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agazine > 피플 > 사람들
[스팟] <애정결핍…>의 클레이애니메이션 만든 픽토의 전유혁 대표
장미 사진 서지형(스틸기사) 2006-11-20

“아날로그적인 손맛을 담고 싶었다”

<애정결핍이 두 남자에게 미치는 영향>은 클레이애니메이션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최초의 한국영화다. 찰흙 인형에 숨결을 부여하는 클레이애니메이션이 끝없는 인내를 요구하는 지루한 수작업임을 안다면, <애정결핍이…>에 삽입된 클레이애니메이션을 만든 픽토의 전유혁 대표가 빠른 말투와 변화무쌍한 표정의 소유자임이 의아하게 느껴질 것이다. 조각을 전공하다 우연한 기회에 클레이애니메이션에 관심을 기울이게 된 그는, 그러나 한때 카드를 돌려 막으며 작업에 몰두했을 정도로 클레이애니메이션에 대한 깊은 애정을 지녔다. 찰흙 인형으로 장식된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픽토는 어떤 회사인가. 애니메이션 전문업체로 99년에 설립됐다. 클레이애니메이션 하면 이곳을 떠올릴 정도로 클레이만큼은 국내에서 제일 알아주는 회사다. 방송 콘텐츠 등 주로 하청일을 맡았는데 이젠 공동 제작이나 자체 제작도 많이 하려고 한다. 여전히 애니메이션이라고 하면 투자를 잘 안 하는 경향이 있지만 장편 극장용으로 기획하고 있는 프로젝트도 있다. 향후에는 ‘몽타운’이라는 일종의 콘텐츠 파크를 만들 계획도 구상 중이다. 세계적으로 클레이애니메이션을 하는 곳은 몇 군데 없고 국내에선 독보적인 회사라 긍지를 갖고 일한다.

<애정결핍이…> 작업을 하며 힘든 점은 없었나. 먼저 스크린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애를 먹었다. 촬영물을 모니터에서 스크린으로 옮길 때 해상도나 정밀도가 문제가 될 수 있으니까. 또 촬영팀이 한달 반 정도를 폐인처럼 살아서 너무 미안했다. 클레이애니메이션은 인형을 계속 움직이며 촬영해야 하고 중력 때문에 인형이 넘어지거나 할 수 있기 때문에 작업을 중간에 끊을 수가 없다.

클레이애니메이션의 매력은 뭔가. 손맛이다, 아날로그적인 손맛. 클레이애니메이션은 다른 애니메이션과 달리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이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작업을 꼽는다면. 심혈을 기울인 <애정결핍이…>가 될 것 같다. 스톱모션을 풀 프레임으로 찍었고 디테일에도 신경쓰다 보니 다른 작품보다 세배 이상의 시간이 소요됐다. 개인적으론 클레이애니메이션이 풀 프레임으로 가야 하나 고민도 했다. 요즘 클레이애니메이션 하면 주로 삼성전자 광고를 떠올리는데 그 광고는 동작이 아주 매끄럽다. 클레이애니메이션의 장점이 손맛, 어색한 맛인데 굳이 저렇게까지 해야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애정결핍이…>는 매우 잘한 애니메이션은 아니지만 성실히, 열심히 한 애니메이션이란 자부심이 있다.

일종의 이상으로 삼고 있는 작품이 있나. 아드만 스튜디오에서 만든 <월레스와 그로밋> 시리즈다. <치킨 런>이 할리우드의 대자본으로 만든 것이라면 <월레스와 그로밋>은 아드만이 돈이 없던 시절 제작한 것이라고 들었다. 그래서인지 시간이 지날수록 아드만의 장점이라든지 향수 혹은 푸근한 맛이 강하게 풍겨 마음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