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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예한 갈등 사이에 뒤엉킨 진실, <프리덤랜드>
이종도 2006-06-13

미국 북동부 뉴저지주 뎀프시 의료센터 응급실. 브렌다 마틴(줄리언 무어)이 코트와 손에 피를 묻히고 멍하니 정신이 나간 채 들어선다. 흑인 남자에게 차를 절도당했고, 그 남자가 밀쳐서 다쳤으며, 무엇보다 차 뒷자리에 몸이 안 좋은 네살배기 아들이 타고 있었다는 게 브렌다의 주장이다. 응급실로 관록이 느껴지는 로렌조(새뮤얼 L. 잭슨) 형사가 다급하게 들어선다. 낯익은 아이 납치 소재에 베테랑 형사가 나섰으니 이제 볼 만한 추리와 범인 검거가 시작될 듯하다.

그런데 브렌다의 주장은 어딘가 모르게 앞뒤가 맞지 않는 듯하고, 로렌조는 브렌다의 몽롱한 진술 덕분에 열받았는지 심한 천식으로 헉헉댄다. 병원은 흑인 거주지와 백인 거주지 사이에 있고, 로렌조는 흑인 거주지의 대부 격인 인물이며, 브렌다는 흑인 거주지에서 일하는 자원봉사자라는 게 드러나면서 영화는 ‘후더닛’(whodunit)에서 흑백 갈등의 드라마로 이동한다.

브렌다의 동생인 대니 형사가 사태에 끼어들면서, 오히려 영화는 사건 해결을 향해 나아가기보다는, 사건을 바라보는 각기 다른 반응들을 펼쳐보여주는 스펙트럼이 된다. 백인 경찰은 흑인 거주지를 폐쇄해 통행을 금지시키고, 사건 발생 지역의 백인들은 자기 자식을 잃어버린 양 흥분하며, 흑인 거주지에서는 모두가 뛰쳐나와 격앙된 감정을 표출한다. 융통성있게 흑인 거주지의 평화를 지켜온 형사 로렌조는 혼자 난감한 처지가 된다.

진실은 홀로 우뚝 서 있는 게 아니라 첨예한 입장들 사이에 뒤엉켜 있다. 흑백 갈등, 경찰과 민간인 사이의 갈등, 경찰과 경찰 사이의 갈등, 모성과 모성 사이의 갈등이 실타래처럼 꼬여들면서 아이의 행방은 묘연해진다. 난마 같은 현실 사이에서 진실을 되찾으려 분투하는 새뮤얼 잭슨과 갈등의 제공자로 신경쇠약적인 연기를 보여주는 줄리언 무어의 연기는 납득할 수는 있지만 최상의 것은 아니다. ‘후더닛’에서 갈등의 드라마로 비약하는 이야기의 복잡한 구조 탓일 것이다. 그러나 누구라도 첨예한 인종 갈등의 상황 속에서 명쾌한 해답을 얻어내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경찰과 주민 사이에 벌어지는 혈투 속에 상처를 입는 건 오히려 그런 해답을 애타게 찾아 나서는 새뮤얼 잭슨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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