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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일본에 대한 열망 <망국의 이지스>
장미 2007-04-11

강한 일본에 대한 열망을 애국심으로 치켜세우는 의도가 심히 의심스럽다.

<망국의 이지스>는 젊은 일본인 사관생도의 내레이션으로 시작한다. 그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제우스의 방패에서 그 명칭이 유래했고 군함에 사용되는 최첨단 방어시스템인 ‘이지스’를 들먹이며 전쟁이라는 극한상황에서 과연 방어가 자신을 지키는 방안이 될 수 있을지 회의한다. 무엇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선제공격을 할 수 없게 된 자국의 군대를 일깨우는 그의 목소리에선 가느다란 안타까움이 묻어난다. 이렇듯 이 영화는 가장 인간적인 캐릭터인 센고쿠 상사(사나다 히로유키)를 주인공으로 내세우며 반전 메시지를 담으려 하지만 ‘공격이 최상의 방어’라는 주장을 그럴듯하게 제시하는 한편 첫머리에 제시되는 사관생도의 주장을 순수하고 애국적인 것으로 포장한다는 점에서 진정 평화를 지향하는지 의심케 한다.

사건이 발발하는 곳은 이지스 시스템을 구축한 일본 군함 이소카제함. 군사 훈련을 위해 바다로 출격한 이소카제함에 함대훈련소에서 나왔다는 미조구찌 대위(나카이 기이치)와 야마자키 소위가 승선하고 이어 정체를 알 수 없는 누군가가 함장과 부대원 한명을 살해한다. 여느 때처럼 평화롭게 그림을 그리거나 외동딸과 통화를 하며 소일하던 센고쿠는 미조구찌와 야마자키 그리고 미야즈 행정실장(데라오 아키라)에게 그의 부하직원인 키사라기(가쓰지 료)가 범인이라는 설명을 듣는다. 믿기 힘든 이야기는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키사라기가 전직 정보국 첩보원인 용하와 한패로 미군의 화학무기인 ‘고슈’를 도쿄에 발사해 정부를 위협하려는 목적을 지녔다는 것. 이소카제함의 군인들이 각자의 욕망을 관철하기 위해 싸우는 사이 군함은 점점 도쿄와 가까워지고 “1리터로 도쿄 전체 인구를 몰살할 수 있다”는 고슈를 발사하려는 움직임도 점차 빨라진다.

다양하고도 뚜렷한 세계관을 지닌 인물들이 한데 뒤엉켜 극을 이끌어나가는 이 영화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배우는 채민서다. 목에 부상을 입었다는 설정 때문인지 한마디의 대사도 내뱉지 않고 숨겨진 과거는 짐작만 가능할 뿐 적극적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수중 전투도 마다않는 용맹스런 용하의 부하로 등장해 제법 인상적인 모습을 새겨놓는다. 문제는 이 영화가 군대의 무장을 주장하는 일본 우익의 입장에 어렴풋이나마 동조한다는 점이 아닐까. <패주겠어> <얼굴> <클럽 진주군> 등의 사카모토 준지가 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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