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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이 선정한 올해의 영화인

올해의 제작자_<괴물>의 최용배

20년 승부수, 잭팟을 터뜨리다

“영화로 먹고살아겠다고 마음먹은 지 딱 20년이 된다. 불확실한 미래를 향해 정처없이 떠돈 것 같은데 올해 들어 영화계 한구석에 작지만 내 자리를 만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괴물>을 제작한 최용배 청어람 대표는 남다른 한해를 소박하게 정리했다. 애지중지하던 배급업까지 포기하면서 2년 동안 이 프로젝트에만 매달렸던 그에게 <괴물>의 성공은 돈을 벌었다는 사실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B급 괴수영화에 100억원을 쓴다’는 비딱한 시선을 극복하고 훌륭한 작품을 만들어냈다는 점이 그에겐 더 가치있게 느껴질 것. “<괴물>에 손을 댄 건 올해의 승부다. 제작자들이 멋있다고 느껴지는 건 이렇게 승부할 때다”(정성일)라는 의견처럼 그는 <괴물>에 영화인생 20년의 승부수를 던졌고, 결국 잭팟을 터뜨렸다. 하지만 “제작자의 뚝심과 신심과 관리능력이 아니면 불가능했을 미션”(황진미)이라는 평가처럼 <괴물>의 성공은 단순한 행운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그는 “제작자의 일을 영화라는 촛불을 꺼뜨리지 않고 나르는 것이라고 한다면, <괴물>은 감독과 배우의 에너지가 활활 타올라 꺼질 위험이 없었으니 내 일은 쉬웠다”며 모든 공을 감독과 배우, 스탭에게 돌렸다.

올해의 촬영감독_<해변의 여인> <괴물>의 김형구

문제작 두편을 낳은 미다스의 눈

이거 받을 거 받는 거다, 뭐 그런 말이 있다. 올해의 촬영감독으로 김형구 촬영감독이 선정된 걸 보면 그 말이 하고 싶어진다. 거의 이견의 여지가 없었던 부문이다. <해변의 여인>과 <괴물>이라는 전혀 다른 범주의 영화에서 모두 아름다운 촬영을 선보인 장본인이니 그 결과는 당연하다. 물론 본인은 “아마 <해변의 여인>은 전작들하고 다르게 독특한 풍광이 있어서 그럴 거다. 다른 영화제에서도 홍상수 영화로 촬영상 후보에 올랐는데 사실 좀 놀랍더라(웃음)”며, 또는 “<괴물> 때는 배경을 만들어야 했기 때문에 몰아 찍어댔는데 감독에게 봉기남이라고 불렀을 정도였다”며 겸손하고 유쾌하게 회상한다. 하지만, 그의 말처럼 전혀 달라 보이는 영화를 같은 시기에 찍어나간 건 이미 “<비트>와 <아름다운 시절>에도 그랬다”. 올해 들어 정점을 맞이한 셈이다. 영상원 교수로서 안식년을 맞았던 한해에 두편의 영화를 촬영하느라 시간을 모두 보낸 김형구 촬영감독은 “이제야 좀 쉰다”면서 미국에서 수상 소식을 들었다. “나야 영광이고 고마울 따름”이라며 운을 뗀 그는 “내게는 짧은 호흡과 길게 찍는 영화의 주기가 있는 것 같다. 다양한 호흡,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찍고 싶다”며 소감과 함께 계획을 밝혔다. 촬영의 마스터 김형구 촬영감독은 다시 홍상수 감독의 차기작에서 카메라를 잡을 예정이다.

올해의 시나리오_<천하장사 마돈나>의 이해영·이해준

반짝반짝 빛나는 이야기 감각

그저 생기발랄한 코미디였다면 웃고 말았을 것이다. <천하장사 마돈나>의 공동감독이자 공동작가인 이해영·이해준은 여자가 되고 싶은 소년이 성전환 수술비를 위해 남성의 전유물인 씨름을 한다는 아이러니를 다루면서도 외부의 따가운 시선 속에서 그가 느껴야 하는 피곤함과 슬픔, 그리고 그것을 유쾌하게 견뎌내는 태도를 담아냈다. <씨네21> 필진들은 “성 정치학의 민감한 문제를 성장영화의 문법으로 풀어낸 솜씨”(변성찬)와 그러면서도 “기존의 남자 성장기에 얽매이지 않는다”(남다은)는 점, 그리고 “소재나 캐릭터에 의존하지 않는 이야기 감각”(김은형)을 높이 평가하여 <천하장사 마돈나>를 올해의 시나리오로 선정했다. 한편 이해영·이해준 작가는 올해의 신인감독 부문에서도 많은 이들의 지지를 받았다. “자기 세계와 기존의 영화문법, 관객이라는 세개의 원을 적절한 비율로 겹쳐지도록 그렸다”(이현경)는 평가는 <품행제로> <아라한 장풍대작전> 등의 각본에서 보여준 그들의 능력이 연출을 겸하면서도 새로운 발전을 거듭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 막강커플(?)은 현재 에쿠니 가오리 원작의 <반짝반짝 빛나는>을 각색 중이다. “상큼 발랄한 멋진 듀엣이 앞으로도 길이길이 울려퍼지길….”(김지미)

올해의 신인감독_<피터팬의 공식>의 조창호

도발적이다, 어른스럽다, 놀랍다!

