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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고할 만큼 쓸쓸하게, <스트레이트 스토리>

EBS 1월5일(토) 밤 11시

이 영화가 처음 등장했을 때, 모두 의아해했을 것이다. 과연, 그 데이비드 린치의 작품이 맞을까? 중산층 가족의 역겨운 이면, 인간의 뒤틀린 욕망 등을 초현실적이고 복합적인 구조로 형상화했던 그가 <스트레이트 스토리>에서는 말 그대로 무척 단호하게 ‘스트레이트’한 방식을 취한다. 이야기는 하나의 목적지를 향해 천천히 쭉 뻗어가며, 아름답게 텅 빈 자연과 인물의 침묵하는 표정에 집중하는 카메라는 충격적일 정도로 날카롭게 비판하는 린치 특유의 스타일 대신, 고요하게 삶의 남은 시간을 명상하기를 택한다. 이 영화는 너무도 투명하다. <스트레이트 스토리>는 <뉴욕 타임스>에 실렸던 앨빈 스트레이트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70살이 넘은 앨빈 스트레이트는 자신도 몸이 불편하지만, 10년 전에 연락을 끊은 형이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무리한 여행을 계획한다. 형이 죽기 전에, 지난 10년의 어리석은 미움을 털어버려야겠다는 일념하에, 그는 잔디깎이에 짐수레를 달고 형이 사는 위스콘신주로 6주간의 여정을 시작한다. 시속 5마일로 달리는 노쇠한 잔디깎이에 몸을 싣고 그는 삶의 불행과 행복의 순간을 맛보는 사람들을 스쳐가면서 자신의 시간을 돌아본다. 황량한 길을 따라 천천히, 기약없이 터벅터벅 걸어가는 듯한 노인의 잔디깎이와 다가올 시간을 순순히 받아들이며 얼굴에 또 하나의 주름을 새기는 듯한 노인의 형상을 통해 린치는 어떤 수사도 압도하는 인생의 깊이를 전한다. 그는 이 영화에서 최소한의 양식으로 삶의 최대한을 끌어냈다.

특히 영화의 마지막 두 형제가 마침내 만나, 별다른 말도 없이, 지팡이에 의지한 채 겨우 서서 10년 만에 서로의 눈을 들여다볼 때, 비로소 삶의 자잘하고 하찮은 오해를 넘어서 함께 죽음의 시간을 바라볼 때, 여기에는 어떤 숭고함의 경지가 서려 있다. 앨빈 스트레이트 역을 맡아 홀로 외로운 여정을 감내했던 리처드 판스워스는 이 쓸쓸한 영화에서 완벽했다. 스턴트맨으로 영화계에 데뷔한 이래 57살에 배우로 연기를 시작한 그에게 <스트레이트 스토리>는 첫 주연작이다. 촬영 당시 말기 암과 싸웠던 그는 영화가 완성된 뒤 권총자살로 생을 마감했는데, 그의 슬픈 운명이 영화와 겹쳐지며 보는 이의 마음을 아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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