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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다, 홍상수와 김기덕의 나라!”
김민경 사진 이혜정 2007-05-03

터키의 영화평론가 피랏 유셀

“오늘 <올드미스 다이어리>를 봤는데 재밌었다. 꽤 좋은 영화라고 생각한다. 여성과 노인에 대한 시각도 좋고.” 터키영화 회고전 <희망>의 GV를 마치고 온 피랏 유셀은 흥에 겨워 보였다. 사실 그는 나중에 게스트 명단에 추가된 ‘예정에 없던 손님’이었다. 임안자 전주영화제 부집행위원장의 청탁으로 터키영화 회고전에 대한 글을 쓴 그는 인터넷을 통해 전주국제영화제의 존재를 뒤늦게 알게 됐다. 홍상수와 김기덕과 박찬욱과 김지운과 봉준호의 나라에 가볼 기회였다. “홍상수 감독은 한국영화에서도 특이한 존재 같다.” 한 스토리에 여러 리얼리티가 얽히는 방식이 흥미롭다고. “<괴물>은 블록버스터 상업영화지만 굉장한 영화다. 사회적 시각과 유머 감각이 빛난다.”

이스탄불대학에서 영화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그의 또다른 직업은 영화월간지 <알타지>의 편집장이다. <알타지>는 대학시절 비평지에 갈등을 느낀 친구들 8명과 만든 독립잡지다. 아무리 비평이 좋아도 대중이 외면하면 안된다는 생각에 사진과 디자인, 종이 질에 공을 들여 다른 독립비평지들과 차별화했다고. “어쨌든 6년을 버틴 것만으로도 성공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인터뷰 중 반세기를 관통하는 터키영화의 역사를 기자에게 일목요연하게 소개해준 그가 요즘 가장 주목하는 감독은 <순수>의 제키 데미르쿠부즈. 그의 작품은 김기덕 감독의 <나쁜 남자>와도 상통하는 부분이 있다고. “데미르쿠부즈의 영화는 지독한 악인 안에서도 진실을 본다. 관습적인 선악 기준을 전복하고, 삶과 윤리, 자본주의에 대한 감독의 완결된 철학이 강렬히 축약돼 있다.” 작가영화를 주로 다루는 잡지 편집장이지만 그는 ‘나쁜 영화’에서도 배울 게 있다고 믿는다. 지금 이 사회의 일반적인 통념이 어떤 건지 알게 해주기 때문. “그러니까 영화를 볼때 그게 좋은 영화인지 나쁜 영화인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그가 권하는 기본 자세는, 영화를 즐기는 “열린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