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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양일의 걸작 <달은 어디에 떠 있는가>
김도훈 2007-05-02

14년 만에 찾아온 최양일의 걸작.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

최양일의 첫 번째 한국영화 <>가 지나간 지금, <달은 어디에 떠 있는가>를 다시 본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하드보일드’라는 한마디에 축약당한 최양일의 세계를 재확인하는 의미일 수도, 혹은 최양일의 최고 걸작 중 한편을 본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재일한국인 강충남은 택시 기사다. 인생의 분명한 목적 따위는 없는 듯도 하지만, 엄마가 운영하는 술집에서 코니라는 필리핀계 호스티스를 만나면서 뭔가 목적을 찾은 것 같기도 하다. 여하튼 코니의 집에 다짜고짜 쳐들어가 동거를 시작한 충남. 하지만 인생이 뭐 그리 쉽게 달라지던가. 충남의 동창인 사장 세이이치가 사기를 당하는 바람에 택시회사는 야쿠자의 손에 넘어가고, 심드렁한 사랑에 지쳐버린 코니는 충남의 곁을 떠나 다른 술집으로 옮겨버린다. 하지만 달은 항상 거기에 떠 있다.

재일동포 작가 양석일의 소설 <택시 광조곡>을 원작으로 한 <달은 어디에 떠 있는가>는 유쾌한 희비극이다. 최양일은 재일한국인과 불법이주민, 일본의 노동계급 등 바닥을 기며 살아가는 인물들의 천태만상을 말없는 만담가의 재기로 풀어놓는다. 재일동포에 대한 영화라고 한정짓는 것은 이 훌륭한 시대적 캐리커처에 대한 결례일 것이다. 오히려 <달은 어디에 떠 있는가>는 하류인생들의 얼굴로 직조된 비루한 현대 일본의 퀼트에 가깝다. <>와 <피와 뼈>로 최양일을 처음 대한 관객이라면 <달은 어디에 떠 있는가>로 다시 시작하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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