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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로비츠를 위하여> 천재 피아니스트 경민 역의 신의재·김정원
정재혁 사진 오계옥 2006-06-10

신의재김정원, <호로비츠를 위하여>의 천재 피아니스트는 이 둘의 조합으로 완성된다. 남들보다 예민한 감성으로 피아노 선율을 흥얼거리던 소년 신의재는 독일 유학 뒤 피아니스트 김정원이 되어 돌아오기 때문이다. 그랜드 피아노가 놓인 웨스틴 조선 호텔 그랜드볼룸 홀에서 이 둘을 만났다. 어딘가 닮아 보이는 인상의 둘은 오랜만에 인사를 나눴고, 김정원 피아니스트는 준비 중인 국내 공연의 티켓을 의재에게 선물하겠다고 약속했다. 20년이 넘게 차이나는 세월을 같은 자리에서 마주하는 느낌, 어린 새싹과 이미 아름답게 익은 열매를 한꺼번에 바라보는 느낌. 이날 만남에는 꼬마 피아니스트 의재가 조금 더 일찍 도착했다.

신의재 | “제가 먼저 말걸고, 의재 눈치를 많이 봤어요. 의재가 절 좋아해야 했거든요.” 함께 연기한 엄정화의 말처럼 <호로비츠를 위하여>의 꼬마 피아니스트 신의재는 누구나 잘 따르는 맑고 명랑한 아이는 아니다. 영화의 캐릭터 경민처럼 누군가가 먼저 다가가 말을 걸어야 한마디 건네기 때문이다. 하지만 피아노 앞에서 의재는 어느새 다른 아이로 변하고 만다. “피아노를 보면 가서 치고 싶어요. 항상 엄마가 말리지만요.” 영화 속 경민이 마트에 있는 피아노를 연주했던 것처럼 의재도 항상 누군가의 앞에서 피아노치는 꿈을 꾼다. 가장 좋았다고 꼽는 장면도 지수(엄정화) 앞에서 피아노 연주를 하는 하우스 콘서트 장면이다. “그때 느낌은 정말 좋았어요. 촬영하면서 좀 떨리기도 했지만 하우스 콘서트 장면에선 떨리지도 않았고 자연스럽게 할 수 있었거든요.” 7살부터 피아노를 치기 시작해 3년째 건반을 두드리고 있는 신의재는 <호로비츠를 위하여>에서 초연치고는 매우 훌륭한 연기를 보여준다. 엄정화도 의재가 “대사에 감정을 담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의재는 <호로비츠를 위하여>를 시작하기 전까지는 TV도 모르고 살던 소년이다. “아는 배우요? 엄정화 누나랑, 박용우 형이요. 다른 사람은 몰라요.” 그래서 이번 영화를 위해선 TV 보는 연습도 했다. “TV도 보고 다른 아역 친구들이 나온 영화도 봤어요. <안녕, 형아> 같은.” 그러나 의재가 영화배우를 꿈꾸는 건 아니다. “지금은 피아노가 좋아요. 예전엔 피아니스트가 꿈이라고도 생각했지만, 그건 잘 모르겠어요. 다른 데에도 재능이 있다고 느끼거든요, 게임 같은.” 역시 의재도 또래 소년들처럼 온라인 게임에 재미를 느끼고 있다. 유학을 가거나, 피아니스트로 성공하는 일이 아직은 무겁게 다가가지 않는 모양이다. 천재라는 영화 속 캐릭터 때문에 부담도 있지만, 천진난만한 미소의 의재는 그냥 잊어버리려나보다.

김정원 | “의재군이요? 촬영장에서 많이 보진 못했지만 매우 기특하다고 생각해요. 저 나이에 저렇게 연주를 하는 게 쉽지는 않거든요.” 김정원 피아니스트는 의재의 손을 만지며 이렇게 얘기한다. “흔히들 얇고 가는 손가락이 피아니스트의 손가락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건 정말 틀린 생각이에요. 의재나 제 손처럼 유연성이 있고 두꺼워야 피아노치기 좋거든요.” 실제로 그의 손은 믿을 수 없을 만큼 휘어지고 뒤틀어졌다. 과연 피아니스트의 손이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였다. 5살에 피아노를 시작해 모든 걸 초스피드로 마스터한 김정원은 빈 국림음대 동창인 영화음악감독 이병우의 소개로 <호로비츠를 위하여>에 출연했다. “연기라고 생각하진 않았어요. 그냥 연주하면 된다고 했거든요. 다만 바람이 있다면 클래식 음악이 나의 출연으로 좀더 대중적인 인기를 얻는 거예요. 그것만 이룬다면 제가 해야 할 역할은 다 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는 그 이상으로 강렬했다.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연주하고 독일어로 대사하는 그의 모습은 지수와 관객의 눈물을 자아내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사실 원래 설정은 베토벤의 <황제>였어요. 근데 저는 라흐마니노프가 더 어울린다고 생각했죠. 좀더 격정적이고 감정의 흐름이 격하게 느껴지거든요.” 독일어 대사도 원래는 영어였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좀더 자연스럽게 구사할 수 있는 언어인 독일어로 대사를 바꿨고, 감독님의 오케이 사인을 받아냈다. “경민 역에 동감가는 부분도 많았어요. 사실 피아노를 쳤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꼈을 법한 에피소드들이거든요. 좀더 어려운 곡을 치고 싶어한다든가.” 하지만 그가 피아니스트로서 고민했던 지점은 경민과 조금 다르다. “사람 만나는 걸 매우 좋아해요. 근데 피아니스트들은 주로 너무 고독하잖아요. 그래서 내가 과연 피아니스트를 해도 좋은가라는 생각을 하긴 했죠.” 그는 예술가치고 매우 유쾌하다. 영화 속 근엄한 모습은 연주를 하는 순간뿐이다. “자신의 감정에 솔직한 연주가 좋은 연주”라고 말하는 그는 영화 속 주인공 경민이 꿈꾸던 모습 딱 그대로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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