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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희의 오마이이슈] 기자들이 귀찮거나 밉거나 불쌍하거나
김소희(시민) 2007-05-28

시사주간지 기자가 갖춰야 할 제일 중요한 자질은 ‘독자 서비스 정신’이라고 믿는다. 별다른 전문 지식이나 사명감 없이 근근이 몸으로 때우며 사는 나로서는 정론직필은커녕 독자들이 궁금해하는 것을 재미있(어 보)이게 쓰는 정론곡필로도 벅차다(오늘처럼 마감에 쫓기는 날은 정론속필이 미덕이다). 이런 나의 직업관을 점검할 일이 생겼다.

정부가 37개 정부청사 브리핑룸과 기사 송고실을 3개의 합동 브리핑센터로 통폐합하는 등의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을 발표했다. 형식적인 공청회나 의견수렴도 없이 ‘전격’적으로 정해 오는 8월부터 시행한다는 이 방안대로라면 브리핑 뒤 질문도 마음대로 못한다. 궁금한 것은 전자시스템을 통해서만 물을수 있고 질문 횟수도 제한한다. 기자들이 무단출입해서 공무원들의 일을 방해하고 브리핑룸 공간의 낭비가 심하다는 게 이유였다. 한마디로 귀찮다는 것인데, 언론·시민단체와 언론 중에서도 매일 마감하는 신문들은 크게 반발한다. 조·중·동도 한겨레도 한목소리다. 비판·감시 기능에 재갈을 물려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한다는 것이다. 골라주는 정보만 받아쓰게 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그나마 받아쓸 곳도 없어지게 된다. 예를 들어 한 부처의 브리핑이 끝나고 이어 다른 부처의 브리핑이 시작될 수 있다. 그러면 두 번째 부처 출입기자들이 우르르 들어오고 브리핑이 끝난 부처의 출입기자들은 자리를 내줘야 한다. 이 방안은 “기자들이 기자실에 죽치고 앉은” 꼴을 못 견뎌하는 대통령의 강한 의지인 듯하다. 국정홍보처는 결정과정에 비민주적인 요소가 있다 해도 옳은 일이라서 강행한다는 태도다.

“한마디로 엿먹으라는 거다”라고 목소리 높이던 옆자리 동료 길사마는 문득 목소리를 낮추며 “마감이 급한 기자들은 ‘나라시’를 타고 회사로 오거나 인근 커피숍을 이용하거나 오피스텔을 빌려야 할지 모른다. 어쩌면 (종합청사가 있는) 과천의 택시업계와 임대업계, 혹은 스타벅스의 음모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나는 ‘언론긴장중독증’을 앓아온 참여정부의 화해 제스처라고 믿고 싶다. 직업군을 통틀어 평균수명이 65살로 제일 짧다는(귀가 시간은 제일 늦을걸?) 언론인을 불쌍히 여긴 게 아닐까. 미리 나눠준 브리핑 내용을 요약해 기사를 쓰면 취재 스트레스도 마감 스트레스도 확 준다. 재택근무도 가능하다.

문제는 일거리가 줄다가 일자리도 줄게 된다는 것이다. 고객감동의 그날까지 가늘고 길게 친절 또 친절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