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ovie > 무비가이드 > 씨네21 리뷰
미야자키 하야오가 만들어낸 소품 <마녀 배달부 키키>
김도훈 2007-11-21

18년 만에 개봉하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중력없는 소품

미야자키 하야오의 영화다. 자수로 짠 듯 곱게 펼쳐진 북유럽의 풍광, 품에 안고 터뜨려버리고 싶을 만큼 귀여운 아이와 동물들, 히사이시 조의 선율을 타고 치솟는 비행의 쾌감. 그리고 물론 여기에는 이를 악물고 어른의 세계로 돌진하는 소녀들의 이야기가 있다. 머글과 마법사의 피를 절반씩 내려받은 헤르미온느처럼 키키 역시 마녀 엄마와 인간 아빠 사이에 태어난 혼혈 마녀다. 모든 마녀들이 그러하듯이 그녀는 13살 되는 해에 홀로 독립을 해야만 하고, 만월의 밤에 검은 고양이 ‘지지’와 함께 아름다운 항구 도시에 정착한다. 빗자루를 타고 날아다니는 선천적인 재능 덕에 ‘오소노 아줌마’의 빵집에 거주하며 동네 배달일을 하게 된 키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그녀의 귀에 고양이 지지의 말이 그저 ‘야옹’으로만 들리기 시작한다. 마녀의 피가 모자란 것일까. 마법 빗자루마저 부러뜨린 키키는 매서운 성장통을 겪은 뒤에야 비로소 비행의 능력을 되찾는다. 개봉 당시 “여성영화”로 홍보됐던 <마녀 배달부 키키>는 <붉은 돼지>로 새로운 탐색을 시작하기 직전의 미야자키 하야오가 만들어낸 소품에 가깝다. 하지만 날아다니는 기계 장치와 마법 빗자루의 크기로 미야자키 영화의 경중을 논할 수는 없는 일이다. 미야자키는 100만명이 채 안 되는 관객을 동원했던 <천공의 성 라퓨타>(1986)와 <이웃집 토토로>(1988)가 아니라 260만의 관객을 동원한 <마녀 배달부 키키>를 통해 지브리 스튜디오의 재정적인 기반을 닦을 수 있었고, 지브리의 신화는 미야자키의 소녀들 중에서도 가장 짜릿하게 공기 중을 활강(滑降)하는 마녀로부터 마침내 시작됐다. 물론 18년이 지난 지금에도 그녀의 비행솜씨는 여전하다.

관련영화

관련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