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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승리하고 마는 사랑의 힘 <일루미나타>
장미 2007-12-26

현실에 발 딛고 더욱 단단해지는 연극 속 사랑

이탈리아어로 ‘빛을 비추다’, ‘계몽하다’는 뜻의 ‘일루미나타’는 극중 펼쳐지는 연극의 제목이자 그 연극 속 여주인공의 이름이다. <맥>으로 칸영화제 황금카메라상을 수상한 감독 겸 배우인 존 터투로의 두 번째 연출작인 이 영화는 극작가 투치오의 새 연극 <일루미나타>의 첫 공연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을 담고 있다. 20세기 초, 미국 동부의 어느 극장. 투치오(존 터투로)는 극작가로 그리 유명하지 않지만 현명하고 아름다우며 명망있는 배우 레이첼(캐서린 보로위츠)의 사랑을 분에 넘치게 받고 있다. 연극 <루스티카나>가 공연되던 중 주인공을 맡은 배우 피에르(매튜 서스맨)가 졸도해 공연이 갑자기 중단되자 투치오는 무대에 올라 다음 프로그램은 <일루미나타>가 될 것이라고 선포한다. 문제는 극장주가 큰 수익을 거둬들이지 못할 <일루미나타> 대신 입센의 <인형의 집>을 공연하고 싶어한다는 것. 좌절한 투치오가 교태 넘치는 왕년의 스타 배우 셀리멘느(수잔 서랜던)의 유혹에 망설이는 동안, 레이첼은 <인형의 집>에 출연하는 대신 투치오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달라고 극장주를 설득한다.

레이첼과 투치오가 연극의 대사를 두고 설전을 벌이는 장면으로 시작하는 이 영화는 두 사람의 더욱 단단해진 사랑을 묘사하며 끝을 맺는다. 눈에 띄는 특징은 극작가와 배우, 극장주, 평론가, 관객 등 연극 밖 인물들의 사연을 연극 안의 상황과 겹쳐나간다는 점. 레이첼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투덜거렸던 대사는 현실에서 그녀가 내뱉은 말로 대체되고, 연극 속 상황과 똑같은 폭풍을 견뎠기에 공연을 펼치는 배우들의 연기 또한 몰라보게 성숙해진다. “당신이 찾고 있는 게 불완전한 사랑이라면 멀리 갈 것 없어. 나 여기 있어”라는 레이첼의 고백처럼 이 영화는 결국 승리하고 마는 사랑의 힘을 조용하지만 완강하게 ‘계몽’하는 셈이다. 점점 감정의 수위를 높여가는 연출력 외에도 극장을 중심으로 한데 얽힌 다채로운 캐릭터의 재미, 그리고 그들을 연기한 배우들의 연기력이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이다. 특히 크리스토퍼 워컨은 오스카 와일드를 연상시키는 예민하고 거만한 게이 평론가 역을 근사하게 소화했고, 수잔 서랜던은 투치오의 욕망을 교묘하게 자극하는 팜므파탈 여배우를 넘치지 않게 연기했다. 연출과 각본을 맡은 존 터투로가 투치오로, 실제 그의 아내인 캐서린 보로위츠가 투치오의 연인 레이첼로 출연한다. 브랜드 코울의 동명 희곡을 각색한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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