조창호 감독에게 2006년은 “삼키지도 뱉지도 못한 채 흘려보낸” 한해였다. 그의 데뷔작인 <피터팬의 공식>은 여러 해외영화제를 순회할 만큼 극찬을 받았지만, 정작 국내에서는 관객의 외면을 받아야 했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모든 게 내 잘못인 것 같다. 헌신한 배우와 스탭들에게 미안할 뿐이다. 부디 그들이 행복하고 바빠지기를 바란다.” 올해의 신인감독으로 선정된 것에 대한 소감에도 “죄인처럼 서성거리고 있다는” 그의 고단한 심중이 드러났다. “그냥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씨네21> 필진들은 그의 운이 아닌 능력에 엄지를 치켜세웠다. “가장 도발적이면서도 냉정하고 어른스러운 성장영화”(변성찬), “신인감독에게 기대하는 것들이 대부분 들어가 있는 영화”(김은형) 등 19살의 성장통을 현실과 판타지를 오가며 놀라운 상상력으로 묘사한 <피터팬의 공식>에 대해 아낌없는 지지를 보냈다. 또한 <피터팬의 공식>이 주류 영화계 안에서 제작되고도 아웃사이더로 인식되어야 했던 것을 지적하는 이야기도 있었다. “<피터팬의 공식>은 올해 가장 부당한 대접을 받은 영화 중 한편이다. 몇몇 장면은 심금을 울릴 만했으며, 몇몇 결함은 그 자신만의 서명처럼 보이기도 한다.”(정성일) 현재 준비 중인 조창호 감독의 다음 영화는 “가슴 아프고 처연한 사랑 이야기”다. “용감한 프로듀서나 투자사의 연락을 바란다”고 말한 그는 마지막 한마디를 덧붙였다. “<피터팬의 공식>의 판권을 가지고 계신 님께. DVD를 제작하시지 않을 거면, 저로 하여금 인터넷에 영화파일 띄울 수 있도록 허락해주시겠어요? (웃음)”

올해의 신인배우_<천하장사 마돈나>의 류덕환

온몸을 바친 연기란 이런 것!

이해영, 이해준 감독은 <웰컴 투 동막골>의 가무잡잡한 소년병의 얼굴에서 여자가 되고 싶은 소년 오동구를 발견했다. 원래 설정인 ‘180cm의 거구’와는 거리가 있었지만, 두 감독은 그의 부드러운 얼굴선과 섬세한 목소리를 놓칠 수 없었다. 류덕환은 신체적 조건을 과장없는 연기로 조종해서 사랑스런 오동구로 활짝 피어났다. 그는 “어머, 얘” 하는 과장된 추임새를 피하고, 대신 입술을 살짝 깨무는 제스처나 다독이는 듯한 눈빛을 모아 동구의 여성성을 잔잔하게 우려냈다. 류덕환의 동구는 절망을 표현하되 절망하지 않고, 비애를 말하되 연민을 애걸하지 않았다. 남다은이 “온몸을 바친 연기란 주먹질하고 피터지게 맞는 그런 연기가 아니라, 류덕환의 이러한 연기다”라고 말한 것은 그래서일 것이다. 류덕환에게서 주목할 것은 30kg의 체중을 늘렸다 줄인 괴물 같은 의지뿐 아니라 그가 보여준 건강한 가능성이다.

올해의 신인배우_<해변의 여인>의 고현정

능청스럽고 유쾌한 배반

예뻐 보이지 않았다. 첫 대사는 “왜 지랄이야”였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에서 <모래시계>의 고현정은 없었다. 고고한 재벌가 며느리라는 과거사도 떠올릴 수 없었다. 8년의 공백을 넘어 드라마 <봄날>로 안정적인 입지를 확보했지만, 올해 고현정은 <여우야 뭐하니> <해변의 여인>으로 제대로 망가지는 길을 택했다. <해변의 여인>에서 그는 대중이 쌓아올린 자신의 이미지를 능청스레 요리해서 문숙을 창조했다. 고현정은 홍상수 감독이 배우들의 일상을 발굴해 캐릭터에 반영한다는 사실을 의식하며 문숙 캐릭터에 임했다. “(감독과 대화를 하고 나면) 내가 오늘 한 말이 내일 받을 쪽대본에 어떻게 반영될지 흥미진진했다”는 그를 보며, 이 배우는 우리가 알고 있던 것보다 훨씬 더 뛰어난 감수성과 담력을 숨겨두고 있을 거란 기대를 모락모락 지피게 된다. 고현정은 ‘올해의 여자배우’ 부문에서도 김혜수와 막판까지 경합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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