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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팟] <007 카지노 로얄> 홍보차 방한한 마틴 캠벨 감독
박혜명 사진 오계옥 2006-12-18

“기본으로 돌아가는 마음으로 연출했다”

11년 전 마틴 캠벨이 연출한 <007 골든 아이>는 당시 시리즈 역대 최고 흥행기록을 세웠다. 미국 내 1억600만달러라는 기록은 리 타마호리의 <007 어나더데이>(2002)로 깨졌지만(1억6100만달러), 캠벨의 두 번째 007 시리즈 <007 카지노 로얄>이 개봉 3주차인 지난 주말(12월8∼10일)까지 9500만달러 가까이 흥행수입을 올린 상태다. 기록은 또 한번 뒤집어질 듯하다. 12월11일 방한한 마틴 캠벨 감독과의 짧은 인터뷰.

흥행성적도 좋지만 해외 리뷰 모음사이트 로튼토마토(www.rottentomatoes.com)의 신선도도 굉장히 높다(95%). 이 정도로 평론가들이 호응해주리라 예상했는가. 재미있게 봐줄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이렇게 좋게 평가해줄 줄은 몰랐다.

<007 골든 아이> 이후 11년 만에 다시 메가폰을 잡았다. 새로운 본드 시리즈를 작업하면서 가장 역점을 둔 부분은. <007 골든 아이>를 찍고 나서 다시는 007 영화를 찍지 않겠다고 다짐했었다. <007 카지노 로얄>의 연출을 맡게 된 까닭은 이번 영화가 원작에 충실한다는 의도를 가졌기 때문이다. <007 카지노 로얄>은 이안 플레밍이 쓴 원작 가운데 영화화되지 않고 남았던 마지막 책이다.

왜 <007 골든 아이> 이후 본드 시리즈 연출을 하지 않겠다고 생각했나. <007 골든 아이>는 본드 시리즈의 전통적인 색채가 강한 영화였다. 새로운 영화를 한다는 느낌이 없었다. 그 이후에 나온 영화들도 비슷했다. 같은 구조 안에서 줄거리만 바꾸는 영화는 진부하다고 생각했고, 내가 기여할 수 있는 바가 많지 않다고 느꼈다. <007 카지노 로얄>의 제작자들도 시리즈의 톤을 바꿔보자는 의도가 강했다. 최근의 007 시리즈들은 너무나 비현실적인 요소들이 많았다. 원작에 충실하고 기본으로 돌아간 영화를 만들자는 것이 우리의 의도였다.

<007 카지노 로얄>의 제임스 본드는 신기술을 활용하기보다 육체적 대응을 많이 한다. 영화 초반의 액션 시퀀스는 특히 원시적이고 육체적인 느낌을 준다. 그것 역시 이번 컨셉의 일부다. 그 장면에서 폭탄제조범과 달리 제임스 본드는 매끄럽지 못하고 어딘가 서툴고 거칠다. <007 카지노 로얄>의 본드는 현실적이고 인간적인 캐릭터다. 대사관에 들어가지 말아야 하는데 들어가고, 사람을 죽일 필요가 없는데 죽인다.

<007 카지노 로얄>의 본드가 가진 베스퍼에 대한 사랑은 순수하고 순정적으로 느껴진다. 원작이 그렇다. 원작이 더 슬프다. 원작에서는 베스퍼가 본드와 함께 묵었던 호텔에서 약물 과다복용으로 자살한다. 죄책감 때문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배신했다는 죄책감. 그녀는 본드가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도 알기 때문에 죄책감이 더 클 수밖에 없다. 그런데 영화에서는 영화적인 클라이맥스가 필요해서 그 부분을 다르게 각색했다.

제임스 본드로서 피어스 브로스넌과 대니얼 크레이그는 어떻게 다르다고 생각하나. 피어스 브로스넌은 전통적인 이미지의 제임스 본드로서 완벽하다. 대니얼 크레이그는 훨씬 인간적이고 현실적이고 어두운 내면이 드러나 보이는 본드다. <007 골든 아이>를 대니얼 크레이그가 했다면 혹은 <007 카지노 로얄>을 피어스 브로스넌이 했다면 아마 두편 모두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다.

차기 시리즈의 연출 제의가 들어오면 수락할 것인가. 절대 안 한다고는 말할 수 없겠지만, 그 제안을 받았을 때 내가 하고 싶어할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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