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뽕도 따고, 금메달도 따고
2001-09-28

카피 따로 영화 따로

흐릿한 신문광고가 주가 되던 시절, 카피는 영화의 또다른 얼굴이었다. “사랑하거던… 부뜰지 마라. 가슴은 썩어도 그대 사랑이 깃들 곳은 남으리라.” <용서받기 싫다>(1964)는 한 여대생(엄앵란)을 연모하는 조각가(신성일)가 그녀의 육체를 유린한 깡패 일당에게 복수한 뒤, 자수하여 십년형을 언도받는다는 내용. 카피에 신파 멜로의 기운을 흠씬 불어넣었다. “착한 아씨 이쁜 아씨 우리 아씨 계동 아씨”는 같은 해 아세아극장에서 개봉한 <계동아씨>의 카피. 계동아씨로 나오는 최은희를 부각시키되, 단순반복 4자나열 어구로 입에 올리기 쉽게 만든 경우다. 1967년의 <일본천황과 폭탄의사>의 경우는 멜로적인 설정이 어색했는지, 애초 카피에서 이를 설득하는 듯하다.

“필살의 폭탄용사! 그는 처절한 레지스탕스의 정의한 모습이다… 그러나 그들도 뜨거운 피를 지닌 매력적인 남성이기에 그를 사모하는 조국 여성과의 사랑의 삼각 갈등은 어떻게 헤어날 것인가.” <월하의 공동묘지>(1967) 역시 장문의 카피로 호기심을 자아낸다. “음산한 심산(深山)의 숲속 공동묘지에 괴상한 웃음소리를 내며 바람타고 나타나는 괴물의 정체는? 스릴과 공포의 비명속에 가득찬 장내. 관람중 충격을 받아 놀라게 하는 장면이 있아오니 주의하시압!” <별들의 고향> <영자의 전성시대> <겨울여자>로 이어지는 1970년대였기에, 아류작도 그만큼 많았다. <춘자의 사랑이야기>(1975)도 그중 하나. “결혼은 안하겠어요. 아기는 있어요. 돈은 싫어요. 사랑을 주세요”라는 카피가 눈에 띄긴 하지만, 흥행성적은 부진해 “경아도 가고, 영자도 가고. 드디어 춘자의 시대가 왔다!”는 카피는 뒤에 거짓말이 됐다.

1972년 이상언 감독의 <불장난>은 아예 청춘 멜로를 위한 표어를 뽑는다. “남김없이 태워라. 아낌없이 바쳐라. 외치고 달려라. 불타는 청춘아.” 그때야 어땠는지 모르지만 지금은 응원 구호처럼 느껴진다. 1981년 이장호 감독의 <어둠의 자식들>은 추석까지 상영됐던 히트작. 연장상영을 알리는 광고에서 “20만 관객 요청에 카수 영애는 이 추석에도 고향을 못갑니다”라고 절규한다. 올림픽이 열린 1988년, <변강쇠3> <매춘> 등과 경쟁을 벌였던 <뽕2>는 “남의 계집 탐내는 남정네, 자기 계집 잃느니라”라며 상대 영화를 향한 듯한 계도성 멘트를 날리더니, 그 아래에 “뽕도 따고, 금메달도 따고”라며 본심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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