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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죽거리 잔혹사>의 코믹 버전? <방과후 옥상>

남궁달(봉태규)은 머피의 법칙의 산증인이자 화신이다. 나름의 최선책을 택해도 반드시 그 이상의 불행한 사태를 접하고 만다. 이 때문인지 왕따의 운명을 피할 도리가 없고 학교의 불량한 친구들에겐 너저분한 노리갯감이다. 왕따클리닉을 다니느라 1년간 휴학하고 새로운 학교로 새 출발하는 날, 남궁달은 여전히 과거가 반복될까 두렵다. 등굣길에 왕따클리닉에서 알게 된 마연성(김태현)을 만나 왕따 피하는 ‘비책’을 전수받지만, 머피의 법칙 그 자체인 남궁달에게 비책은 늘 그러하듯 황천행 티켓이 된다. 하필 성질 못된 학교 짱 강재구(하석진)를 건드려 “방과후 옥상에서 보자”는 사형선고를 받아놓는다. 남아 있는 생존 가능 시간을 최대한 연장해보려는 남궁달은 마연성의 조력을 받아 갖가지 작전을 펴보지만 번번이 사태는 더 꼬여간다. 그런 그를 역설적으로 구원해주는 건 외부의 적들이니 남궁달 생애의 첫 야심찬 퍼포먼스가 슬슬 적중해 들어간다.

학교 꼭대기에 걸려 있는 ‘공문고등학교’ 간판에서 우연찮게 첫자의 ‘ㅇ’이 떨어져 나간다. 하여 고문고등학교. 남궁달 같은 약자들은 하루하루가 실로 고문이요 지옥이다. 그 현실이 사회라고 다를 바 없으니, 악순환의 고리에서 탈출하는 길은 용기와 배짱이 아니겠느냐고 되묻는 반전이 기다린다. 봉태규의 첫 단독 주연작 <방과후 옥상>은 위트와 코믹의 리듬감에 휴머니즘을 긴 호흡으로 흘려보낸다. 옥상 혈첩이나 고교 졸업 뒤의 후일담 같은 구성이 <말죽거리 잔혹사>의 코믹 버전으로 보이게 한다.

이 코믹 버전은 <두사부일체>를 포함한 다른 학교괴담들과 달리 교사나 교육제도를 갈등의 축으로 두지 않는다. 평화와 구원은 오로지 제도 안에서 찾아야 한다. 다만, 학교 짱 재구의 권력이 정직하고 멋진 방식으로 유지되지 않도록 만들어놓았다. 문제풀이를 위해서다. 제왕의 정직하지 못한 힘이 응징의 부메랑으로 돌아오리라는 믿음의 법칙이 왕따를 구원하는 것이다. 동시에 대항 권력일수록 그 권위는 반드시 정직함에서 나와야 한다, 는 규칙이 작동한다. 일종의 휴머니즘 판타지다. 왕따가 이기는 정도(正道)는 참으로 멀고도 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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