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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과 허구 사이, <한반도>
정재혁 2006-07-08

경의선 개통 기념 행사장, 꽉 찬 행사장 한쪽에 늘어선 빈 의자들이 눈길을 끈다. 외국 인사들은 아무도 참석하지 않은 것.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흐르더니, 남쪽 대통령(안성기)의 휴대폰이 울린다. “경의선 개통을 불허한다고요?” 일본은 대한제국 시기에 맺은 조약을 빌미로 경의선의 모든 권한을 주장하고 나선다. 경의선 개통을 취소하지 않으면, 경제적 압박에 들어가겠다는 것. 앞으로 나아갈 수도, 뒤로 물러설 수도 없는 진퇴양난의 상황. 이때 일본이 제기한 문서에 찍힌 국새가 가짜라는 주장이 제기된다. 학계에선 퇴출된 사학자 최민재(조재현)가 진짜 국새의 존재를 입증하겠다고 나선 것. 이후 영화는 진짜 국새를 찾으려는 최민재와 진짜 국새가 있어도 없는 것으로 해야 한다는 이상현(차인표)의 대결로 진행된다. 이상현은 최민재의 학교 후배. 오늘날 일본은 대한민국에게 없어선 안 될 스폰서라고 믿는 현실주의자다. 국새를 둘러싼 논란 속에 대통령이 갑자기 쓰러지고, 국정은 국무총리의 권한 대행으로 이뤄진다. 국무총리 역시 우방이 원하지 않으면 통일도 포기할 수 있다고 믿는 현실주의자. 경의선에 대한 모든 권한을 일본에게 양도하기로 결정한다. 쓰러진 대통령은 깨어날 줄 모르고, 일본과의 조인식은 코앞으로 다가오는데….

사실과 허구 사이, ‘팩션’영화

강우석 감독의 신작 <한반도>는 역사적 사실에 허구를 가미한 ‘팩션’(faction)영화다. 풍부한 역사적 텍스트를 소재로 취하면서도 자유로운 상상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 오락성과 화제만을 좇아 역사를 왜곡한다는 비판도 있다. 최근 화제가 됐던 팩션영화로는 <다빈치 코드>와 <왕의 남자>가 있다. 기독계의 상영 반대로 논란이 됐던 영화 <다빈치 코드>는 종교적 사실에 상상을 가미한 영화다. 동명 소설 원작의 내용을 충실히 따르기 때문에, 논쟁의 대부분도 사실 책과 관련한 내용이다. 논쟁의 요지는 예수가 막달라 마리아와 결혼한 사이며, 자식도 있었다는 것. 영화는 흥행에 성공했지만, 책의 내용을 그대로 따라갈 뿐 영화적 재미를 살리지 못했다는 악평은 피하지 못했다. 올 상반기 최고의 흥행작 <왕의 남자>는 연산대의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한다. 영화는 남사당패의 광대 장생(감우성)과 동료 공길(이준기)의 이야기를 끌어들인다. ‘왕을 갖고 놀았던’ 이들의 애환과 사랑이 잘 묻어난 영화. 연산군과 공길, 장생과 공길 사이에 보인 동성애 코드가 화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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