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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여자로 길들이는 방법 <나쁜여자 길들이기>

나쁜 여자를 길들이는 게 아니라 나쁜 여자로 길들이는 방법

‘사랑하는 사이에 있어서 더 많이 사랑하는 자가 약자’라는 말이 있다. 덜 사랑하는 사람은 상대에 대해 집착이 없으니 쿨하게 자기 페이스를 지킬 수 있고, 사랑하는 사람은 거기에 맞춰주느라 허덕대고 그러다보면 모양새 구기고 매력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니 마음이 없는 자는 언제나 우위에 서게 되는 법이라는 거다. 그러니 사랑에 빠진 자여, 상대의 마음을 얻으려면 언제나 도도하게 굴지어다. 그런데 문제는 그럴라치면 ‘이러다가 이 사람 정말 떠나버리면 어쩌지’라는 의구심이 불현듯 마음을 파고들어 초연함을 망가뜨린다.

이레나 파블라스코바의 <나쁜여자 길들이기>는 이런 밀고 당기기를 경험하면서 조금씩 사랑의 권력함수를 깨달아가는 여성 캐롤리나(다니카 줄코바)의 이야기다. 어느 비오는 날 그녀는 우연히 알렉스(카렐 로든)라는 남자를 만나게 되고 좀체 속을 보여주지 않는 그에게 매료된다. 가까워지는가 싶으면 밀어내고 홀로 서려고 하면 어느새 다가오는 알렉스에게서 헤어나지 못하던 캐롤리나는 다른 남자들을 만나며 그가 채워주지 못한 욕망을 채우려고 한다. 캐롤리나는 전형적인 나쁜 남자 알렉스를 통해 남자의 마음을 얻으려면 나쁜 여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결국 그녀는 알렉스에게 마음을 거두면서 남자의 애간장을 녹이는 나쁜 여자로 재탄생하지만 이미 그를 사랑하지 않는 그녀에게 그의 간절한 사랑은 아무런 의미도 없다. 영화의 결론은 사랑할 때는 사랑을 얻을 수 없고, 사랑하지 않을 때에만 마음을 얻을 수 있는 욕망의 아이러니를 여실하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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