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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후와 전조로 가득 찬 최루성 서사극, <앙코르>

가수 자니 캐시의 인생과 명곡을 함께 묶은 드라마 <앙코르>

자니 캐시의 인생을 다룬 <앙코르>는 쇼비즈니스의 경험담들이 풍만하지만 러브스토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몇 호텔방들이 망가지고 <맨 인 블랙>(조니 캐시의 노래이자 검은 옷을 즐겨 입던 그의 닉네임- 역자)은 말썽에 휘말렸다가 결국 다시 구제된다. 하지만 캐시(와킨 피닉스)가 추구한 것은 성공이나 인기나 구원이 아닌 일생에 걸쳐 간직한 동료 컨트리 가수 준 카터(리스 위더스푼)에 대한 갈망이었다.

한 예술가의 모순적인 삶을 노래하다

길 데니스와 함께 쓴 시나리오를 제임스 맨골드가 감독한 <앙코르>는 음악과 함께 징후와 전조로 가득 찬 최루성 서사극이다. 캐시의 모든 명곡들을 그때그때 준과의 관계를 보여주며 들려주는 영화는 때론 사납게 보여도 제목마냥 내내 얇고 곧은 선을 그으며 펼쳐 보여준다. 캐시의 모순들을 최소한 이렇게 까지 설명해줄 수 있다는 면에서 <앙코르>는 어느 정도 좋은 반응을 얻어낼 성싶다.

동시대인이자 위대한 미국인 레이 찰스에 비견될 예술가가 아니었다고 쳐도, 2004년 오스카상에 걸맞은 할리우드 영화 <레이>가 <앙코르>의 지침이자 피할 수 없는 비교가 될 테지만, 논쟁의 여지는 있지만 캐시는 더 위대한 아이콘으로 불릴 수 있다. 레이 찰스는 음악적 천재였지만 조니 캐시는 1968년 앨범 <폴섬 교도소의 조니 캐시>가 보여주는 의로운 불법주의의 한 표현이었다(비틀스의 “페퍼 상사”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지금 우리가 아는 대로 실생활의 반영도 아니었다). 적절하게 <앙코르>는 캐시가 폴섬에 들어오며 들리는 창창거리는 소리들과 함께 시작된다. 그는 라디오에서 흘러 나오던 카터 패밀리의 소녀, 10살 난 준의 목소리를 떠올리며 알칸사의 뉴딜 당시 공공사업 추진국에 의해 운영되던 다이스 농장에서 보낸 유년 시절을 회상한다.

상당히 느릿한 극 진행은 136분이 지나서야 캐시 동생의 우연한 죽음(레이 찰스도 경험한 유년의 충격적 경험)에 이르게 된다. 주인공은 군대에 가입하게 되고(여기서 그는 준을 또 경험하고 1951년 B급영화 <폴섬 교도소 벽 너머에>를 보고 <폴섬 교도소 블루>의 가사를 한줄 한줄 쓰게 된다), (웨일론 말로이 페인이 신들리게 연기한) 선 레코드의 스타였던 로코빌리 제리 리 루이스, (타일러 힐튼이 완전히 도취해 연기한) 엘비스 프레슬리와 함께한 폭발적인 투어. 그리고 마침내 아름답게 등장하는 준.

피닉스는 가부키식 절제를 통해 감흥어린 표현과 몸동작으로 노련하게 집중해 본질적으로 자신을 없애버리는 연기를 보여준다. 다소 외향적인 위더스푼의 준은 강한 의지와 튀는 성격을 가진 큰 머리 스타일의 큐비 인형 같다. 캐시의 첫 부인(지니퍼 굿윈)이 부르주아 출신의 고집 센 여자였던 반면 준은 이내 캐시의 감수성과 재능을 알아보고 그를 예언자로 만들어버렸고 40년이 지나서도 캐시는 그때를 말했다. 건강하기도 고통스럽기도 했던 그들의 긴 교제는 주로 무대를 통해 보여진다. 쇼비즈니스가 점지한 결혼이었으니 영화는 (둘의 실제 삶처럼?) 청중 앞에서 찍은 그들의 듀엣을 통해 사랑을 느끼게 해준다.

도대체 무엇이 조니 캐시를 있게 했을까? <빌리지 보이스>에 실린 톰 스머커의 추모사에 동조하며 난 감히 캐시가 어린 시절을 보냈던 뉴딜 정책하의 (우연치 않게 모두 백인들만 있던) 집단 농장에서의 경험이 그의 사회적 가치와 음악적 가치에 영향을 끼쳤다고 말하고 싶다. 알마냑 싱어스나 우디 거스리가 다이스 농장에서 연주한 적이 있었던 걸까? 성경학교 출신의 포크송 가수 밥 딜런의 영적인 이복형제인 캐시는 독특한 그만의 분위기가 있어, 마틴 스코시즈의 밥 딜런에 대한 다큐멘터리처럼 특별한 다큐멘터리가 나와야 그걸 잡아낼 수 있으련만. 한때는 위험했고 온화한 노동자 계급의 영웅, 찬송가를 부르는 크리스천, 피 흘리는 심장을 지닌 미국 전원의 전형적인 시골 남자, 어느 정도 엘비스 프레슬리와도 같고 어느 정도 존 웨인과도 같지만 그들보다 더 호감이 가는 사람이었던 캐시는 풍부하고 매력적인 인물을 만들어냈다. 그런 캐시를 흉내내려 하다니.

사실 <앙코르>나 <레이>도, 지난해에 나온, 문화적 중요성을 갖지 못했던 한계를 지닌 한 공연가, 바비 대런의 무심함을 케빈 스페이시가 감독하고 주연해 나름대로 표현한 영화, 분명 나쁜 영화임에도 이상하게 끌어당기는 힘을 지녔던 심리극 <비욘드 더 시>(Beyond the Sea)가 가진 매력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 <앙코르>는 집착적이지 않고 너무 진지해서 따분하기까지 하다. 영화가 끝나도 별로 생각할 거리를 주지 못하고 빼어난 흉내쟁이들의 텅 빈 노래만 들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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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이담형| 2005.11.15 짐 호버먼은 미국 영화평단에서 대안영화의 옹호자로 가장 명망이 높은 평론가로 <빌리지 보이스>에 기고하고 있습니다. <씨네21>과 <빌리지 보이스>는 기사교류 관계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