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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가 되어 돌아온 전사들 <300>
김현정 2007-03-14

테르모필레 협곡에서 산화했던 300명의 전사들, 그들이 신화가 되어 돌아온다.

<헤로도토스 역사>는 크세르크세스의 부하의 입을 빌려 스파르타인을 설명하고 있다. “그들은 법이라는 왕을 섬기고 있습니다. … 이 왕이 명하는 것은 언제나 한 가지, 즉 어떠한 대군을 맞이하더라도 결코 적에게 뒷모습을 보이지 말고 끝까지 자기 자리를 지키며 적을 제압하든지 자신이 죽든지 하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말은 진실이었다. 스파르타는 자유와 법을 지키고자 광대한 페르시아 제국과 맞서 싸웠고 병사 300명 모두가 전사했다. 프랭크 밀러의 동명 그래픽 노블을 각색한 <300>은 수십만명에 달하는 페르시아 대군의 발을 묶어두었던 그 테르모필레 전투를 신화로 끌어올리는 영화다.

B.C. 480년 페르시아 국왕 크세르크세스(로드리고 산토로)가 이끄는 대군이 그리스로 진군해온다. 1년 전 복종을 요구하는 페르시아 사자를 우물에 처넣었던 스파르타 국왕 레오니다스(제라드 버틀러)는 그리스 도시국가들과 연합군을 결성하려고 하지만, 신탁은 이를 허락하지 않는다. 그러나 레오니다스는 전쟁에 반대하는 의회에 등을 돌리고 300명의 정예부대와 테르모필레 협곡으로 향한다. 대를 이을 아들이 있는 자만 선발한 레오니다스는 자신이 다시는 왕비 고르고(레나 헤디) 곁으로 돌아오지 못하리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새벽의 저주>로 데뷔한 감독 잭 스나이더는 원작의 스토리를 거의 그대로 살렸을 뿐만 아니라 그림도 가져왔다. 붉은 망토와 투구만 착용한 채 벌거벗은 것이나 다름없는 스파르타군의 복장, 방패를 이어붙여 한몸처럼 움직이는 방진, 황금사슬과 보석을 몸에 휘감은 크세르크세스, 그리고 모든 움직임들을. <씬 시티>에 공동감독으로 참여하기도 한 프랭크 밀러의 <300>은 스크린을 능가하는 스펙터클을 지니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 때문에 영화 <300>은 현대영화 대부분이 그렇듯 속도에 매혹되는 대신 육중한 지상전을 살려내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300>은 천지를 울리는 페르시아 대군을 내려다보며 스파르타군과 함께 숨을 멈추고, 긴 창을 휘두르는 강인한 육체의 움직임에 매혹되어 오래도록 들여다본다. 스나이더에게 레오니다스와 스파르타군 300명은 시간의 흐름을 초월한 신적 존재에 가깝다.

<300>은 고도의 문명국이었던 페르시아를 괴물에 가깝게 묘사하는 단점을 안고 있다. 지금과 같은 정세에서 스나이더가 <300>을 이라크 전쟁의 은유로 받아들이는 질문을 여러 차례 받았던 것은 억지만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밀러와 스나이더는 <300>이 동서양이 거대한 충돌을 일으켰던 역사 속의 페르시아 전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피흘리며 죽어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끝내 무릎을 꿇지 않아, 마침내 올림포스산의 정상으로 올라간 전사들. <300>은 바로 그런 신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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