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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S] 두 얼굴의 사나이
최하나 김현정 2007-05-03

코믹한 차승원 VS 심각한 차승원

10년의 세월이 흘렀다. 97년 <홀리데이 인 서울>의 조연으로 스크린에 데뷔한 차승원은 이제 한국영화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배우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스무편에 가까운 그의 필모그래피를 살펴볼 때 눈에 띄는 것은 두개의 상반된 이미지다. <신라의 달밤> <광복절특사> <선생 김봉두>이거나 <혈의 누> <국경의 남쪽>이거나. 다시 말해 웃기거나 혹은 진지하거나. 극과 극에 서 있는 영화 속 차승원 캐릭터를 코믹 승원과 심각 승원으로 가상 설정했다. 그리고 두 가지 캐릭터를 모아보았더니 진지하면서도 코믹한 신작 <아들>에 이르렀다.

<이장과 군수>의 코믹 승원

<국경의 남쪽>의 심각 승원

활동 무대

코믹 승원 주로 한줌의 가오도 허용되지 않는 토속적인 환경에 던져진다. 바닷가건 산골이건 태어날 때부터 나이 먹을 만큼 먹을 때까지 줄곧 시골에 박혀사는 인생이거나(<신라의 달밤> <이장과 군수> <귀신이 산다>), 한때 서울에서 잘나갔더라도 곧 오지로 좌천당하는 팔자(<선생 김봉두>)다. 간혹 활동 반경을 넓혀볼 때도 있지만, 그래봐야 감옥(<광복절특사>)이거나 부산행 기차(<라이터를 켜라>) 정도니, 말 그대로 뛰어봐야 벼룩이다.

심각 승원 시공간을 넘나드는 장중한 스케일을 자랑한다. 19세기 조선시대로 건너가 시대극 의상의 품새를 뽐내거나(<혈의 누>), 최첨단 수사본부를 활보하며 각을 잡는다(<박수칠 때 떠나라>). 심지어 추레한 모양새로 등장하는 역할에서조차 활동 무대만큼은 북한과 중국 국경을 넘나드는 수준(<국경의 남쪽>)이다.

존재의 목적

코믹 승원 철저히 사리사욕에 입각해 움직인다. 시골 분교를 폐교시키고 서울로 재입성하기 위해 아이들에게 전학을 장려하거나(<선생 김봉두>), 군수 친구 잘나가는 꼴이 보기 싫어 농성을 주도하는 등(<이장과 군수>)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리는 철면피함과 끝까지 지기 싫어서 억지 부리는 퇴행적 유치함을 보인다.

심각 승원 사건의 진실을 밝히겠다는 대의(<혈의 누>) 혹은 치열한 승부욕(<박수칠 때 떠나라>)이 그를 자극한다. 거창한 사건이 없다면, 가슴 아린 사연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북녘에 두고 온 연인을 향한 사랑을 앓든가(<국경의 남쪽>).

연기 컨셉

코믹 승원 온몸으로 뿜어내는 능글능글 포스가 강력하다. <선생 김봉두>에서 “아아, 우리의 서울~”을 열창할 때의 흑심 품은 미소가 대표적. 그 밖에도 위기 상황에 처했을 때 취하는, 똥 마려운 듯한 우거지상이 주특기다(<이장과 군수>에서는 실제로 똥을 지리기도 한다). 매우 속물적으로 보이지만 알고 보면 나름의 인간미가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 주요 컨셉.

심각 승원 카리스마 혹은 애환, 두 가지 정도로 압축된다. <혈의 누>처럼 아예 단단히 무게를 잡거나, 그렇지 않으면 <국경의 남쪽>처럼 자신의 비극적 위치를 강조하는 데 주력한다. 특히나 함정에 빠지기 쉬운 후자의 경우, 눈시울을 붉히는 고전적인 연기법을 따르되 눈물을 지나치게 남용하지 않고, 주로 처연한 미소나 굳게 다문 입을 통해 관객의 가슴에 호소하는 절제의 미덕을 보인다.

명대사 릴레이

코믹 승원 “이게 군수 얼굴이유? 괴수 얼굴이지.”(<이장과 군수>에서 선거 포스터에 박힌 유해진의 얼굴을 가리키며) “중요한 건 편지지가 아니에요. 중요한 건 내용물을 담고 있는 그 봉투예요.”(<선생 김봉두>에서 시골 분교 아이들에게 촌지 봉투를 돌리며) “숟가락으로 6년 팠다.”(<광복절특사>에서 탈옥을 위해 땅굴을 판 무모한 집념을 자조적으로 내뱉으며)

심각 승원 “내가 요새 호른을 볼 수가 없어. 호른을 부는데 왜 호른소리가 안 나고 네 목소리가 들리니? 국사발에 네 얼굴이 동동 뜨니, 그 얼굴만 쳐다보다 국이 다 식어버린다야.”(<국경의 남쪽>에서 연인에게 수줍게 사랑을 고백하며) “내가 너한테 어디 김씨냐고, 파는 무슨 파고, 니 이름에 담긴 숨은 의미에 대해서 묻는 게 아니잖아, 지금! 김영훈. 이름 말해 김영훈!!”(<박수칠 때 떠나라>에서 신하균을 심문하며)

코믹 승원+심각 승원=<아들>

<아들>

아들 준석에 의하면 <아들>의 강식은 무서운 눈을 가진 남자다. 거울을 보며 “아들이 무서워하는 내 눈이 싫습니다. 눈을 감으면 좀 나아지려나요. 아무리 씻어도 내 눈이 무서워 보이는 거 같습니다…”라고 말하는 그는 심각하다 못해 진짜 무섭기까지 하다. 인상은 그만 쓰고 제발 울거나 웃어주었으면. 하지만 교도소에서 연습한 대로 요즘 애들 인사말 “하이”를 외치거나 “아들, 아빠 왔다”고 적힌 종이를 들고 어찌할 바 모르며 학교 앞에 서 있는 차승원은 심각한지 웃긴지 헷갈린다. 반가운 것은 준석과 토닥거리는 마지막 강식의 모습. 김봉두와 이장님이 언뜻 스쳐간다. 흥행에 승승장구했던 코믹 승원과 비교적 주춤했던 심각 승원. <아들>에선 누가 이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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