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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끌벅적한 동물의 대이주 프로젝트, <아이스 에이지2>
이종도 2006-04-18

‘노아의 방주’는 어떻게 빙하기에 이어 해빙기를 슬기롭게 넘어서는가. 3D애니메이션 <아이스 에이지2>는 전편에 이어 다른 종의 동물끼리 어깨를 ‘겯고’ 나갈 때 위기를 넘어설 수 있다고 말한다. 맘모스 매니(레이 로마노), 호랑이 디에고(데니스 리어리), 나무늘보 시드(존 레기자모)는 해빙기의 대홍수를 피해 피란을 간다. 물속엔 광포한 물고기떼가 위협을 가하고, 뭍에선 얼음기둥과 물기둥이 쏟아지고 터져나온다. 속편은 그러나 이런 환경의 위기가 아니라, 실존적인 위기를 더 강조한다. 매니는 맘모스가 자신을 제외하고 멸종했다는 놀림을 받고 고민에 빠진다. 피난길에 또 다른 맘모스 엘리(퀸 라티파)를 만나지만, 엘리는 자신을 주머니쥐라고 믿는다. 매니 3총사의 우정에서, 자기 존재의 지속에 대해 고민하는 매니와 매니의 짝이 될지도 모르는 엘리 사이의 연애로 이야기의 축이 바뀐 것이다. 여기에 곁가지로 나무늘보 시드의 이야기가 들어선다. 시드는 자신을 복제한 듯한 나무늘보떼의 열광적인 환영을 받으며 그동안 받은 박대와 푸대접에서 벗어난다.

그렇다면 시끌벅적한 동물의 대이주 프로젝트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자기 정체성이다. 매니는 왜 나는 혼자인가라고 물으며, 엘리는 왜 나는 주머니쥐인데 맘모스라고 불리는가라고 묻고, 시드는 왜 나는 존중받지 못하는가라고 묻는다. 여기에 전편에 이어 뜬금없이 등장하며 웃음을 선사하는 도토리 쫓는 다람쥐 스크랫이 등장한다. 스크랫은 시시포스처럼 끝없이 도토리를 잃어버리면서도 다시 도토리를 찾아야 하는 운명의 쳇바퀴 속을 돈다.

단조로울 수 있던 전편의 빙하기 전경보다 그림은 훨씬 역동적이지만, 이야기의 흐름은 여러 조각으로 나뉘어 더디고 힘이 없다. 대이주 프로젝트에서 한몫 챙길 궁리를 하는 독수리들의 합창, 시드 앞에 나타난 복제 시드들의 집단 매스게임과 합창 등 뮤지컬 측면이 약한 이야기를 떠받치고 있지만 스크랫의 무의미한 도토리 쫓기보다 재미가 없다. 실존적인 고민의 실마리를 풀다 말고 집단적인 소속감으로 해결을 보려하는 안이함도 불편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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