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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문화 소동극으로 시대 반영 <스타트 포 텐>

퀴즈의 달인, 사랑이라는 문제의 답을 맞히다

촌뜨기 청년 브라이언이 금발의 미모에 흠잡히지 않을 만한 지적 수준까지 갖춘 앨리스와 첫 데이트를 한다. 싸구려 레스토랑에 앉아 한껏 폼을 잡고 혀를 꼬아 “람브로쉬코 비앙코…” 어쩌고하며 와인의 이름을 댄 뒤, “이거 몇년산이죠?”라고 물었을 때 퉁명한 웨이터는 “1985년산인데요”라고 말한다. 당황한 브라이언이 “아니요, 올해가 몇년인지는 저도 알아요. 와인이 몇년산이냐고요?”라고 반문하자, 다시 웨이터의 대답, “그러게 1985년이라니까”. 재치있는 농담이 일러주는 바, 브라이언은 1985년 영국의 젊은이다.

이제 막 신입생이 된 브라이언(제임스 맥어보이)은 유년 시절부터 퀴즈광이며 상식의 왕이다. 그는 브리스톨 대학 퀴즈 동아리에 가입해 나머지 세명의 동창들과 대학별 퀴즈 대항전에 나가려고 한다. 그 와중에 같은 동아리의 앨리스(앨리스 이브)를 만나 사랑에 빠지지만, 그를 정작 이해하고 보살펴주는 것은 수수한 차림의 인권운동가인 다른 여학생 레베카(레베카 홀)다. 레베카는 브라이언을 좋아하지만 브라이언은 앨리스를 좋아한다.

물론 맞다. 대처리즘이 지배하던 시기이며 국가의 경쟁력이라는 기치를 내세워 죄없는 젊은 실업자를 양산하던 때였다. 브라이언은 정확히 ‘대처의 아이들’이라고 불리는 그 세대의 주인공이다. 브라이언의 절친한 고향 친구 중 한명도 그 와중에 실업자가 됐다. 하지만 영화는 대학 신입생으로 들어와 퀴즈 달인이 되는 데 관심이 있는 자수성가형 주인공 브라이언과 그가 좋아하거나 그를 좋아하는 두명의 여자 앨리스와 레베카에 얽힌 짧은 연애사의 낭만으로 이야기를 좁힌다. <스타트 포 텐>은 80년대를 지시하되 퀴즈를 사랑하고 연애를 즐겼던 한 젊은이의 유쾌한 문화 소동극으로 그 시대를 반영한다. 시대의 부력에서 자유로웠다고 말하기 위해 차라리 시대를 기명한다. 무리하지 않게 배치된 사건들을 경유하여 알맞은 해피엔딩에 도착하기까지 그 과정이 딱히 특별할 건 없지만 또 형편없이 나쁘지도 않다. 영화배우인 톰 행크스가 제작자로 참여했는데, 그가 바라는 좋은 영화의 모델은 늘 이런 것이다. 눈여겨볼 건, 제임스 맥어보이라는 젊은 영국 배우가 브라이언 역할을 하는 것인데, 러셀 크로가 살을 빼고 눈에서 힘 좀 빼고 말투도 착하게 고치고 난 뒤 젊어지면 이런 매력적인 느낌을 지닌 청년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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