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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당신은 거기에 있어야 했다

<엘 토포>의 거장 조도로프스키와 함께한 덴마크 포르노와 멕시코 디스코 이야기

당신이 “완전 멋진데!”라는 만트라를 아무리 반복해봤자 영화 <엘 토포>를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36년 전에 그곳에 있어야만 했다. 당신이 이른 아침 만취 상태로 8번가 아래에 위치한 황폐한 극장에 있지 못하는 게 유감이다. 바로 그럴 때, 내 장담컨대, 알레한드로 조도로프스키 감독의 대작이 신비의 대상에서 즐김의 대상으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비록 조도로프스키 감독의 영화가 극장주인 벤 바렌홀츠의 승리라 해도 말이다.

조도로프스키 감독의 쉽게 정의내리기 힘든 멕시코영화를 1970년 현대미술관(MOMA)에서 발견한 사람이 바렌홀츠다. 그는 자정에 상영하는 영화표를 예매했다(주말엔 새벽 1시에 시작했다). <빌리지 보이스>에 실린 광고 문구와 마찬가지로, “다른 어떤 방식으로 상영되기엔 너무나 묵직했기” 때문에 그는 자정을 택한 것이다. 자정용 영화 역사상 전무후무하게도 <엘 토포>는 일주일 동안 밤 내내 상영되었다. 놀라운 입소문을 타고 흥행을 거둔 이 영화의 성공은 마약을 하던 히피-보헤미안 덕이었다. 필자처럼 싼 방세를 내고, 일찍 일어나 회사에 나갈 필요가 없는 사람들 말이다.

<엘 토포>, 숭배의 대상에서 즐김의 대상으로

글렌 오브라이언의 유쾌한 리뷰는 (독자의 즐거움을 위해서 최근에 발행된 <보이스 영화 가이드>에 다시 수록되었다) 바로 그러한 순간을 잘 포착하고 있다. <엘 토포>는 삶의 방식으로서 존재하는 자정 미사이다. 시나리오를 쓰고, 감독하고 영상을 편집한 것 말고도 이 이름의 원조가 된 ‘성스러운 살인자’- 권총을 지닌 악한 성자- 의 역할까지 직접 감당한 조도로프스키 감독에게만 해당되는 미사가 아니다. 비록 나는 전반적으로 세르지오 레오네의 이탈리아 서부영화를 조도로프스키의 멕시코 변주곡보다 더 좋아하지만, <엘 토포>는 두번이나 보았다. 영화는 정말로 표면상 비치는 것만큼 우리를 멍청하게 만드는 것인가?(이 영화가 만들어진 시기는 엄청난 파시즘이 존재하던 때였다) <엘 토포>는 제작된 그해 여름 존 레넌의 매니저에게 판권이 팔렸고, 제대로 규모를 갖춘 브로드웨이 개봉을 앞두고 갑작스레 사라졌고, 철저히 실패한 그때에도 영화 속에 파시즘이 횡행하던 시절을 담고 있었다. 굉장한 시대였다.

이 무용담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었다. 조너선 로젠봄이 쓴 책에 나를 포함해서 많은 사람들이 이 이야기를 했다. 나는 <엘 토포>에 관해 쓰는 장(章)을 맡겠다고 자원했는데, 영화를 좋아했기 때문이라기보다 불가사의한 운명이 조도로프스키 감독이 반문화 운동으로 명성을 쌓아가던 정점에 나를 그와 만나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꼭 거짓말처럼, 조도로프스키 감독과 나는 1971년 봄에 열린 전위적인 만화 축제에 참가했다. 더 꾸며낸 이야기처럼 들리겠지만, 그로부터 이틀 뒤, 나는 동네 서점에서 책을 찾고 있던 조도로프스키 감독과 우연히 마주친 적도 있다. 나는 그에게 신이 나서 내가 곧 멕시코로 간다고 말을 했다(500달러로 버틸 수 있는 한 오래도록 머물 계획이었다). 그는 “굉장한데! 날 한번 찾아오게나!” 하고 대답했다. 어디에서 그를 찾는담, 하고 고민하던 때 조도로프스키 감독은 “걱정하지 말게나. 거기 사람들은 다 날 알아”라고 덧붙였다.

덴마크 포르노와 거장의 세줄기 오줌의 기억

정말로 내가 멕시코시티의 싸구려 여인숙에서 만난 학생들에게 조도로프스키 감독에 대해 물었더니, 그들은 나를 의심하는 듯한 눈길로 쳐다보았다. “당신이 거장을 안다고!” 하면서. 나는 차풀테펙 공원의 깊은 부분까지 들어갔고, 조도로프스키 감독은 그곳에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사이키델릭 버전을 제작하고 있었다. 그는 아마도 나와 두명의 동행을 발견한 게 (아니면, 기억해내는 게) 그리 달갑지 않았겠지만, 그런 감정을 훌륭하게 숨겼다. 그는 내가 무엇을 바라는지 궁금했을 것이다. 지금 쟤가 뭘 먹고 싶은 건가, 술을 마시고 싶은 건가, 섹스를 하고 싶은 건가 하고 말이다. 저녁 식사라, 그것 좋은 생각이다. 조도로프스키 감독과 그의 부인- 곱슬머리의 전형적 맨해튼 동부 출신의 여자- 은 우리와 함께 외식을 하러 갔다. 식당에서의 대화는 초현실적이었다. 당시 나는 <아프리카의 인상>이라는 책을 읽고 있었는데, 조도로프스키 감독은 “자네가 레이먼드 루셀을 안다고?”라며 크게 소리를 질렀다. “자네가 어떻게 루셀을 알지? 그는 정말 환상적이야! 굉장하지!” 마치 큐 카드에 그렇게 써 있었던 것처럼 우리와 인접한 테이블에 있던 깔끔한 미국 아이들 무리가 폴짝폴짝 뛰면서 소리쳤다. “세상은 정말 좁지요!”

나는 그전까지 그렇게 유명한 사람을 만나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 그 이후로 유명인이면서 자기 자신을 스스럼없이 밝히는 사람을 만나본 적이 없다(수잔 손택을 예외로 한다면 말이다). 친절한 호스트로서 조도로프스키는 우리에게 엄청난 도리토스를 먹여주었고, 그의 덴마크 포르노를 자랑하기도 했다(우리가 그것을 사람들 앞에서 페이지를 펄럭이며 넘기자 그는 급히 그것을 숨기기도 했다). 밖으로 나오자 그는 주차된 차에 기대어 볼 일을 보았다. 우리가 ‘평화와 사랑’이라는 이름의 디스코장으로 허풍스럽게 걸어가고 있을 때, 조도로프스키 감독 부인이 자랑스레 말을 했다. “저길 봐요. 저이가 오줌 줄기를 세개로 만들었어요.” 그날 저녁은 석달 동안 잊지 못할 강렬한 연출이었다. “오줌 줄기가 세 갈래야! 나는… <엘 토포>의 창조자다!”

이제 <엘 토포>는 독립영화채널(Independent Film Channel)에서 정상적인 시간에 상영된다. 혹자는 그것을 지겹게 느낄 수도 있고, 혹자는 마초의 유물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아니면 시에라 마드레의 보물에서 일부를, 그리고 톨킨의 중간계(Middle-earth)에서 일부를 떼온 판타지의 공간을 헤매고 다니는 무뢰한들의 서커스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번역 하인혜 (2006.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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