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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 그칠 틈이 없는 영화, <달콤, 살벌한 연인>
김혜리 2006-04-14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입만 열면 경박한 요즘 여자를 비난하는 대학 강사 황대우(박용우). 하지만 만성 요통이 도지는 밤이면 어루만져줄 누군가를 꿈꾼다. 알쏭달쏭한 눈빛을 한 이웃 여자 이미나(최강희)가 데이트 신청을 받아준 날, 그의 인생은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을 맞이한다. 그러나 미나에게는 피비린내 나는 비밀이 있다. 옛 남자친구가 찾아와 폭력을 휘두르고 룸메이트 장미(조은지)의 남자친구가 개입하면서 그녀의 비밀은 자꾸 불어난다. 박용우가 <반칙왕>의 송강호를 연상시키는 꼼꼼한 코미디 연기를 보여준다. 손재곤 감독에 따르면 <달콤, 살벌한 연인>은 “오랫동안 스릴러영화만을 준비해오던 감독이 로맨틱코미디를 만들었을 때 나올 수 있는 영화”다. 스릴은 그리 독하지 않지만 웃음만은 그칠 틈이 없는 영화다.

중편 <너무 많이 본 남자>

엄청나게 저렴한 예산과 기발한 재미로 2000년 부천 국제영화제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손재곤 감독의 디지털 비디오 영화. 앞집 여자의 몰카를 찍던 남자는 우연히 살인 현장을 캠코더에 담는다. 도주하던 남자는 살인범의 둘째 희생자가 되지만, 증거가 녹화된 비디오테이프는 동네 대여점 반납함에 이미 들어간 다음이다. 졸지에 대여점 비디오를 모조리 보게 된 살인자. 장르의 범위를 좁혀보려고 안간힘을 쓰지만 족족 실패하고, 자포자기 상태로 영화를 섭렵하던 살인자는 브라이언 드 팔마를 거쳐 히치콕 감독의 신도로 거듭난다. 이 영화에 나오는 <진도희 베스트> 테이프는 <달콤, 살벌한 연인>이 작품이 일으킨 반향으로 손감독은 2편 <감독 허치국>을 찍었고 이어 방송 코미디 대본과 <재밌는 영화> 시나리오 작업을 거쳐 입봉하게 됐다.

살인에 대처하는 그들의 자세

제작진은 이 영화의 18세 관람가 등급 결정에 크게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유 중 하나는 ‘살인’을 애초에 무거운 모티브로 다루지 않았다는 확신 때문일 듯하다. <달콤, 살벌한 연인>의 인물들은 살인 자체보다 그것이 일상에 끼치는 민폐에 더 화를 낸다. 본말전도형 유머다. 변호사는 살인 소식에 “웬만하면 참지”라고 혀를 차며 벽지에 피 닦는 법을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하고 룸메이트는 시체가 벽장을 차지하자 “옷 걸 데가 없다”고 불평한다. 애인의 악취미에 대한 남자의 반응도 대동소이하다. “한두 명이면 어떻게 넘어가보려 했는데!”가 그의 한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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