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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드 니로] 무색, 무취, 무위로 표현하는 배우

10년 경력의 영화전문기자 폴 번, 드 니로와의 만남을 회고하다

어마어마한 스타들은 언제나 인터뷰어를 응시한다. 온화한 미소를 띠고 농담을 던진다. 그리고 인터뷰어의 (성이 아닌) 이름을 반복해서 부른다. 아무리 엄격한 평론가도 단번에 녹아내릴 수밖에. 그들은 숙련된 아첨꾼이고, 지극히 유혹적이어서, 그 순간 그들의 공식적인 친구라도 된 듯한 기분이 된다. 톰 행크스가 그러하고, 존 트래볼타가 그러하며, 톰 크루즈는 과장되게 그러하다. 그러나 로버트 드 니로는 다르다. 쿠션처럼 의자와 혼연일체를 이루는 이 남자는, 마지막 손님을 기다리는 피로한 택시 운전사 같다. 예의바른 미소를 띠며, 손을 내밀지만 일어나지도 않고, 눈을 마주치지도 않는다. 농담은 일체 없고, 인터뷰어의 이름은 물론 성을 부르지도 않는다. 열명 남짓한 기자들과의 라운드테이블 인터뷰 자리에선 예, 아니오의 단답형으로 일관하는데, 곤경에서 구해줄 변호사를 기다리는 범인처럼 보일 지경이다.

2002년, <애널라이즈 댓>과 관련하여 드 니로와 빌리 크리스털을 일대일로 인터뷰한 적이 있다. 영화는 불필요하고 불운한 속편이었지만, 인터뷰는 만족스러웠다. 그들을 바비(드 니로)와 빌리라고 부를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한 뒤, 인터뷰를 시작했다. 바비에게 반어법을 사용하여, 그렇게 조용한 이유는 부끄럼 많은 빌리가 말을 많이 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냐고 농담을 던졌다. 크리스털은 대뜸 이를 받아쳤다. “이것 봐 바비, 나도 말 좀 하자고! 당신이 농담을 계속해대는 통에 앉아만 있는데 지쳤단 말이지.” 드 니로는 그저 웃었지만, 농담의 의도를 알아들었다. 이는 그에게 몇 걸음 더 다가가서, 다른 사람에게라면 대답하지 않을 질문까지 던질 수 있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로버트 드 니로는 오래전부터 ‘우리 세대 최고의 배우’였다. 그는 자신을 무색무취하게 만들어 그 명성을 다스렸다. <택시 드라이버>의 작가 폴 슈레이더는 그가 “누군가의 피부 아래에서만 존재하는 사람”이라고 말했고, 인터뷰에 임한 많은 기자들은 매번 자신이 읽은 자료보다 아주 약간의 새로운 정보를 보태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그를 단독으로 만날 수 있게 됐을 때 나는 ‘아주 약간’을 목표로 삼았다. 가장 관심을 기울인 것은, 아버지 로버트 마리오 드 니로였다. 그는 유명한 추상표현주의 화가로, 1993년 5월3일 세상을 뜰 때까지 우울증에 시달린 완벽주의자였다. 아들은 아버지가 “당신의 직업에 모든 것을 바쳤다”고 회고한다. 아버지의 열정은 외아들에게 전수됐고, 젊은 시절 연기를 향한 집념에 있어, 드 니로는 전설이었다. 모든 미사여구를 생략한 채 물었다. 60대에 들어선 이후 그에게 있어 첫 번째는 삶이고, 예술은 두 번째인 듯 보인다고.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여러 요소들이 조화를 이루게 된 셈이다. 젊을 때 몰두했던 일이 나이가 들어서는 별로 중요하지 않게 여겨지는 때가 있다. 뭔가를 하지 않음으로써 더 많은 걸 얻을 수 있다는 걸 깨닫기도 한다.” “사생활을 위협하지 않은 채 내가 연기할 캐릭터에 빠져들기 위해 평소의 나라면 절대로 하지 않는 일을 시도한다”고 말했던 드 니로는 이제 그 어떤 것에도 그다지 빠져들지 않는다. 좋은 남편과 아버지가 되느라, 트라이베카 왕국을 다스리느라 너무 바쁘기 때문일까. 비극적인 요절이나, 괴팍한 예술가의 은둔하는 노년은 그와 어울리지 않는다.

과연 그는 자축이란 걸 해본 적이 있을까? 한밤중에 TV에서 오래된 출연작을 우연히 보면서 스스로를 칭찬한 적은 없을까? 그는 크게 웃으면서 “아니, 아니. 단 한번도 없다”고 대답한다. 몇 십년 전 전성기 시절, 그로 하여금 걸작을 선택하도록 만든 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이 노배우와 당시의 저돌적인 젊은이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그 영화들은 그 자체로 좋다. 다른 사람들이 그 영화에 대해 말하거나, 나를 칭찬해준다면, 매우 행복한 일이지만 그걸로 끝이다. 영화를 선택할 때 그것은 배우로서 할 일을 한 것이지 결과적으로 어떻게 받아들여질지를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런 걸 결정하는 건 내가 아니라 관객이다.” 마틴 스코시즈는 자신의 최고 조력자가 “절대 자신의 의견을 말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했다. 최소한 드 니로의 그런 대답이 단지 겉치레나 가장된 겸손이 아닌 셈이다.

폴 번(Paul Byrne)| 아일랜드에서 태어나 아일랜드에서 거주 중인 프리랜서 영화기자. 지난 10년간 유럽을 돌아다니며 수백명의 배우, 감독을 인터뷰하여 각종 매체에 기고했다. 말이 많고 쾌활하며 발달한 사교성의 소유자. 조용하고 비밀에 싸인, 까다롭기로 소문난 로버트 드 니로는 그의 인생에서 가장 매력적인 인터뷰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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