것은 라디오헤드와 콜드플레이, 킨 등의 계보를 형성하고 있는 일군의 영국 록 밴드들 그리고 배들리 드론 보이 같은 솔로 뮤지션에 이르는 영국 아티스트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서정미를 음악에 담아내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삶을 솔직하게 담아낸 인상적인 노랫말과 듣는 순간 곧바로 빠져들게 만드는 아름다운 멜로디 라인에 포크와 팝, 록 등의 음악적 요소를 가미해 평단과 대중으로부터 고른 지지를 얻어내는 데 성공했다. 덧붙여 강한 흡인력을 지닌 달콤쌉싸름한 목소리 역시 최고의 매력 포인트. 1월 초 현재 <You’re Beautiful>이 여전히 영국 싱글 차트 20위권에 머물고 있는 가운데 네 번째 싱글인 <Goodbye My Lover>가 9위를 기록하며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는 등 그의 인기는 식을 줄 모르고 있다. <Beck To Bedlam>은 왜 그가 2005년 영국 음악계가 수확한 최고의 싱어송라이터로 꼽히는지 잘 보여주는 음반이다.

BEST MUSIC 10(라이선스 발매 음반에 한함)

1. 제임스 블런트 <Back To Bedlam>(워너뮤직) 2. 존 레전드 <Get Lifted>(소니BMG) 3. 잭 존슨 <In Between Dreams>(유니버설뮤직) 4. 콜드플레이 <X&Y>(EMI) 5. 개빈 디그로 <Chariot Stripped>(소니BMG) 6. 제이미 컬럼 <Catching Tales>(유니버설뮤직) 7. 머라이어 캐리 <The Emancipation Of Mimi>(유니버설뮤직) 8. 두번째 달 <2nd Moon>(라임라이트뮤직) 9. 클래지콰이 <Color Your Soul>(Fluxus) 10. 시스템 오브 어 다운 <Hypnotize>(소니BMG)

팝, 보사노바 등 다양한 장르의 절묘한 강약 조절, 파이스트 <Let It Die>

이용우/ 대중음악평론가·대중음악웹진 [weiv](www.weiv.co.kr) 편집위원

캐나다 여성 싱어송라이터 파이스트(Leslie Feist)의 ‘메이저’ 데뷔 음반이다. 2004년 캐나다에서 마이너 레이블을 통해 발매된 뒤 컬트적 인기와 평단의 호평에 힘입어 2005년 전세계로 확대, 발매되었다. 10대 때 펑크 로커로 활동한 파이스트는 성대 이상이란 음악적 금치산 선고를 받기도 했으나, 골방에서 기타를 뚱땅거리다 연주와 작곡에 눈을 뜨고는 세션 기타리스트로, 또 거짓말처럼 성대가 회복된 덕분에 세션 보컬리스트로 활약해왔다.

<Let It Die>는 내밀한 자기고백과 차분한 사운드로 갈무리되어 있다는 점에서 싱어송라이터의 큰 줄기에 속한다. 하지만 팝, 재즈, 인디 록, 포크, 프렌치 팝, 트립합, 보사노바, R&B, 디스코 등 상이한 장르의 줄기들과 다채롭게 접목하고 있어서 폭넓은 유전인자를 함유하고 있다. 쉽게 비유하면 에바 캐시디 혹은 케렌 앤의 음악을 분방하고 인디적으로 업그레이드한 음반이다.

보사노바 스타일의 <Gatekeeper>, 사디(Sade)풍의 R&B <One Evening>식으로 얘기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 이종(異種) 음악 스타일을 개성적으로 소화해 이종(移種)한 곡들이다. 이는 전반부의 자작곡 가운데 팝, 재즈, 가스펠을 발랄하게 결합한 <Mushaboom>이, 후반부의 커버곡 중에서는 비지스의 디스코 넘버를 포크와 재즈로 버무리고 콜레스테롤을 낮춘 <Inside and Out>과 론 섹스미스의 숨은 명곡을 춤추기 좋게 데친 <Secret Heart>가 대표적이다.

