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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디하게 재해석한 <왕자와 거지>, <가필드2>
이종도 2006-07-25

왕자의 꿈을 꾸는 거지와 거지의 꿈을 꾸는 왕자 가운데 누가 더 행복한가. 마크 트웨인의 동화 <왕자와 거지>의 상상 속에 가필드를 뛰놀게 하면 어떨까. 캘리포니아에서 동거인 존(존 브레킨 마이어)을 몸종 부리듯 하는 가필드에겐 사실 그런 꿈이 허무맹랑하다. 집에서 왕노릇 하지, 하루에 세끼 라자니아 간식 먹지, 칠면조 요리는 ‘행운의 뼈’만 존에게 주고 다 먹을 수 있는데다가, 테드 뉴전트의 <Cat Scratch Fever> 같은 헤비메탈을 마음껏 들을 수 있는데 왕이 무슨 대수랴. 단 가필드의 약점이 있다면 질투 대마왕이라는 거다. 존이 런던으로 출장 간 애인 리즈(제니퍼 러브 휴이트)에 몸달아하면서 가필드는 질투에 불타 죽기 직전이다.

한편 런던 근교 요크의 칼라일 성(하워드 성)에서 다지스 경(빌리 코놀리)을 제치고 유산을 상속하게 된 동물의 왕 프린스는 다지스의 음모에 휘말려 런던의 시궁창 속에 빠졌다가 존에게 구조되고, 존의 트렁크에 몰래 들어갔다가 런던 거리를 쏘다니던 가필드는 성의 집사에게 발견된다. 서로 비슷하게 생기는 바람에 운명이 뒤바뀐 가필드와 프린스는 낯선 운명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

<왕자와 거지>를 트렌디하게 재해석한 <가필드2>는 어린이들이 즐길 만한 에피소드로 버무렸지만 무엇보다 영화에 생기를 불어넣는 건 빌 머레이의 목소리 연기다. 의뭉스럽고 능청맞고 질투에 불타다가도 식탐에 넘어가고 마는 매력덩어리 가필드가 객석 앞으로 지나가는 듯한 느낌이다. 보수적이고 고풍스러운 영국 성에서 난리를 떠는 변덕스런 헤비메탈 팬 가필드의 부조화도 즐겁다. 줄거리는 변덕스러운 이기주의자가 어떻게 성의 동물들의 운명에 관심을 갖게 되는가라는 교훈을 주려 애쓰지만 그럴수록 더 두드러지는 건 가필드의 사랑스러운 천하태평 라이프 스타일이다. 질투에 목매는 그의 결점까지 사랑스럽다. 빌 머레이의 연기와 고성의 아름다움 말고는 높이 쳐줄 만한 게 없다는 게 아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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