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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단편영화들 다 모였네, “대단한 단편영화제”

문화 플래닛 상상마당 개관기념 “대단한 단편영화제”, 9월 7일부터 19일까지

홍대 앞에 자리하게 될 ‘문화 플래닛 상상마당’의 개관영화제가 9월7일부터 19일까지 열린다. “대단한 단편영화제”라는 이름을 내건 이번 영화제에서는 90년대 후반부터 현재까지 국내에서 발표된 단편영화들을 상영한다. 최근 한국 단편영화계의 화제작들뿐만 아니라, 현재 충무로에서 활동 중인 감독들의 단편영화들, 그리고 클레르몽 페랑 영화제를 비롯해 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 해외 우수작들을 한꺼번에 볼 수 있는 기회다. 영화제는 감독들 각각의 작품들, 주제별 단편영화들, 해외 단편영화들, 음악과 관련된 작품들 등 크게 네 부분으로 나뉜다. 다수의 영화제에서 이미 여러 차례 소개된 작품들부터 전설처럼 전해져 내려오지만 막상 볼 기회가 없었던 작품들, 생소한 제목의 싱싱한 작품들까지 다양하다.

가장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되는 부문은 아무래도 현재 활발하게 장편 작업을 하고 있는 감독들의 흔적이다. 김태용, 민규동 콤비가 탄생시킨 <열일곱>(박은경 감독도 참여), <창백한 푸른 점>이나 이성강의 <덤불 속의 재>, <우산> 혹은 김동원의 그 유명한 <상계동 올림픽>, 정지우의 <생강>, 임창재의 <ORG>, 장준환의 <2001 이매진>, 이수연의 <> 등이 한자리에 모였다는 사실만으로도 흥분된다. 특히 이들은 2000년대에도 장편 작업 틈틈이 단편을 구상해왔는데, 그 결과가 <믿거나 말거나, 찬드라의 경우>(박찬욱), <비밀과 거짓말>(민규동), <종로, 겨울>(김동원), <배낭을 멘 소년>(정지우), <>(장준환) 등이다. 상업 장편에서 여러 가지 제약으로 엄숙해진 상상력과 성찰이 자유롭게 발광하는 순간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폴라로이드 작동법>

한편, 2000년대 독립영화의 위기론 속에서도 자기만의 색채를 고집하며 살아남은 단편들도 주목할 만하다. 이미 수많은 팬들을 거느리고 있는 김종관은 이번 영화제에서 다섯편의 작품을 선보이는데, 그중에서도 배우 정유미의 풋풋함이 돋보이는 <폴라로이드 작동법>은 영화적인 순간 안에 사랑의 미열을 포착해내는 솜씨가 섬세하다. 이번 영화제 상영작이기도 한 <인간적으로 정이 안 가는 인간>(손원평) 등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 독립영화계의 스타배우 양익준은 <바라만 본다>를 통해 연기하는 ‘감독’의 대열에 들어섰다. 도발적인 화법으로 주목받아온 최진성의 <히치하이킹>은 ‘경계를 지워낸 곳에서 피어나는 멜로’라고 이름 붙일 만하다. 인물들의 무료한 표정, 말투와 달리 영화는 환상과 실재, 뮤지컬을 야심차게 넘나든다. 참고로 <커피프린스 1호점>의 따뜻한 남자 이선균의 감춰진 비굴함과 지리멸렬함을 발견할 기회! 현재 독립 장편영화 <은하해방전선>을 만들고 있는 윤성호의 제목부터 심상치 않은 영화들 <나는 내가 의천검을 쥔 것처럼> <이렇게는 계속할 수 없어요> <졸업영화>도 볼 수 있다. 이들 단편이 보여주는 감독 특유의 화법이 장편인 <은하해방전선>으로 어떻게 이어질지 궁금하다. 올해 칸영화제 단편 경쟁부문에 <친애하는 로제타>로 초대됐고, 장편 <저수지에서 건진 치타>의 개봉을 기다리고 있는 양해훈의 <견딜 수 없는 것>들도 젊은 감독의 짧지만 굵은 궤적을 살펴보는 데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주제별로 묶어낸 섹션을 살펴보면, ‘성장영화’에서는 정재은의 <둘의 밤>과 박찬옥의 <느린 여름>이 눈에 띈다. ‘신(新)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에는 비교적 최신작들이 포진되어 있는데, 청춘의 사랑을 낭만이 아닌 비루함의 끝처럼 재현해해는 홍준원의 <쪼다멜로>는 때때로 홍상수 영화 속 남자들의 어린이 버전을 보는 듯한 기분을 선사한다. 신이수의 <나를 떠나지 말아요>는 감각적인 영상 속에서 사랑의 기억이 아련하게 전해지는 작품이다. ‘그들의 16mm 단편’에서는 이미 장편 데뷔를 했거나, 준비 중인 개성 넘치는 감독들의 16mm 단편이 준비되어 있다. 목록들도 화려한데, <그의 진실이 전진한다>의 신재인, <사랑 아니다>의 안슬기, <나무들이 봤어>의 노동석, <용산탕>의 이하, <땅위에서도 하늘에서처럼>의 염정석, <I the Eye>의 김성호 등이다. 마지막으로 ‘퀴어영화’에서는 퀴어 옴니버스영화인 <동백꽃> 중 이송희일의 <동백아가씨>가 상영되는데, 주인공 현수 역을 맡은 김태용 감독의 연기를 즐겁게 주목해보자.

이 밖에도 소심한 샐러리맨의 탈출기인 이형곤의 <엔조이 유어 썸머>나 로큰롤 밴드 ‘오브라더스’가 출연하는 신지혜의 <Nowhere nowHere>와 같은 음악영화들, 그리고 홍대 인디밴드들의 뮤직비디오들이 이 무더운 여름의 막바지를 흥겹게 적셔줄 것이다. 참고로, 김태용, 민규동, 김종관, 양해훈, 최진성, 김동원, 임창재 감독 등과의 대화시간도 마련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