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ovie > 무비가이드 > 씨네21 리뷰
웬만한 무대가 아쉽지 않다 <스텝 업>
박혜명 2006-11-22

음악과 춤, 로맨스를 한자리에 감상하기에 웬만한 무대가 아쉽지 않다

춤에 관해 재능과 열정을 지닌 두 청춘이 있다. 한명은 슬럼가에서 흑인들과 어울리며 사는 백인 비보이 타일러(채닝 테이텀)다. 알코올중독자 아버지, 새엄마와 함께 사는 집은 가난하고, 그는 취미로 춤을 출 뿐 그것을 미래로 정해보진 않았다. 또 한명은 예술학교에서 발레를 전공한 노라(제나 듀언)다. 가정의 경제적 어려움은 없지만 춤을 반대하는 엄마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 크나큰 절망의 요소다. 가난한 프리스타일 댄서 남자와 부유한 (이른바) FM댄서 여자가 만나서 한 무대를 준비하게 되었다.

<스텝 업>은 춤을 소재로 한 하이틴물이 갖춰야 할 필요한 것들은 다 갖췄다. 선남선녀, 강렬한 비트의 트렌디 뮤직, 젊음과 생명력이 넘치는 육체의 움직임, 로맨스, 스포트라이트가 비추는 무대, 꿈 그리고 그것의 성취. 당신이 무엇을 상상하든 <스텝 업>은 그것들을 다 보여줄 것이며 또 그 이상으로 무리하게 나아가지도 않을 것이다. 하나 <스텝 업>은 센스없이 공식만 따르지 않았다. 이 영화의 제작자는 안무가이자 프로듀서 애덤 솅크먼이고 그가 불러들인 감독은 <브링 잇 온>의 활기찬 치어리더 군무를 연출했던 안무가 앤 플레처다. 앤 플레처는 춤에 관한 프로의 감각과 안목을 연출자 입장에서 갖고 있는 것 같다. <스텝 업>의 춤 시퀀스들은 솔로든 듀오든 군무든 지나친 판타지나 끈적함이나 땀냄새를 억지로 덧칠하지 않고도 몸을 움직이는 행위의 카타르시스를 보는 이들이 한껏 느끼도록 만든다. 부담스러운 클로즈업, 지루하게 긴 테이크, 상황을 알아볼 수도 없게 기워내는 편집 따위의 얄팍한 테크닉들이 거의 없다. 춤 영화로서 <스텝 업>은 메릴랜드 예술학교 무용과 학생들의 육체처럼 군살없이 탱탱한 근육만 보기좋게 올라 붙은 하이틴물이다.

춤을 통해 꽃피는 주인공들의 로맨스, 잠깐의 위기와 갈등, 완전한 하나됨과 꿈의 성취에 이르는 익숙한 과정 또한 무리한 감상주의 없이 필수 컨벤션만으로 이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의외로 많은 사건과 인물들이 담겨도 시간 내에 다 풀린다. 엮기도 물론 잘 엮었다. 그런데 필수 대목만 짚고가는 이 영화가 중간쯤에서 다소 지루해진다. 아마도 남자주인공이 너무 멋져서 그런 듯하다. 얼핏 에미넴을 닮기도 한 남자주인공의 무심한 표정이 너무 멋진데, 영화가 애써 ‘로맨스’와 ‘청춘의 꿈’의 균형을 이성적으로 맞추려고 하다보니 김이 새버려서 그런 듯하다. 2%의 화끈함이 아쉽다.

관련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