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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덤 샌들러의 게이 코미디 <척 앤 래리>
김도훈 2007-09-05

정치적으로 공정한지 아닌지 의뭉스러운 애덤 샌들러의 게이 코미디

애덤 샌들러에게 프랭크 카프라는 영원한 이상이자 강박이다. 이 남자는 미국 노동자 계급 남자들을 위한 이상적 캐릭터를 연기하기 위해 직접 카프라를 인용하거나, 혹은 미국적 이상주의를 은은히 토로하는 영화들에 곧잘 출연해왔다. 낙관주의 하나로 사랑도 쟁취하고 성공도 거두는 미국 남자를 샌들러만큼 잘하는 배우도 드문데 심지어 샌들러의 신작 <척 앤 래리>는 무려 가짜 게이 커플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동성애적 교훈극이다.

“우리 영화의 무대는 고급 여피들의 세상인 뉴욕이 아니에요”라고 주장하듯 맨해튼으로 향하던 카메라가 브루클린으로 방향을 틀며 영화는 시작한다. 소방관 척(애덤 샌들러)과 래리(<Mr. 히치: 당신을 위한 데이트 코치>의 케빈 제임스)는 평생 죽마고우. 죽은 아내를 잊지 못하는 래리는 아이들을 연금수혜자로 지정하려 하나 결혼을 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는 말에 고민한다. 뉴욕시가 동성커플에게도 결혼과 똑같은 권리를 준다는 사실을 알게 된 척과 래리는 온갖 편견을 견디며 커플놀이를 시작한다. <척 앤 래리>는 샌들러의 교훈극 중에서도 가장 급진적으로 어이없는 교훈극인데, 시대착오적 호모포비아 마초였던 남자 캐릭터들이 영화의 마지막에 이르자 모조리 교화당하는 걸 보고 있노라면 스트레이트 공화당원이 만든 교육용 단막극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그만큼 유머감각이 드물다는 뜻이기도 하고). 그래도 샌들러의 주고객인 백인 노동자 계급 남자들이라면 “호모새끼(Faggot)라는 말은 쓰면 안 돼. 게이가 공정한 표현이야”라는 샌들러의 마지막 대사를 들으며 입을 쩌억 벌릴지도 모르지. 주고객층을 대상으로 한 성정치 교육이 목적이었다면야 샌들러의 승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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