크게 싱어송라이터, 보컬 재즈, 로파이 인디를 꼭지점으로 하는 이 음반의 사운드에서 가장 돋보이는 건 파이스트의 보컬이다. 간유리로 덧씌운 듯 다소 탁하고 허스키한 그녀의 보컬은 변화무쌍하면서도 묘한 일관성을 지닌 음반 전체의 무드를 극명하게 드러낸다. 그리고 이는 ‘관계’에 관한 가사와 맞물려 마음 깊은 곳의 연한 속살을 건드리며 아련한 통증을 남긴다. 그래서 이곳저곳의 ‘2005년의 음반’ 리스트에 빠짐없이 오르내릴 음반은 아니지만 두고두고 곁에 둘 만한 몇 안 되는 음반 중 하나다.

BEST MUSIC 10(라이선스 발매 음반에 한함)

1. 파이스트 <Let It Die>(유니버설뮤직) 2. 피오나 애플 <Extraordinary Machine>(소니BMG) 3. 넬리 매케이 <Get Away From Me>(소니BMG) 4. 몽구스 <Dancing Zoo>(비트볼) 5. 다미엔 라이스 <O>(워너뮤직) 6. 더 짜르 <Goodbye>(파스텔뮤직) 7. 일스 <Blinking Lights And Other Revelations>(서울음반) 8. 스왈로우 <Aresco>(CJ 뮤직) 9. 눈뜨고 코베인 <Pop To The People>(비트볼) 10. 양병집 <넋두리>(리듬온, 재발매), 한대수 <The Box>(서울음반, 재발매 전집)

마침내 완성된 미완성의 전설, 브라이언 윌슨 <Smile>

임진모/ 대중음악평론가·대중음악웹진 IZM(www.izm.co.kr) 편집장

비틀스의 폴 매카트니와 더불어 대중음악의 천재로 불리는 비치 보이스의 브라이언 윌슨은 음악적 실험의 결정판 그리고 매카트니과의 음악 경쟁에 방점을 찍기 위해 1966년 하반기 또는 1967년 상반기에 <Smile>이란 제목의 앨범을 기획했다. 작품은 4개월에 걸쳐 만든 곡 <Good vibrations>를 시작으로 잘 진행된 듯했지만 그 무렵 브라이언 윌슨의 심각한 정신분열증과 약물중독으로 중도에 작업은 전면 중단되었다.

전설에 따르면 그는 수록하려고 했던 한곡(<Mrs O’Leary’s cow>)의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소방수 모자를 쓰고 스튜디오에 불을 지르기도 했다는 것이다. 그 뒤로 <Smile>은 입에서만 떠돌고 형체는 없는 미완성의 미궁으로 영원히 빠져버렸다. 그는 비치 보이스 활동에도 참여하지 못했다. 그리고 40년 가까운 세월이 무심하게 흘렀다. 환갑이 훨씬 넘은 2004년에 브라이언 윌슨은 오랜 세월 묻혀 있던 기획, 하지만 반드시 끝을 봐야 했던 음악적 비전의 실현에 들어가, 마침내 <Smile>은 38년 만에 햇빛을 볼 수 있었다. 최고의 ‘역사적 지각’ 작품인 셈. 살기 전에는 죽어도 못 볼 것 같았던 미완성이 완성으로 바뀐 벅찬 감격, 그 최고의 발굴에 음악관계자들은 흥분했다. ‘결코 발표되지 않았던 가장 유명한 팝 음악 앨범’이라고 한 <뉴스위크>는 그 기쁨을 ‘Found!’라는 말로 대신했다. 브라이언 윌슨은 영국에서 먼저 공연으로 작품을 소개, 바람을 일으켰다.

