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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를 즐기려고 ‘노력’하는 영화 <얼터드>

외계인에게 포위당하고 정신적으로 조종당하는 공포를 즐기려고 ‘노력’하는 영화.

15년 전 외계인들에게 실험당하고 풀려난 세명의 남자가 외계인 하나를 생포한다. 함께 납치된 적이 있던 오스틴(애덤 코프먼)의 집에 일행이 들이닥치자, 오스틴과 함께 있던 여자친구(미스티 로자스)는 이에 항의한다. 해묵은 트라우마가 네명 사이에서 터져나오는 사이, 외계인은 사슬에서 풀려나 집 안 어딘가에 숨고, 외계인의 습격으로 한명씩 죽어간다.

<얼터드>는 ‘피해의식’에 빠진 사람들의 심리영화에 가깝다. 흥미를 끄는 것은 주인공들이 말없이 전제하는 규율인데, ‘첫째, 외계인의 눈을 보아서도 그를 만져서도 안 된다. 둘째, 그를 죽이는 것은 짐승이 인간에게 하는 짓처럼 무모하다. 셋째, 우리를 포위하고 있으므로 집 바깥을 나가야 소용없다’로 요약된다. 이 원칙들을 누가 어떻게 허물어뜨리는가에 주목하는 것은 재밌는 관람 포인트가 될 것이다.

<얼터드>는 에두아르도 산체스 감독의 화제작 <블레어 윗치>의 연장선상에 있다. 전작이 마녀 전설을 따라 숲으로 들어갔다가 필름만 남긴 채 실종된 영화학도의 얘기였음을 감안한다면 이번에는 숲에서 살아 돌아온 사람들의 피해망상증 얘기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영화에는 전작과 같은 강렬한 호기심과 폐쇄공포 그리고 사실성을 호소하는 어떤 것도 발견할 수 없다. 다른 관점에서 라스 폰 트리에식의 ‘영혼까지 질식시키는 억압과 영적인 도약’을 영화는 반쯤 추구했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억압기제들의 묘사 자체가 리얼하지 않다면 관객은 거리두기의 효과 안에 들어가기를 거부할 것이다. 이 점에서 ‘외계-공포물’과 ‘밀실에서의 브레히트적 사유’ 모두를 쫓다가 놓쳐버렸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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