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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의 진화, 이야기의 퇴화, <언더월드2: 에볼루션>
정재혁 2006-02-21

진화(evolution)는 변종에서 시작한다고 했던가. 늑대인간과 뱀파이어의 전투를 그린 <언더월드>의 후속편 <언더월드2: 에볼루션>은 변종의 캐릭터에서 시작한다. 박쥐에게 물린 뒤 변형 유전자로 인해 악독한 뱀파이어가 된 마커스(토니 커랜)는 빅터(빌 나이)에게 감금되어 있는 쌍둥이 형제 늑대인간 윌리엄을 풀어주고 세상을 지배하려 한다. 반면, 빅터에게 가족을 잃게 된 셀린느(케이트 베킨세일)는 복수를 감행한 뒤 뱀파이어와 늑대인간 모두에게 쫓기는 신세가 되고 또 다른 변종 마이클(스캇 스피드맨)- 늑대인간과 뱀파이어의 혼혈- 은 윌리엄이 갇혀 있는 관의 열쇠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마커스의 표적이 된다. 세상을 지배하기 위한 두 종족의 혈투 속에 마커스와 셀린느의 최후의 전투가 벌어진다.

웬만한 주연급 캐릭터를 동시 출동시켰던 <에이리언 vs 프레데터>, <제이슨 대 프레디> 같은 영화들은 두 캐릭터가 가지는 매력의 시너지 효과를 목표로 했다. 같은 의미에서 <언더월드2: 에볼루션>도 늑대인간과 뱀파이어의 시너지 효과가 중요한 영화다. 이미 1편에서 두 캐릭터의 조화로 재미를 봤던 제작진은 후속편을 준비하면서 무언가 더 진화된 것을 원했다. 그래서 마커스는 박쥐의 날개를 갖게 되었고, 유일한 합종인 마이클은 늑대인간과 뱀파이어의 피를 공유하게 됐다.

하지만 캐릭터의 진화에도 불구하고 이야기는 퇴화(devolution)의 기색이 짙다. 전편에서 보여주었던 회색도시의 차가운 배경과 종족의 경계에 대한 공포는 사라졌고, 매트릭스식 총탄신과 피 튀기는 폭력이 난무한다. 물론 몇몇 장면은 눈에 띌 정도로 인상적이다. 셀린느와 마커스의 최후 대결에서 뱀파이어 부대가 늑대인간의 공격으로 인해 점차 변태하는 장면은 아군이 곧 적군이 되는 종족간 전쟁의 이면을 보여주며, 아들을 죽이러 찾아온 셀린느에게 수혈해주는 알렉산더 코르비누스(데릭 자코비)의 모습은 불멸자의 애환을 보여준다.

그러나 영화는 시종일관 과장된 액션으로 드라마의 흐름을 이어가지 못하며, 늑대인간에 뱀파이어, 게다가 변종의 캐릭터까지 동원했지만 색다른 재미를 보여주지 못한다. 결투에서 승리한 셀린느는 희망을 보았다고 읊조리지만 영화를 본 관객에겐 의심스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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