당시에 만들어져 이미 소개된 <Surf’s up> <Cabin essence> <Heroes and villains> 그리고 <Good vibrations>를 위시해 <Roll plymouth rock> <I’m in the great shape> <Old master painter/You are my sunshine>은 클래식, 민요, 성가, 블루스, 서프 뮤직 등 브라이언 윌슨의 믿기지 않는 광대한 음악적 팔레트를 웅변한다. 물론 비치 보이스의 특장인 보컬 하모니는 그대로 살렸다. 그것은 대중음악의 지평이 얼마나 넓고 끝이 없는가를 말해주는 것이다. 천재성이란 바로 이럴 때 쓰는 말이다. 일정한 도식과 히트 방정식에 감염된 요즘 음악계는 ‘대중음악도 이렇게 만들어져 나올 수 있다’는 사실을 반성해야 한다. 60년대에 대한 추억과 회고가 아닌 지금 음악계에 대한 경고장이다(앨범은 본고장에서는 2004년 가을에 발매되었으나 국내에서는 2005년에 나왔다).

BEST MUSIC 10(라이선스 발매 음반에 한함)

1. 브라이언 윌슨 <Smile>(워너뮤직) 2. 피더 <Pushing The Senses>(포니캐년) 3. 롤링 스톤스 <A Bigger Bang>(EMI) 4. 부카 킹스 <The Renaissance>(T엔터테인먼트) 5. 원도연 <V.1>(강앤뮤직) 6. 로라 베어스 <Year Of Meteors>(워너뮤직) 7. 토리 에이모스 <The Beekeeper>(소니BMG) 8. 시아라 <The Goodies>(소니BMG) 9. 두번째 달 <2nd Moon>(라임라이트뮤직) 10. 거미 <For The Bloom>(YG엔터테인먼트)

새트리아니-바이-페트루치가 펼치는 궁극의 기타 배틀, G-3 <Live In Tokyo>

전영혁/ KBS-FM <전영혁의 음악세계> DJ

최악의 음반 불황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2005년은 역으로 내실있는 좋은 앨범들이 많았다. 10편의 리스트 외에도 에릭 존슨, 브라이언 브롬버그, 드림씨어터, 마젤란, 쉐도우 갤러리, 라크리모사, 시구르 로스, 팻 메시니 그리고 일본 아티스트인 히로미와 프라이드 프라이드 등의 앨범이 좋았다. 한편 The Bird, J-Breaker, Prelude, 곽윤찬, 송영주, 서지나 Omega3, 강인오 등의 신선한 국내 앨범들도 많았고 <위대한 손기정>(살타첼로/피터 쉰들러), <독도를 위한 기도>(마이클 호페) 같은, 우리가 해야 할 음악을 부끄럽게도 외국 뮤지션들이 대신 발표하기도 했다.

기타로 세계를 평정하겠다는 G-3는 오래전 퓨전 3인방(존 맥러플린, 파코 데 루치아, 알 디 메올라)이 펼쳤던 <Friday Night In SanFrancisco>의 일렉트릭판이라 할 수 있으며 현존하는 일렉트릭 기타의 무림 고수들로 군림하고 있는 조 사트리아니, 스티브 바이, 에릭 존슨, 잉베이 맘스틴, 존 페트루치 등이 의기투합하여 펼치고 있는 G-3 시리즈의 3탄이다.

물론 올해의 앨범은 G-3의 <Live In Tokyo>다. 조 사트리아니, 스티브 바이, 존 페트루치로 펼쳐진 이 실황 앨범은(베이시스트 빌리 쉬한, 드러머 마이크 포트노이 협연) 기타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은 물론 록기타리스트가 되고자 하는 지망생에게도 출중한 교과서가 될 것이다. 두장의 CD에 존 페트루치(2곡), 스티브 바이(3곡), 조 사트리아니(3곡), The G-3 Jam(3곡) 등 총 108분의 러닝타임(콘서트 완판)을 담았다. 앨범의 백미는 당연히 The G-3 Jam이다. 지미 헨드릭스의 <Foxey Lady>, ZZ Top의 <La Grange>, 딥 퍼플의 <Smoke On The Water> 등 3곡의 잼은 청자를 무아지경으로 안내한다.

