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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님의 귀환, <조폭 마누라 3>
강병진 2006-12-27

로맨틱코미디로 부활한 <조폭마누라>. 전편의 과오에 중독된 관객은 금단현상을 주의할 것.

누님의 귀환이다. 3편에 이른 <조폭마누라> 시리즈는 홍콩까지 구역을 확장했다. 아령(서기)은 홍콩의 명문 조직 화백련 보스의 외동딸. 조직간 세력다툼으로 아령이 위기에 처하자 아버지 임 회장(적룡)은 한국의 동방파 보스 양 사장에게 그녀를 의탁한다. 양 사장에게서 아령의 보호를 지시받은 이들은 밀수로나마 중국어 몇 마디를 배운 기철(이범수)과 꽁치(오지호), 도미(조희봉) 일당이다. 조폭 체면에 아령의 관광가이드 역할이 탐탁지 않은 그들은 여자인 그녀를 우습게 보지만, 아령의 카리스마는 어르고 달래고 겁을 주어도 수그러들 줄을 모른다. 영화의 본격적인 유머는 이들의 동거에 옌볜 처녀 연희(현영)가 통역으로 합세하면서부터 펼쳐진다. 영문도 모른 채 조폭 세계에 들어간 그녀는 기철과 아령 사이에서 생존본능적인 통역을 구사하며 자신의 안위를 살피고, 아령이 무공을 드러낸 뒤부터는 그녀의 등에 붙어 기철 일당을 수족 부리듯 한다. 좌충우돌 동거 속에서 아령과 기철 사이에 묘한 감정이 싹트는 가운데, 홍콩에서 건너온 킬러는 아령의 주위를 맴돌기 시작한다.

내용 면에서 보면 <조폭마누라3>는 굳이 시리즈와 같은 제목을 가져올 필요가 없는 영화다. 1편을 연출한 조진규 감독은 전편에서 이어진 성역할 전복이란 모티브만 가져온 채 새판 짜기를 시도했다. 물론 조폭들의 무식개그가 진열되고 액션, 섹스코미디, 로맨틱코미디가 무리하게 엮이는 것은 여전하다. 하지만 홍콩 배우 서기를 새로운 누님으로 추대하고 로맨틱코미디에 힘을 실은 <조폭마누라3>는 임신부의 배를 발로 걷어차는 등의 잔인한 액션과 섹스코미디의 부조리한 조합을 꾀한 1편이나 뜬금없이 여성의 치마 속을 들추던 2편보다 불편함이 덜하다. 영화의 주된 갈등은 조직의 세력 싸움이 아닌 아령과 연희가 한패를 이루어 기철 일당과 벌이는 기싸움이다. 서기가 펼치는 액션은 매력적인 태를 보여주는 데에 집중하고, 아령이 기철의 아버지와 나누는 필담에서는 가족드라마의 면모까지 비친다. 하지만 1, 2편의 웃음전략에 적응된 관객에게 <조폭마누라3>는 오히려 심심할 수 있는 속편이다. 서기와 균형을 맞춰야 할 이범수의 존재감은 각인되지 않고, 오지호와 조희봉 등 감초들의 개그는 큰 웃음을 주기엔 부족하다. 웃음에 있어서 영화의 진정한 누님은 현영이 열연한 연희다. 기철과 아령의 살벌한 대화를 상냥하게 포장하고, 급기야 아령의 지위와 자신을 동일시하는 연희는 현영에 의해 가장 생기있는 캐릭터로 구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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