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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극의 큐브릭 세트, <스탠리 큐브릭 컬렉션: 특별판>
ibuti 2007-11-16

할리우드 스튜디오 중에서 스탠리 큐브릭과 가장 돈독한 관계를 유지한 곳은 워너브러더스사였다. 큐브릭이 번번이 예산과 시간을 초과해도 참고 기다린 워너브러더스사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성공으로 재미를 보았으면서도 큐브릭의 일생의 프로젝트인 <나폴레옹>을 거절한 MGM사와 달랐다. 큐브릭은 <시계태엽 오렌지> 이후 원하는 작품의 선택권을 부여받았고, 다른 감독들은 꿈도 꾸지 못하는 최종편집 결정권을 누렸다. 전직 임원이 “1년에 다른 감독의 작품을 한편 받는 것보다 7년에 큐브릭 작품을 한편 받는 게 낫다”라고 말한 것은 그들이 큐브릭의 가치를 제대로 알고 있었다는 사실의 방증이다. 워너브러더스사가 홈비디오 분야에서 큐브릭의 작품에 부여하는 의미 또한 남달라서, DVD의 짧은 역사 속에 스탠리 큐브릭 작품집을 세 차례나 선보이고 있다. 1999년과 2001년에 각각 출시한 작품집(한국에선 두 번째 작품집부터 출시됐다)에 이어, 새로운 기획인 ‘감독 시리즈’의 첫 주자로 <스탠리 큐브릭 컬렉션>을 또 다시 내놓은 것이다. 이번 작품집의 특성은 차세대 홈비디오 매체용으로 새롭게 복원한 영상과 소리 그리고 어마어마한 부록이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서 보듯 경이로운 화질은 반길 일이지만, 화면비율은 논란의 소지가 없지 않다. 1.66:1 혹은 1.33:1 화면비율을 선호했던 큐브릭의 의도와 달리, 수록된 작품의 화면비율을 모두 와이드스크린 포맷에 맞춘 건 와이드TV의 보급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보인다. 디럭스판인 <풀 메탈 자켓>을 제외한 나머지 작품들의 DVD-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시계태엽 오렌지> <샤이닝> <아이즈 와이드 셧>- 는 특별판으로 제작된 것으로서 음성해설과 대부분 새롭게 만든 부록들은 그 내용과 깊이, 종류, 시간에서 충실하기 그지없다(<풀 메탈 자켓>에는 기존 박스세트의 부록인 <큐브릭의 영화인생>이 별도 디스크로 제공된다). 특히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와 <시계태엽 오렌지>는 결정판으로 불러도 아깝지 않다. 먼저 음성해설은 <아이즈 와이드 셧>을 뺀 나머지 네 작품에 지원된다. 배우, 스태프와 큐브릭에 관한 저서를 발표한 전문가가 짝을 이뤄 진행하는 음성해설에서 허투루 흘러나오는 말은 한마디도 없다. 배우와 스탭들이 큐브릭과 부딪히며 벌어진 일화를 주로 소개한다면, 큐브릭 전문가들은 개별 작품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풀어놓는 식인데, 큐브릭이 워낙 신화적인 존재라서인지 이야기 하나하나가 전부 흥미롭다. 그중 일품은 배우 말콤 맥도웰과 영화사가 닉 레드먼이 진행한 것이다. 큐브릭의 연출 스타일 탓에 대부분의 배우들이 곤혹을 치른 것과 비교해 맥도웰과 큐브릭의 관계는 색달랐던 것 같다. “맥도웰이 아니면 <시계태엽 오렌지>를 찍지 않았다”고 말했을 정도로 그를 신뢰한 큐브릭에게 맥도웰은 친근한 존재로 다가서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맥도웰은 종종 직접 카메라를 드는 큐브릭에게 촬영이 서툴다고 놀릴 정도였다는데, 그건 천하의 잭 니콜슨도 하지 못한 행동이었다. 3 내지 8개의 작품별(도합 열 시간이 넘는) 부록에는 유명 감독과 평론가, 스탭, 원작자, 배우, 유족들이 참여해 큐브릭의 작품과 비전과 유산을 재조명한다. 감히 말하건대 이번 작품집에 실린 음성해설과 부록을 보고 듣기만 해도 어지간한 큐브릭 전문가 행세를 하기에 모자람이 없을 정도다. 그러나 큐브릭의 영화 앞에서 그런 건 아무것도 아니다. 스크린으로 큐브릭의 영화를 한편도 보지 못한 사람도 인터넷의 정보를 긁어모으면 나올 것들이기 때문이다. 우연인지 11월에 큐브릭 회고전이 열린다고 한다. DVD로, 스크린으로, 큐브릭의 진면목을 두루 접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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