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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기가 충실한 호러물 <샴>
이영진 2007-07-18

욕망과 죄의식으로 뒤틀린 샴쌍둥이의 비극적 운명에서 공포를 길어올리다

2004년 <셔터> 효과는 대단했다. 핏빛 원혼을 포착한 이 공포영화는 1억1천만바트(30여억원)를 벌어들였고, 그해 타이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했으며, 할리우드 뉴리전시사에서 리메이크 판권을 사들일 정도로 주목을 끌었다. 광고계에서 출발해 이력을 쌓았던 선배들과 달리 대학에서 영화를 전공한 첫 번째 세대이기도 한 팍품 웡품과 반종 피산타나쿤은 데뷔작 <셔터>로 타이영화를 이끌 기대주로 각광받았다. <>은 <셔터> 이후 따로 차기작을 준비 중이던 두 사람이 다시 손잡고 만든 공포영화다. 영화 속 샴쌍둥이의 비극적인 운명과 달리 다시 하나의 메가폰을 나눠 잡은 두 감독의 선택은 결과로 보면 나쁘지 않다. 타이의 메이저 투자·배급사인 GTH가 전주로 나선 이 영화는 아직 공식적인 흥행 기록을 확인할 수는 없지만 수입사쪽에 따르면 “<셔터>를 능가하는 역대 최고의 오프닝 스코어를 기록했다”.

죄책감이 불러들인 원혼의 이야기로 공포의 서막을 올린다는 점에서 <>은 두 감독의 전작 <셔터>와 유사하다. 한국에서 남자친구 위와 함께 생활하던 핌은 엄마가 위독하다는 전갈을 받고 타이로 돌아온다. 유년 시절의 기억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집에서 위와 함께 머물게 된 핌. 그녀는 잊고 살았던 어린 시절의 기억을 떠올림과 동시에 죽은 샴쌍둥이 동생 플로이의 혼령에 시달리게 된다. 평생 한몸으로 살자고 약속했던 핌과 플로이. 영화는 위가 핌을 좋아했고, 이로 인해 핌과 플로이의 사이가 틀어졌고, 플로이의 반대에도 위와 사귀기 위해 핌이 분리수술을 원했으며, 결국 수술 도중 플로이가 죽었다고 말한다. 플로이에 대한 죄책감으로 핌이 공포에 사로잡히는 전반부의 설정은 쳇바퀴를 도는 것처럼 밋밋하고 지루하다. 그러나 하품이 나오는 전반부가 연출상의 허점이 아니라 계산된 전략이라는 사실은 핌과 플로이의 과거가 온전히 드러나는 반전과 마주하면서 깨닫게 된다. 관객에게 핌의 죄책감과 욕망을 철석같이 믿게 한 다음 <>은 공포의 실체가 당신이 짐작했던 뻔한 것이 아니라며 뒤통수를 친다. 그리고 이때부터 핌의 눈에만 보이던 플로이의 원혼은 영화를 보는 이들의 눈앞에서 활개치기 시작한다. 타이에서 처음 발견됐다는 샴쌍둥이의 설정을 빌려와 공포의 기원을 캐묻는 <>은 아주 새로운 맛의 공포를 선사한다고 경탄하기엔 뭔가 부족하다. 익숙한 공포영화의 관습들을 고스란히 차용하기 때문이다(<셔터>에서 자기 복제를 한 장면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은 적어도 공포가 무엇인지는 정확히 알고 있다. 기본기가 충실한 호러물이라는 평가를 안기기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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