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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자를 부수고 나온 21세기형 비너스, 스칼렛 요한슨 [2]
박혜명 2006-04-18

거침없는 성격, 지독한 일중독자

마이클: (트레일러 문을 두드리며) 안에 있는 거 다 아니까 대답 좀 하지요? 사람을 오라고 했으면 대꾸를 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스칼렛: (문을 열더니) 들어오세요. 마이클: 무슨 일인데 그래요. 스칼렛: 이완하고 찍을 베드신 말인데요, 감독님. 저요, 이 빌어먹을(motherfucker) 싸구려 브래지어 도저히 못 입겠어요. 벗고 할래요, 젠장(fucking naked). -2005년 미국 어딘가, <아일랜드> 촬영장

스칼렛 요한슨은 활달한 것 이상으로 직선적이고 거침없는 성격의 소유자다. 유명세를 얻음과 동시에 사생활을 모두 뺏긴 삶이 너무 싫다고 인터뷰마다 길게 불평을 늘어놓는다. “하물며 남동생이랑 외출을 해도 다음날 신문에 남자친구 생겼다고 사진이 실린다. 난 그런 데 적응 못한다. 적응하고 싶지도 않다.” 반면에 그는 “차 안에서 섹스를 하는 건 정말 섹시하다고 생각한다. 이왕 화끈하게 할 거면 뒷좌석이 좋다”든가 “얼마 전 호텔 엘리베이터 안에 어떤 남자배우와 단둘이 탔는데 분위기가 정말 후끈하고 섹시했다”는 종류의 이야기도 곧잘 한다. <아일랜드> 때의 브래지어 사건은 결국 스칼렛의 양보로 끝났다. 마이클 베이는 “우리 PG-13등급 받자”는 말로 여주인공을 겨우 달랬다. 베이는 한 인터뷰에서 “보통은 여배우들이 ‘감독이 베드신을 찍을 때 자제해야 할 것들’ 같은 목록을 준다. 브래지어를 벗겠다는 말은 안 한다. 베드신 찍으려고 여배우 속옷 입히느라 고생한 감독은 아마 지구상에 내가 처음일 것”이라고 장담했다.

<아일랜드>

<매치 포인트>

평소에는 대개 괴팍함을 누그러뜨리고 밝고 위트있게 구는 여배우 스칼렛 요한슨은 지독한 일중독자이기도 하다. “나도 조절을 못할 정도다. 만날 엄마가 ‘잠 좀 자렴, 뭐가 문제니’ 한다. 늘 하루의 절반은 녹초가 되어 살면서도 휴식시간을 갖는 순간 불안해져서 다시 일할 수밖에 없다. 궁극의 만족을 찾아 죽는 날까지 일을 하며 살 것 같다. 편안한 상태는 절대로 원하지 않는다.” 요한슨은 우디 앨런의 <매치포인트>와 마이클 베이의 <아일랜드> 촬영 때 두 작품의 촬영 기간이 겹쳐 런던과 LA를 한동안 비행기 왕복하는 일도 감수했다. “모든 것이 지나치게 정확한 사람”이라고 요한슨이 혀를 내두른 우디 앨런 감독은 그녀에 대해 “정확히 오전 7시에 런던에 도착해 복잡하고 드라마틱한 장면들을 소화해냈다”고 칭찬하기도 했다.

조숙함과 반항심, 두 에너지의 상충과 공존

우디 앨런: “예쁘고 젊고 섹시하고 총명하고 유머있고. 그녀는 모든 걸 다 가졌다.” 피터 웨버: “그녀의 에너지와 열정은 끝이 없다. 똑똑함과 독특한 성적 매력도 지녔다.” 소피아 코폴라: “스칼렛은 굉장히 쿨하고 지혜로운 연기자다. 내적으로 성숙함을 지닌 사람이다.” 로버트 레드포드: “<호스 위스퍼러> 촬영 중에 ‘내 자신이 영향받지 않으면서 캐릭터의 감정을 조절하는 법을 깨달았어요’라고 말했던 아이다. 스칼렛은 서른살 같은 열세살이었다.”

<판타스틱 소녀백서>

<호스 위스퍼러>

요한슨의 에너지와 열정은 고스란히 그녀의 캐릭터 속으로 침투한다. “나는 다른 성인배우들처럼 가족을 부양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그녀는 <호스 위스퍼러>를 끝낸 뒤 자기가 하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판타스틱 소녀백서>의 괴짜 레베카와 <그 남자는 거기 없었다>의 롤리타 버디를 택했다. 엄마를 제외하고 에이전시의 다른 매니저들의 반대가 만만찮았다. 요한슨은 한마디로 응수했다. “제가 어떤 영화를 하고 싶어하는지 아직도 모르시겠어요?”