<Live In Concert> <Live In Denver> <Live In Tokyo>까지 G-3 라이브는 CD로 들어도 좋지만 AV로 보고 들으면 그 감흥은 배가 된다. CD는 모두 국내 발매되었으며 DVD도 수입되어 있다. 아예 모두 컬렉션해두면 폭발적인 사운드를 즐기시는 분들에게 두고두고 카타르시스를 안겨줄 것이다.

BEST MUSIC 10

1. G-3 <Live In Tokyo>(소니BMG) 2. 얀 가바렉 <In Praise Of Dreams>(수입) 3. 사비나 야나토우 <Sumiglia>(수입) 4. 찰스 로이드 <Jumping The Creek>(수입) 5. 아릴르 안데르센 <Electra>(수입) 6. 마이클 갈라소 <High Lines>(수입) 7. 이언 앤더슨 <Plays Orchestral Jethro Tull>(수입) 8. 존 웨튼, 제프리 다운즈 <Icon>(수입) 9. 스티브 헤킷 <Metamorpheus>(수입) 10. 영화 <코러스> O.S.T(워너뮤직)

힙합의 최전선이 들려주는 물 흐르는 듯한 사운드, 카니예 웨스트 <Late Registration>

최민우/ 대중음악평론가·대중음악웹진 <weiv>(www.weiv.co.kr) 편집장

오늘날 미국의 힙합 신은― 예전 로큰롤이 그랬듯― 가장 야심만만하고 건방지며 탁월한 감각을 지닌 뮤지션들이 군웅할거하고 있는 곳이다. 그만큼 유행이 빠르고 경쟁도 치열하며 그들이 겪는 성공과 몰락의 일대기는 고드름처럼 뾰족한 그래프를 그린다. 시카고 출신의 래퍼이자 프로듀서인 카니예 웨스트는 그 살벌하고 화려한 경쟁 속에서 2004년과 2005년을 온전히 자신의 해로 만들었다. 제이-지(Jay-Z)와 같은 유명 힙합 뮤지션의 곡을 프로듀스하면서 인정받아온 그가 2004년 자신의 첫 데뷔 음반 <Collage Dropout>을 발매했을 때 사람들은 이 음반이 그가 보여줄 수 있는 최대한의 능력을 발휘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음반의 내용물은 출중했다.

그러나 <Late Registration>을 듣다보면 <Collage Dropout>이 마치 습작에 불과했던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만약 좋은 음반의 조건이 다양한 시도를 일관성있게 조직하면서 그것들을 대중적 감성과 조화하는 것이라면 <Late Registration>은 2005년에 발매된 음반들 중 이 조건을 가장 만족스럽게 구현한다. 그를 유명 프로듀서로 만든 재기 넘치던 ‘샘플 장난’이 줄어든 대신 이른바 ‘클래식 솔’(classic soul)에서나 느낄 수 있던 느긋하고 흥겨운 감흥에 만화경처럼 화려한 사운드와 비트가 정교하게 맞물린다. 듣는 이들은 행복해진다. 랩·힙합의 영역을 넘어서는 거대한 팬을 거느리기에 모자람이 없으며, 힙합이 우리 시대의 가장 창의적이고 생기 넘치는 음악이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음반.

BEST MUSIC 10(라이선스 발매 음반에 한함)

1. 카니예 웨스트 <Late Registration>(유니버설뮤직) 2. 시스템 오브 어 다운 <Mezmerize>/<Hypnotize>(소니BMG) 3. 블록 파티 <Silent Alarm>(서울음반) 4. M83 <Before The Dawn Heals Us>(와우뮤직) 5. 콜드플레이 <X&Y>(EMI) 6. 디페시 모드 <Playing The Angel>(EMI) 7. 하드-파이 <Stars Of CCTV>(워너뮤직) 8. 고릴라즈 <Demon Days>(EMI) 9. 피오나 애플 <Extraordinary Machine>(소니BMG) 10. 시구르 로스 <Takk>(EM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