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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번 만큼 욕도 많이 먹을 것 같다”
2001-10-12

<조폭 마누라> 제작자 현진영화사 대표 이순열

이순열(43) 대표는 1989년에 세경영화사에서 <걸어서 하늘까지> <그대 안의 블루>를 제작했고, 94년에 순필름을 차려 <개같은 날의 오후> <본투킬> 등을 내놓았다. 가장 최근 작품은 98년에 현진영화사 이름으로 내놓은 <기막힌 사내들>로, 이번 <조폭 마누라>로 3년 만에 재기에 성공했다.

추석연휴에 가장 바쁜 제작자였을 것 같다.

어제도 새벽까지 집에 안 들어가고 극장 주위를 헤맸다. (웃음) 지금도 실감이 잘 안 난다.

예상한 결과인가.

3년 동안 헤매다가 만든 영화인데 자신감이 있었겠나. 본전이 목표였고, 처음에는 전국관객 60만∼70만명 정도 들면 되겠다 싶었다. 촬영횟수가 늘면서 제작비가 더 들어 중간에 기대수치를 전국 100만명으로 올려잡은 게 전부다.

봄날은 간다>의 우세를 점친 이들이 많은데.

봐라. 현진영화사 대 싸이더스, 신은경, 박상면 대 유지태, 이영애, 이순열 대 차승재, 조진규 대 허진호. 게임이 되겠나. 개봉 전 관계자들의 그런 예상은 당연한 것이다.

초반 열풍이 얼마나 갈 것 같나. 연휴도 끝났는데.

오늘(10월4일) 반응을 보니까 숫자가 대강 보인다. 오후 집계를 보니까 지난 주말 스코어인 전국 20만명에는 못 미치지만, 17만명 정도 나오는 것 같다. 이 정도 추이면 주말까지 200만명에 가까운 관객이 들 것이다. 지금 때가 극장 비수기이지만, 배급사에 따르면 최소 전국 300만명은 나올 것이라고들 한다.

스크린 수가 얼마나 되나.

연휴에 매진사태를 빚자 멀티플렉스들이 도중에 다른 영화를 떼고 걸 정도였다. 이 때문에 배급사인 코리아픽쳐스에서도 정확한 통계를 내는 데 애를 먹은 것으로 안다. 처음에는 전국 143개 스크린에서 시작했고, 이튿날 156개, 지금은 163개로 늘어난 상태다.

흥행 스코어는 좋은데, 인터넷에 오른 관객 반응은 대부분이 부정적이다.

추석에 극장 돌아다니면서 봤는데, 다들 억지로 웃기는 영화라고 관객들이 한마디씩 하더라…. 그런데 그런 말 하는 관객도 극장에선 웃으며 본다.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요즘 관객이 웃음에 대한 갈증을 갖고 있기 때문 아닐까. 사실 ‘내 인생의 영화’ 보러 극장을 찾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 요즘 세대들, 외화자막 읽는 것도 귀찮다고 하지 않나. 복잡한 문제 푸는 영화보다는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영화가 관객을 끄는 것 같다. <조폭 마누라>의 경우는 힘줘서 찍은 액션장면이 엉성한 부분을 가려주는 측면도 있고.

제작자로서 영화의 완성도를 평가한다면.

시사가 끝난 뒤, 몇몇 평론가들이 지면을 통해 한국영화의 퇴행 징후라며 질타했다. 그럴 수 있다. 개인적으로도 <조폭 마누라>가 작품성이 뛰어난 영화라고 생각지 않는다. 단, 관객에게 어필하기 위한 코미디영화를 만들고 싶었고, 이를 위해 가능한 상업적인 코드를 최대한 활용했다.

감독의 색깔보다는 제작자 또는 투자자의 입김이 많이 반영된 영화라는 느낌을 받는데.

영화 시작하면서 조진규 감독에게 철저하게 흥행코드로 가자고 했다. 대신 수익금의 10%를 러닝 개런티로 주겠다고 약속했다. 감독에겐 미안한 일이지만, 스탭 구성도 그래서 내가 다했다.15세 관람가’치곤 폭력과 성적 묘사가 지나치다는 의견도 있다.

처음엔 ‘18세 관람가’로 찍었다. 그런데 <무사>를 봤더니 우리 영화도 15세 관람가를 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18세 관람가를 받으면 관객 수가 통상 20% 정도 줄어드는 것을 감수해야 하는데, 당시엔 제작비도 많이 불어난 상태였고, 18세 관람가로 무리하게 승부를 거는 것보다 15세 관람가로 안전하게 가야겠다는 판단을 했다. 그래서 등급분류를 받기 전에 욕설이 심한 장면이나 전라장면을 들어냈다. 편집에서 튄다고 생각되는 장면이 있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후반작업 시간이 촉박했을 텐데, 개봉일로 추석을 고집한 이유가 있나.

95년 추석에 <개같은 날의 오후>를 명보극장에 걸었는데, <워터월드>에 밀려 첫날, 이튿날 박살났다. 평상시 같으면 오래 못버텼을 텐데 연휴라 버틸 수 있었고, 3일째 되니까 입소문 덕에 관객 수가 올라가더라.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추석연휴가 아니었다면 결과가 어떻게 됐을지 모른다. 지금 같은 성적은 안 나왔을 것이다. 모 배급사와 논의하다 추석에는 다른 영화 해야 한다고 해서 다른 배급사를 찾은 것도 그런 판단에서다. 어차피 A급 배우들이 출연하는 영화는 아니었으니까. 대신 입소문을 위해 개봉 전에 제주도까지 무료 릴레이 시사회를 열었던 것이 주효했던 것 같다.

제작 도중 배급사가 바뀌기도 했고, 자금난을 겪기도 했는데.

순제작비는 18억원 정도 들었다. 첫 번째 투자자와 헤어진 뒤 서세원 프로덕션이 투자를 전적으로 맡은 뒤에도 자금 사정이 어려워 제작 도중 비디오 판권을 3억원에 넘기기도 했다. 두달 전에는 TV판권도 넘기려고 했는데 우리가 원하는 1억5천만원을 주겠다는 곳이 없어 그냥 뒀다. 지금은 6억원을 주겠다는 곳도 있다. 마케팅 및 배급 비용 15억원은 코리아픽쳐스가 부담키로 하면서 숨통이 트였다.

흥행만 놓고보면 재기에 성공했다.

연휴 동안 제작자들로부터 앞으로 어떤 영화를 만들어야 할지 혼란스럽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웃음) 돈을 번 만큼 이번 영화로 욕도 많이 먹을 것 같다.

글 이영진 anti@hani.co.kr▶ <조폭 마누라> 예상 뒤엎은 흥행폭풍, 부정적 영향 우려 목소리 높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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