고전기 할리우드 여배우들과 맥이 닿아 있는 외모, 중세시대 그림 속에서 튀어나온 듯한 육감적인 몸매만으로도 스칼렛 요한슨은 이 시대의 여신 노릇을 하기 충분하다. 줄리아 로버츠, 멕 라이언, 카메론 디아즈, 기네스 팰트로, 니콜 키드먼 등 귀엽거나 차가운 매력으로 일관해온 20세기 말의 깡마른 은막 스타들이 보여줄 수 없었던 여성상을 스칼렛 요한슨은 보여줄 수 있는 여배우다. 요한슨과 함께 “누아르 형식의 누아르가 아니라 그 자체가 누아르”라고 하는 <블랙 달리아>를 찍은 브라이언 드 팔마처럼 어떤 감독들은 그녀에게서 할리우드 고전기 시대의 매혹을 되찾으려 할 수도 있고, 또 어떤 감독들은 피터 웨버처럼 요한슨의 외모가 가진 회화적 느낌을 빌리고 싶어할 수도 있다.

미국 월간지 <베니티 페어> 표지

스칼렛 요한슨이 타고난 것은 그것만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레이스, 버디, 레베카, 그리트, 샬롯 그리고 노라 라이스까지 요한슨의 캐릭터들은 모두 세상과 타협하기 이전에 소외당하거나 스스로 일탈했다. 할리우드 (남자) 반항아 계보에서나 찾을 수 있었던 투박한 반항심과 고집이 이들에게도 있다. 요한슨이 떳떳한 성인의 나이에 이르러 거침없이 육체적 관능미를 드러내는 것도 그저 독특한 체형 자랑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해방시키고 싶은 욕망의 실현이 아닐까. “내가 남들의 시선 때문에 다이어트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못박은 뒤 남들의 시선을 고려하지 않은 몸매로 누드 촬영에 나선 그녀는, 이제 스물두살밖에 되지 않았다. 몸무게를 어떻게 줄일까 고민하다 깜찍한 바비인형 곁에서 낮잠이 들어도 용서가 될 나이에 그녀는 사람들의 고정관념에 응하지 않으며 자기 자신을 완성해가고 있다. 조숙함과 반항심이라는 공존하기 어려운 두 가지 에너지를 상충시키면서. 스칼렛 요한슨은 액자 속에 가둬지지 않는 21세기형 비너스다.

스칼렛의 ‘아저씨’ 파트너 열전

24살 차이는 기본, 1936년생까지 두루 섭렵

스칼렛 요한슨은 지난해 여름 <플레이보이>와의 인터뷰에서 가장 참기 힘든 루머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고 “내가 서른살 이상하고만 연애할 거라고 떠드는 소리”라고 딱 집어 이야기했다. 이런 루머가 돌 수밖에 없었던 까닭은 그녀가 영화 속에서 유독 아저씨들과 어울렸기 때문이다. 요한슨은 요즘 <블랙 달리아> 촬영장에서 만난 1978년생 꽃미남 배우 조시 하트넷과 열애 중이다. 두 사람의 행복을 빌어주며, 과거 요한슨이 어떤 아저씨들과 어울렸는지 살펴보자.

로버트 레드퍼드(<호스 위스퍼러>(1998)) 1936년생 요한슨의 파트너 중 최고령자다. 요한슨 당시 13살. 자그마치 48살차. 촬영장의 모든 스탭이 감독을 ‘밥’(Bob)이라고 부르는데 요한슨만 ‘부이’(Booey)라고 불렀다. “사정을 이야기하자면 정말 길고, 간단히 말하면 밥이라고 부르는 게 이상해서 그랬다. 부이는 나를 부(Boo)라고 불렀다. 캐스팅 논의로 처음 만났을 때 이야기가 정말 잘 통하는 걸 느꼈다.”

빌 머레이(<사랑도 통역이 되나요?>(2003)) 1950년생 영화 속에서는 솔메이트와 다름없는 사이. 요한슨 당시 19살. 나이차 34살. 빌 머레이를 처음 보는 순간 눈앞에서 별이 번쩍이는 느낌이었다고. “내가 살면서 그런 느낌 받아본 적이 몇번 없다. 패트릭 스웨이즈, 빌 클린턴 정도 봤을 때 그런 아찔한 느낌을 받았는데 빌을 처음 보는 순간, ‘어머, 이게 생시야. 진짜 빌이야?’ 했다.”

빌리 밥 손튼(<그 남자는 거기 없었다>(2001)) 1955년생 여고생 버디가 이발사 에드에게 주려고 했던 기쁨은 절대 미성년자 상상 불가. 요한슨 당시 17살. 나이차는 29살. 요한슨은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읽고 나서 자기가 빌리 밥 손튼의 이발사 역을 맡게 되면 얼마나 좋을까 했단다. “빌리 밥은 집중력이 아주 좋다. 두뇌회전도 굉장히 빨라서 그 사람을 보고 있으면 머리가 돌아가는 게 다 보인다. 그와 연기를 하면 내 대사와 동작이 그 사람의 연기 속에 거울처럼 반사되는 느낌을 받는다. 그는 정말 머리 좋은 배우다.”

콜린 퍼스(<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2003)) 1960년생 그나마 젊은 축에 속하는 상대배우. 요한슨 당시 19살. 나이차는 24살. 요한슨은 이 영화를 찍는 동안 콜린 퍼스를 자신의 상대역으로서 너무나 사랑했다고 한다. “영화 안에서 보자면 그와 나는 별개의 세상을 사는 사람이다. 그는 나를 도와줄 사람이 아니므로 나는 나 혼자 살아남아야 했다. 촬영일이 하루하루 지나갈수록 베르메르에 대한 사랑은 점점 커져만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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