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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다코로 변한 소복귀신 <전설의고향>

소복귀신이 부르는 공포가 출몰 동기의 지연에 훼방당하는 형국

한때 TV의 인기 공포 시리즈였던 <전설의 고향>에는 소복귀신이 마스코트처럼 등장하곤 했다. 하얀 옷의 긴 머리 여인이 입가에 한 줄기 피를 흘리며 눈으론 독기를 내뿜었다. 여인의 한풀이성 저주는 인과응보 혹은 사필귀정의 드라마와 더불어 스르르 마무리되곤 했다. 극장판 <전설의 고향>은 핏줄기 대신 사다코처럼 물을 뚝뚝 떨어뜨리며 한마디 말도 없이 차갑게 응징만 가하는 버전으로 변형됐다.

어린 쌍둥이 자매가 물에 빠져 언니 소연(박신혜)만 살아 나온 지 10년, 잔혹한 죽음의 행렬이 시작된다. 쌍둥이 자매에게 행했던 무언가를 감추어온 (듯한) 이들은 마치 응징처럼 죽임을 당하고, 10년 만에 의식을 차린 소연은 뒤죽박죽된 기억 속에 혹시 자신이 인간의 얼굴을 한 귀신은 아닌지 불길한 흔적들을 뚝뚝 흘리고 다닌다. 소연의 흔들리는 정체가 긴장 유지 장치의 일종인지 순수한 공포를 은밀히 감싸는 연막장치인지는, 대부분의 호러물이 그렇듯, 최후의 순간까지 기다려야 드러난다. 차별적일 수 있는 모성애를 호러의 출발점으로 삼은 건 흥미롭지만 ‘전설의 고향’의 옛 명성에 복귀하기에는 공포의 밀도가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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