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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의 전당] <대통령의 음모: 특별판>
ibuti 2006-05-05

미국 정치와 언론에 대한 논평

1972년 6월17일 워싱턴 D.C.의 워터게이트 빌딩에서 다섯명의 괴한이 체포된다. <대통령의 음모>는 단순 절도죄로 묻힐 뻔했으나 2년 뒤 닉슨의 사임을 예고한 이 사건을 집요하게 파헤친 밥 우드워드와 칼 번스테인의 이야기다. 전작 <암살단>에서 사건을 쫓다 희생되는 신문기자의 모습을 빌려 음모와 암살의 시대를 통감한 앨런 J. 파큘라는 워터게이트 사건의 영화화에 더없이 어울리는 감독이었으며, 그에 부응하듯 <대통령의 음모>는 한 시대를 대표하는 고전으로 남게 된다. 그런데 당시 정보 제공자였던 ‘딥 스로트’의 정체가 2005년에 드디어 밝혀지면서 <대통령의 음모>가 덩달아 주목받은 적이 있다. 로버트 레드퍼드는 DVD의 음성해설에서 한 나라의 정치와 역사 그리고 윤리관을 재정립한 사건과 그에 충실한 영화가 대다수 미국인에게 그런 식으로밖에 기억되지 않는 게 미국의 현실이라며 걱정을 숨기지 않는다. 하긴 당시에도 그런 일이 없진 않았다. 닉슨이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다음해 포드는 베트남 전쟁의 종식을 공식 선언했다. 미국인 전체가 거짓말하는 아버지의 몰락 과정을 지켜보아야 했던 그즈음 정치성을 갖춘 뛰어난 작품들이 봇물 터지듯 나오자, 1977년 아카데미는 유례없이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작품 네편- <대통령의 음모> <네트워크> <택시 드라이버> <영광을 향해>- 을 작품상 후보로 내세운다. 그러나 작품상을 수상한 것은 <록키>였다. 결국 가장 비정치적인 영화를 선택함으로써 정치적인 상황을 연출한 아카데미는 실없는 코미디언이 되고 말았다. 제작 30주년을 맞아 선보이는 특별판 DVD엔 값진 자료들이 많다. 죽은 감독을 대신해 음성해설을 진행한 레드퍼드는 그가 사건 초기부터 우드워드와 연락을 취해 두 기자가 이후 쓸 책의 방향에 영향을 주었다는 사실 등을 풀어낸다. 음성해설 도중 현재 미국의 정치와 언론에 대해 따끔하게 일침을 놓는 핸섬가이 레드퍼드는 과연 조지 클루니의 선배로 모자람이 없다. 개리 라바가 연출한 3부작 다큐멘터리(62분) 또한 실존 인물과 제작진, 저널리스트와의 인터뷰를 통해 제작 과정을 밝히면서 미디어의 현실과 위기를 비평하는 걸 잊지 않으며, ‘딥 스로트의 미스터리’에 이르러 바른 언론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역설한다. 이에 더해 개봉 당시의 메이킹 필름(10분)과 몇년 전 죽은 제이슨 로바즈의 오래된 인터뷰를 수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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