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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한 ‘서사의 부재’ <애플시드>
김민경 2007-11-21

여전사의 3D 육체는 입체적이나 그 영혼은 완전 평면

<공각기동대> 원작자 시로 마사무네의 1985년작 동명 만화를 3D 기술로 다시 우려낸 작품. <공각기동대>의 난해함을 떠올리며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 메커닉 디자이너 출신인 아라마키 신지 감독은 원작의 철학적 세계관을 탈탈탈 체에 쳐 주인공와 설정 정도만 골라냈다. 서기 2131년, 세계대전에서 살아남은 인간의 유토피아 ‘올림푸스’는 욕망, 미움 등 인간적 감정을 제어한 인공생명체 바이오로이드들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을 혐오하는 세력이 테러를 일으키고, 특수기동대원 듀난(고바야시 아이)은 그들을 쫓다 거대한 음모를 깨닫게 된다.

<애플시드>에서 주목할 것은 ‘3D 라이브 애니메이션’이라는 기술적 실험이다. <반지의 제왕>부터 지난주 개봉한 <베오울프>까지 실사영화들이 CG 기술로 애니메이션의 영역을 넘나드는 요즘, 전통적인 애니는 어떻게 차별화된 정체성을 가질 것인가? 이건 3D애니의 존재론적 고뇌다. <애플시드>는 실제 배우들의 액션을 모션 캡처해 박진감 넘치는 3D 캐릭터를 만들어낸 다음, 그 얼굴에 2D 셀애니메이션풍의 덧칠을 해서 3D의 뻣뻣한 무표정을 극복하려 한다. 하지만 이 번거로운 수고에도 불구하고 그 성과는 충분치 않다. 과장된 슬로모션과 음악으로 ‘우리 이 장면에 힘 좀 줬어요’라고 주석을 달아주는 촌스러움도 좀 난감하다. 주인공의 모든 결단의 동기는 죽은 부모의 유지로 귀결된다. 요즘 유행하는 표현에 따르면 심각한 ‘서사의 부재’인 셈이다. 물론 일부 장면들은 인상 깊은 기술적 성취를 보여준다. 특히 도시를 방위하던 거대 다족로봇들이 일제히 도심으로 몰려드는 마지막 장면은 메커닉의 중량감이 멋지다. 하지만 인상적인 몇 장면을 이어붙이기 위해 두 시간 가까운 나머지 줄거리를 근근이 채워가는 영화는, 다들 알겠지만 지루하고 매력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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