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ovie > 무비가이드 > 씨네21 리뷰
중년 영화의 매력, <다마모에>
김민경 2007-06-13

웬만한 청춘영화보다 흥미롭고 유머 넘치는 중년 영화의 매력.

남편이 죽었다. 긴 세월 무난하게 잘 살아왔다고 생각했건만, 남편의 장례식 날 걸려온 낯선 여자의 전화에 모범주부 도시코(후부키 준)의 일상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이상하리만큼 서럽게 오열하던 그녀는 불길한 예감대로 남편의 애인이었다. 게다가 그녀가 모르던 남편의 비밀은 비단 애인의 존재뿐만이 아니었는데…. 다 키운 줄 알았던 자식들은 어머니에게 한줌의 도움도 못 주고 각자의 사정만 칭얼칭얼 늘어놓는다. 심란한 마음에 도심의 캡슐호텔에서 외박을 감행한 도시코는 그곳의 수상쩍은 인간 군상에게서 세상을 배운다. 건망증과 고집센 성격으로 늘 티격태격하는 여고 동창들이 그녀의 동지로 옆에 서준다.

<다마모에>는 자기를 위해선 작은 물건 한번 사본 적 없는 한 여성의 변신 이야기다. ‘중년 여성의 자아 찾기’라는 쉬운 표현로 요약해버리기엔 그 결이 풍성하다. 남을 돌보고 배려하지 않으면 제 성에 안 차 괴로워하는 주부의 내면과 그녀가 부딪히는 뻔뻔한 세상이 흥미진진하고 구체적으로 그려진다. 사기꾼 할머니와 느끼한 작업남 등이 끼어드는 그녀의 여정엔 절묘한 웃음의 순간도 가득하다. 때론 중언부언으로 호흡이 느려지지만, 중견 여배우들의 공력으로 팽팽하게 채워진 <다마모에>는 중년의 삶이 얼마나 유쾌하고 매력적일 수 있는지 역설하며 도시코의 변신을 지지한다. 도시코와 친구들의 활달한 삶은 <섹스 앤 시티>의 유쾌한 4총사에 못지않다. <토카레프> <KT> 등 선굵은 영화를 주로 만들다가 2000년 <얼굴>로 여성의 내면을 섬세하게 그려냈던 사카모토 준지 감독이 그 의외의 감수성을 다시금 입증한 영화다.

관련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