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숀 코너리를 뒤를 잇는 스코틀랜드의 유망주, <300>의 제라드 버틀러

인터넷에서는 <300>을 본 누군가(네티즌 seam)가 “300인분의 복근과 300개의 삼각팬티를 봤다”고 전하고 있고, 주변의 누군가는 “주연 컴퓨터그래픽, 조연 300명의 인간들”이라고도 말한다. <300>은 휘황찬란한 컴퓨터그래픽과 인간의 구릿빛 근육이 기묘한 동거를 이루는 신화의 장이다. 그중 복근 중의 복근, 조연 중의 주연을 꼽으라면 단연 페르시아의 침략에 맞서 결사대 300명의 전사를 데리고 나가 싸우다 장렬히 전사한 스파르타의 왕 레오니다스와 그 역을 맡은 제라드 버틀러가 되어야 할 것 같다. 이 영화의 CG와 육체에 대해서라면 적어도 그가 가장 할 말이 많다.

완성된 영화의 CG 수준이 거의 “예술적”이라고 인정하면서도 그는 잠깐 털어놓는다. “(힘들게 촬영한) 그만큼의 대가가 분명 있었던 거죠. 하지만… 운 나쁘게도 촬영하는 내내 나는 지랄같이도 그걸 볼 수가 없었거든요. 녹색의 스크린만 쳐다봐야 했죠”라며 허공을 보고 감정을 잡았을 그 고된 노동의 시간을 떠올린다. 혹은 어느 짓궂은 질문자가 “영화 속에 나온 그거 정말 당신 복근이 맞냐”고 묻는 질문에는 이렇게 받아친다. “그래요. (빌려올 수만 있다면) 누구에게라도 빌려오고 싶었죠. 하지만 아무도 주지 않더군요. (그래서 할 수 없이) 하루에 여섯 시간씩 일곱달 트레이닝을 했어요.” 재치있는 답변에 그치지 않고 한발 더 나아가는 제라드 버틀러. 자신이 맡은 레오니다스 왕에 대해 “절대적인 힘과 세기와 옹골짐과 엄숙함”을 강조한다. 그냥 근육덩어리가 아닌 죽음을 각오한 전사의 용맹을 보여주기 위해 필요했던 어둡고 단단한 신체였다는 뜻이다. “그는 광인이죠. 아니, 광기에 가까운 용감함을 지녔다고나 할까요.” 남들은 장난치고 싶을지 몰라도 그는 이번 역할이 숙연하다.

1969년생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출신의 이 사내는 오랫동안 해왔던 법학 공부를 그만두고 배우의 길을 택했다. 영화 <트레인스포팅>을 좋아했고 연극 무대에서는 동명 제목의 작품에서 영화 속 이완 맥그리거가 맡았던 역을 연기했다. 영화로는 빅토리아 여왕 시대를 배경으로 한 <미세스 브라운>에서 조연으로 데뷔했지만 크게 주목받지 못했고, <드라큐라 2000>에서 드라큘라 역할을 했지만 사람들은 많이 기억하지 못했다. 비교적 익숙하게 다가온 건 <툼레이더2>에서 로라 크로포드의 전 애인이자 조력자로 나와 눈도장을 받았을 때다. 그리고 <타임 라인>에서 시간여행 속에 빠져 과거로 향하는 고고학자 안드레 마렉으로 나왔을 때다. <오페라의 유령>에서는 팬텀의 가면을 쓰고 있어서였는지 좀 덜 알려졌다. <300>의 레오니다스 왕은 아마도 지금까지 제라드 버틀러가 맡아온 인물 중 가장 고대의 사람이 될 것이다. 적어도 할리우드는 신화적 인물을 떠올릴 때 종종 이 배우를 함께 떠올려왔다. 드라큘라, 팬텀, <300>의 왕까지. 그 영화들에서 제라드 버틀러는 시간을 뛰어넘어 현재로 기어올라오는 강력한 과거의 환영 같은 이미지를 주곤 했다. 제라드 버틀러는 마스크 뒤에 얼굴을 숨기고 연기해야 했던 <300>의 어려움을 말하면서 동시에 <오페라의 유령>을 상기한다. “어떤 면에서 그건(팬텀은) 레오니다스 왕과 같아요. 왜냐하면 현대적인 방법으로는 표현되지 않기 때문이죠.” 지금 그는 고대의 왕이다.

FilmStew.com은 ‘스코틀랜드의 양지(陽地)’라며 숀 코너리, 로버트 칼라일, 존 한나의 대를 이을 스코틀랜드산 명품 배우의 자리에 주저없이 제라드 버틀러를 올린다. 아닌 게 아니라 그는 피어스 브로스넌의 뒤를 이을 차세대 007의 자리를 놓고 잉글랜드 사나이 대니얼 크레이그와 어깨를 겨룬 전력도 있다. 그의 다음 영화가 피어스 브로스넌과 함께하는 스릴러영화 <버터플라이 온 어 휠>이니 아일랜드산 명품 피어스 브로스넌과 스코틀랜드산 차세대 명품 제라드 버틀러를 한자리에서 조만간 보게 될 것이다. 그때가 되면 우리는 아마도 제라드 버틀러에 관해 CG와 복근이 아닌 또 다른 이야기를 해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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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RE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