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ovie > 무비가이드 > 씨네21 리뷰
<클릭> 가장 할리우드적인 드라마 공식

세상의 워커홀릭들에게, 뒤늦게 깨달아도 소용없다!

건축가 마이클(애덤 샌들러)은 일중독자다. 그는 현재를 희생해야만 미래의 안정을 얻을 수 있다고 믿는 수많은 사람들 중 하나다. 끊임없이 밀려드는 일은 거절하지 못하고, 그 일에 대한 스트레스는 패스트푸드로 달랜다. 성격은 점점 포악해지고 가족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횟수는 늘어간다. 그런 그에게 일상을 컨트롤할 수 있는 ‘만능 리모컨’이 생긴다. 말 그대로 클릭 한번만 하면 원하는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는 리모컨. 그러나 쾌감도 잠시일 뿐, 반환 불가능한 이 리모컨은 마이클의 인생을 겉잡을 수 없는 지경으로 이끌고 만다.

소음으로부터 차단되고 싶다면 볼륨 키를 누르고, 과거의 어떤 추억을 다시 보고 싶다면 되감기를 누르고, 현재의 시간을 건너뛰고 싶다면 빨리감기나 스킵 버튼을 누르면 된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고, 경험하고 싶은 것만 경험하는 방식으로 인생 메뉴를 설정하기. 마이클은 이러한 방식으로 인생의 모든 지루한 과정들을 인내하고 견뎌내지 않고도 승진하고 돈을 번다. 문제는 건너뛴 그 시간에 일어났던 일들은 다시 돌아가 살펴보아야 한다는 점, 그리고 이미 벌어진 일들은 결코 되돌릴 수 없다는 사실이다. 시간은 점점 빨리 가고 삶의 소소한 과정들은 생략된다. 어떤 목적을 달성하는 순간만 있을 뿐, 달리 말해 일시적인 성취의 기쁨만 있을 뿐, 고통, 슬픔, 평이한 일상 등 나머지 인생의 절반은 사라져버린다.

<클릭>은 애덤 샌들러 특유의 코미디로 시작해서 비극을 거쳐 휴먼드라마로 끝나는 영화다. 그 과정은 현실에서 환상을 거쳐 다시 현실로 돌아오는 경로와 맞물린다. 이는 어쩌면 가장 할리우드적인 드라마 공식이다. 프랭크 카프라의 <멋진 인생>부터 <패밀리맨>에 이르기까지 과거, 현재, 미래를 오가며 깨달음을 얻는 이야기는 할리우드가 즐겨 사용하는 소재다. 그러나 이처럼 안전한 기반 위에 서 있는 <클릭>은 자칫 진부해질 수도 있는 순간들을 그럭저럭 잘 피해간다. 인생을 마음껏 개조하고 싶은 이들의 환상도 충족시키지만, 보이지도 않는 미래를 위해 지금 눈앞의 순간을 놓치는 것이 얼마나 불행한 일인지를 보여주는 방식도 설득력있다. 명예욕, 권력욕, 그리고 맹목적인 성취욕에 젖어 일에 목숨 바친 이들에게는 자신의 어리석음을 비춰주는 거울이 될 것이다. 감독 프랭크 코라치와 애덤 샌들러는 <웨딩 싱어>와 <워터보이>에서 호흡을 맞춘 바 있다.

관련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