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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이슈] <로버트 태권V> ① 날아라, 날아 태권V!
김현정 2007-01-19

디지털 복원 마치고 30여년 만에 극장에 다시 걸리는 <로보트 태권V>

“막대한 예산이 들더라도 영화라는 문화유산을 되살려야 한다고 대중을 설득하기 위해선 <로보트 태권V> 같은 작품이 적당했다. <로보트 태권V>를 모르는 사람은 없고, 다시 극장에서 보고 싶어할 테니까 말이다.” <로보트 태권V>는 운도 좋았지만 그 자신의 파워도 막강했던 것이다.

1976년 대한극장에서 개봉한 <로보트 태권V>는 한국영화가 천대받던 시대였음에도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 첫날 엄청난 인파가 대한극장 건널목에 놓여 있던 육교를 건너오는 모습을 보고 감동받았던 김청기 감독은 “1일 6회를 상영했는데도 관객을 모두 수용할 수가 없어서 버스를 대절해 남은 관객을 세기극장까지 실어날랐다”고 말했다. 김청기 감독은 그 뒤 <로보트 태권V 우주작전>에서 <로보트 태권V 90>에 이르는 속편들을 만들었고, 지금까지도 70년대생들에겐 뿌리깊게 박혀 있는 기억을 남겨주었다. 그러나 <로보트 태권V>의 운명은 험난했다. 애니메이터들은 원화를 그리는 셀이 모자라 전편의 그림을 지우거나 미군 부대에서 흘러나온 셀을 받아 써야만 했다. 그러는 와중에 <로보트 태권V> 원본 프린트도 분실됐다. 1998년 서울애니메이션센터 개관식을 준비하며 <로보트 태권V>를 개막작으로 상영하려 했던 김병헌 현 경기디지털콘텐츠진흥원 원장은 끝내 필름을 구하지 못하고 비디오를 틀어 상영을 대신했다.

추억 속 태권V가 환생하다

그러나 2003년 영화진흥위원회 필름보관소에서 우연히 <로보트 태권V> 인터네거필름(프린트 필름을 네거필름으로 만든 것)이 발견됐다. 녹슨 깡통 안에 들어 있는 필름을 발견했던 김보연 현 영진위 국내진흥팀 대리는 오프닝과 엔딩 크레딧이 빠져 있는 필름 8권을 디지털로 복원하고자 결정했지만 그렇게 오랜 시간과 자본이 들어갈 거라고는 짐작하지 못했다. “애초 2억원으로 예상했던 예산은 한달 동안 테스트를 했더니 4억원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결국 들어간 예산은 10억원이었다. 상부에서도 복원 작업의 의의에 대해선 동의했지만 불안해서 밤마다 잠이 오지 않았다.” 영진위는 디지털 복원기술을 보유하고는 있었지만 한번도 영화 전편을 복원해본 적은 없었다. <로보트 태권V>가 다시 극장에서 상영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그 때문이었다. 영진위는 실사영화에 손을 대보기 전에 디지털 작업이 비교적 수월한 애니메이션으로 테스트를 해보고자 했던 것이다. 그렇다고 <로보트 태권V>가 오직 시험용만은 아니었다. 김보연 대리는 “막대한 예산이 들더라도 영화라는 문화유산을 되살려야 한다고 대중을 설득하기 위해선 <로보트 태권V> 같은 작품이 적당했다. <로보트 태권V>를 모르는 사람은 없고, 다시 극장에서 보고 싶어할 테니까 말이다.” <로보트 태권V>는 운도 좋았지만 그 자신의 파워도 막강했던 것이다. 필름이 발견되기 이전부터 <로보트 태권V>를 3D애니메이션으로 만들고자 했던 신철 대표((주)로보트태권브이, (주)신씨네)는 그것과는 또 다른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로보트 태권V> 판권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김청기 감독을 대신하여 일종의 에이전트 역할을 해왔던 김병헌 원장은 “TV시리즈 판권과 극장용 애니메이션 판권, 교재용 판권 등이 모두 다른 회사에 팔렸고, 이런저런 회사가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손을 떼곤 했다”고 말했다. 심지어 제작자인 유현목 감독과 연출자인 김청기 감독도 판권에 대한 개념을 다르게 가지고 있었다. 그 관계를 정리하기까지 7년이 걸렸고, <로보트 태권V>는 이제야 새로이 비상할 준비를 하고 있다.

부정적 의견도 만만치 않아

<로보트 태권V> 복원과 리메이크 계획이 발표되면서 부정적인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네티즌은 <로보트 태권V>와 그 속편들이 <마징가Z> <전투메카 자붕글> 등을 표절했다면서 작품을 비교한 캡처 이미지를 올렸고, 최근에는 어떤 일본인이 UCC 사이트 유튜브에 공들인 동영상 비교화면까지 올려놓기도 했다. 그러나 김병헌 원장은 표절 소문을 들은 <마징가Z>의 나가이 고가 작품을 구해 보고는 메일을 보내왔다고 말했다. “나가이 고는 이야기 구조에서 감독의 휴머니즘을 발견할 수 있었다, 베끼기만 한 게 아니라 자기화했더라고 말했다. 실제로 <로보트 태권V>는 당시 드물었던 크로마키 기법을 사용하는 등의 독창성을 발휘했다. 애니메이션이란 혼을 불러일으키는 작업이다. 김청기 감독은 장인 정신으로 자기 자식을 만들어냈다고 본다.” 표절 의혹보다는 목소리가 작지만 역시 부정적인 시선으로는 <로보트 태권V>가 국수주의에 가까운 민족주의 열풍을 타고 돌아온 것은 아닌가 하는 의혹이다. 인터넷 표절 논쟁 또한 종종 ‘일빠’, ‘매국노’라는 원색적인 비난으로 번져가곤 했다. 그러나 신철 대표는 이에 관해 망설임이 없다. “그동안 애국주의는 정치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사용되어왔다. 그러나 애국주의란 자기 땅에 대한 사랑과 존재에 대한 자긍심 아닌가. 그런 애국주의라면 필요한 것이다.” 소동과 난관과 따뜻한 환영에 휩싸인 <로보트 태권V>는 1월18일 30년하고도 반년 만에 다시 극장에서 상영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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